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자연유산’ 일본 섬에 현대차 전기버스 달린다

최선욱 2024. 7. 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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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며드는 현대차


일본 야쿠시마에서 운행 예정인 현대차 전기버스 ‘일렉 시티 타운’의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일본 가고시마시(市)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2시간을 가면 나오는 야쿠시마(屋久島). 제주도 4분의 1 넓이의 이 섬엔 수천 년 된 삼나무숲을 즐기러 연간 25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1993년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이 섬은 다양한 식물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공해 물질을 최소화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현대자동차의 전기버스가 올 연말부터 이 지역 공해물질 저감에 동참한다. 현대차는 가고시마현을 중심으로 운수·관광업을 하는 이와사키그룹에 전기버스 ‘일렉 시티 타운(Elec City Town)’을 공급하는 내용의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의향서가 계획대로 이행되면 올 4분기 1호차가 전달된다. 내년 1분기까지 공급될 일렉 시티 타운은 총 5대다.

계약 규모가 크진 않지만, 현대차는 이번 계약이 일본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2년 5월 일본 시장에 재진출한 현대차는 지난해 일본에서 승용차 492대를 팔았다. 그만큼 일본에선 신규 사업자로서 품질·브랜드 인지도를 키워가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공세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BYD의 지난해 판매량은 1511대로 이미 현대차를 앞섰다.

이 때문에 전기차의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는 야쿠시마 내 노선버스로 일렉 시티 타운이 선택됐다는 점에 현대차는 의미를 두고 있다. 이와사키그룹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으로 가고시마현 등 본섬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거란 기대도 나온다. 현대차 내부에선 이를 두고 ‘스며들기’ 전략이란 표현도 쓴다. 실제 이와사키의 요시타로 사장은 LOI 체결식에서 “현재 일본엔 중국산 전기버스도 판매되고 있지만 품질 신뢰도가 높은 현대차의 전기버스를 선택하게 됐다”고 힘을 실어줬다.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일본 야쿠시마의 숲길. [EPA=연합뉴스]

이번에 공급하는 일렉 시티 타운은 9m 길이의 전기버스로 1회 충전에 220㎞까지 주행 가능하다. 바퀴의 브레이크 압력과 출력을 제어해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는 시스템, 승객이 타고 내릴 때 주변 접근 물체나 장애물을 감지해 경고하는 안전장치 등도 적용됐다. 현대차는 일렉 시티 타운의 부품 중 95%를 요청 이틀 안에 납품할 수 있는 재고 관리 체계도 내세웠다. 특히 올해 5월 야쿠시마 기존 버스 노선 중 험난하다고 평가받는 2개 코스에서 주행 테스트를 통과해 이와사키 측의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현대차는 전기버스뿐 아니라 아이오닉5도 2022년 일본에 진출시킨 상태다. 현대차는 넥쏘 수소전기차와, 코나, 아이오닉5N 등 전기차만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내년엔 콤팩트 전기차 새 모델을 출시해 수요층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를 원칙으로 하면서 도쿄·교토·나고야·요코하마·오키나와 등 전국 각지에 ‘체험센터’ ‘모빌리티 라운지’ 등 고객 경험 공간을 두고 있다. 한 해 판매량 중 55%(2023년 기준)가 하이브리드 차량인 일본에서 소비자 인식을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현대차 측은 “전동화 선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고, 지속적인 전기차를 선보여 현지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려 한다”며 “동시에 일본의 탄소 배출 저감 정책에도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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