[최훈의 심리만화경] 가끔은 단점이 장점을 돋보이게 하리니
여름은 콩국수의 계절. 긴 대기 줄로 유명한 맛집을 방문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기다림은 가장 맛있는 조미료. 드디어 자리에 앉아 콩국수를 기다리는데, 테이블 위 김치가 어찌나 탐스러워 보이던지. 덥석 집어 먹었다. ‘엇!’ 뭔가 잘못되었다.
혀가 아릴 정도로 강렬한 MSG 맛. MSG야 고향의 맛이자,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하니 큰 문제가 없지만, 너무 선을 넘은 느낌에 실망감이 몰려왔다. 때마침 나온 콩국수. 이미 기대감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기다림이 억울해서 젓가락을 움직였다. 그랬는데, 이게 웬일? 짜릿하고 거친 김치의 맛은 콩국수의 고소함을 배가 시켜주고 있었다. 아! 이래서 맛집이구나. 엉터리 같았던 김치도 모두 계획이 있었던 셈이다.
상반되는 것을 비교하여 그 차이를 강조하는 것, 심리학에서는 대비라고 부르는데, 생각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는단다. 소금의 짠맛이 수박의 단맛을 더 강조해 준다고 한다. 시각적으로도 매우 효과적이라, 매콤한 아귀찜에 올려있는 초록색 미나리는 아귀찜의 빨간색과 대비를 일으키며 매운맛을 시각적으로 더 강조해 준다.
한편, 사람의 매력을 판단할 때도 대비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매사에 완벽한 사람은 실수투성이인 사람보다 전반적으로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매력적인 사람은 매우 유능하지만 가끔 실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가끔의 실수가 본래의 유능함을 더 돋보이게 해 주기 때문이다. 천재 캐릭터를 생각해 보면, 전문 영역에서는 천재성을 보이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뭔가 어설픈 경우가 많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 바둑 기사로 분했던 박보검(사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단점은 콤플렉스이자 스트레스다. 우리는 이를 가리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너무 단점에 얽매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단점도 장점과 대비를 이루어 나를 더 돋보이게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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