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린덴나무 아래서
린덴나무(Linden)의 과학명은 ‘틸리아(Tilla)’다. 우리나라에는 이 속에 ‘피나무(Tilia amurensis)’가 있다. 유럽의 거의 모든 가로수 길엔 이 나무가 심어져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이 나무에 사랑·풍요·죽음을 관장하는 여신, 프레야가 산다고 믿었다. 그래서 임산부는 잎을 모아 베개를 만들어 아이의 무사한 탄생을 기원했고, 이 나무 밑에서 거짓말을 하면 프레야의 저주를 받는다고도 믿었다.
이 나무는 식물학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과도 인연이 깊다. 바로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린네(1707∼1778)로, 그의 성이 바로 이 린덴나무를 뜻하는 스웨덴어다. 칼 린네의 아버지인 닐 인게마손은 독창적으로 자신의 성을 린네나무로 바꿨다. 이런 아버지의 예지력 때문이었을까. 칼 린네는 어린 시절부터 풀과 나무를 너무 좋아해 그의 성경책은 들판에서 꺾어온 식물을 눌러 말린 식물채집으로 가득했다. 부모는 칼 린네가 당시 최고의 지위였던 교회 사제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린네의 성적은 전 과목이 엉망이었다. 실망한 아버지는 칼 린네가 가죽신발 만드는 직업이라도 갖게 하려 했지만, 작고 왜소했던 린네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그의 10대는 진로에 대한 방황으로 얼룩이 졌고, 정신적 불안증에도 시달렸다.
하지만 20대 중반을 넘긴 시점에 희망이 생긴다. 그의 친구가 의과대학 내에서 식물학 공부를 해보라고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친구 집에서 기거하며 공부를 시작한 린네는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옵살라 대학의 식물원 관리를 맡게 된다. 이후 그는 식물학자·교수로 살며, 과학사를 바꾼 식물작명법을 만든다. 그는 자신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파라다이스를 즐길 수 있게 해주어라. 그게 곧 그의 삶을 돌볼 것이다.” 칼 린네가 사제나 가죽신발 장인이 되었다면, 지금의 우리 식물학의 역사는 지금과는 매우 달랐을 게 분명하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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