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1등? 엔비디아 가져” 가성비 앞세운 다크호스…AI 반도체 틈새 노린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칩 시장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질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반도체 업계 ‘다크호스’들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AI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표준을 움켜쥔 엔비디아를 당장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저렴한 AI 반도체를 내세워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 칩을 주로 설계하던 대만 미디어텍이 가장 먼저 서버 AI 칩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5일 대만 경제일보는 “TSMC의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을 이용해 내년 대량생산에 돌입할 것”이라며 “미디어텍은 처음부터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고성능 시장이 아닌, 보급형 수준 시장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텍은 올 1분기 미국 퀄컴을 제치고 출하량 기준 전 세계 모바일 AP 칩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숨은 강자다. 모바일 AP 시장에서도 고가의 퀄컴 칩에 맞서 ‘가성비’ 좋은 칩을 내세워 중국 샤오미·오포·비보와 같은 스마트폰 회사에 대량 공급하며 선두에 올라섰다.
캐나다 텐스토렌트 역시 AI 가속기 신제품 ‘웜홀’을 최근 시장에 출시하며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텐스토렌트는 애플·AMD·인텔에서 핵심 칩 설계를 지휘하며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려온 짐 켈러가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웜홀의 성능은 엔비디아의 주력 AI 반도체인 H100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격이 개당 180만원으로 H100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엔비디아 칩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GDDR(그래픽더블데이트레이트)6을 탑재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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