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4800가구로…주공5 안 부럽다
서울시는 최근 송파구 잠실 교통회관에서 장미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신통기획)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밀착 지원하는 제도다. 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비계획을 세울 경우 심의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사업 소요 기간을 절반가량 단축할 수 있다.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공공이 개입해 통상 5년 소요되던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2년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방식은 기획 방식과 자문 방식 2가지로 나뉘는데 장미아파트는 기획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1979년(1·2차), 1984년(3차) 입주한 장미아파트는 세월이 흘러 노후 단지가 됐는데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다른 단지들과 함께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송파구에서는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가 재건축 대장 단지로 꼽히지만 1·2·3차를 합친 장미아파트(3522가구)도 그에 못잖은 규모를 자랑하는 덕분이다.
입지 조건도 잠실주공5단지와 비슷하다. 행정구역상 신천동에 속하지만 한강변에 위치한 데다 2·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과 가깝고 단지 동편으로는 2호선 잠실나루역이 지난다. 잠실대교,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진입도 용이하다. 홈플러스가 단지 가까이에 있고 도보로 10~20분이면 롯데월드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석촌호수에 도착한다. 서울아산병원과도 가깝다. 잠동초와 잠실중이 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는가 하면 잠신중, 신천중, 아주중, 방이중, 정신여고, 잠실고, 잠신고 등이 모두 인근에 위치한다.
이런 호평을 동력 삼아 장미아파트는 여느 한강변 단지처럼 일찌감치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주변 단지에 비해 사업 추진이 더뎠다. 상가 규모가 크고 상가 조합원이 870여명에 달하다 보니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는 소유주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상가 조합원의 경우 재건축을 진행하는 동안 영업을 할 수 없어 재건축 사업에 회의적이거나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미아파트 재건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주공1단지, 주공2단지, 잠실시영아파트는 2008년 각각 ‘엘스’ ‘리센츠’ ‘파크리오’로 탈바꿈했고 내년에는 미성크로바와 진주를 각각 재건축한 ‘잠실르엘’ ‘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들어선다.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70층 재건축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장미아파트는 부랴부랴 주택과 상가의 개발 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는 독립정산제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잡으면서 상가 동의율이 단기간에 올랐고 2020년 조합설립인가까지 받는 속도전을 펼친 덕에 정비구역 해제 위기를 벗어났다.
4800가구 중 70%가 ‘한강뷰’
2021년에는 ‘오세훈표 재건축’으로 불리는 신통기획을 적용해 정비사업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사업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최근 열린 신통기획 주민설명회에서 서울시는 장미아파트에 제3종일반주거지역을 적용해 최고 49층 4800가구로 신축한다는 계획안을 공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수변 지역 개발 상황을 고려해 장미아파트 용도지역을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300% 이하의 용적률, 27% 건폐율을 적용해 지하 3층~지상 최고 49층, 4800가구로 재건축할 방침이다. 대신 주변 도로 체계를 개편하면서 개발 가용지가 19만8000㎡에서 21만3000㎡로 늘었다. 단지 내에 있는 잠실중과 장동초는 현재 자리에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주변과 조화로운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만들기 위해 한강변 첫 주동은 20층 이하로 배치하고 뒤로 갈수록 점점 층수가 높아지는 ‘중첩 경관’을 형성한다. 전체 가구의 60~70%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하고 나머지 가구는 남향으로 설계해 선택지를 넓혔다.
특히 시는 장미아파트 재건축 방향을 ‘도심 속 열린 정원’으로 잡고 다양한 녹지 공간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단지를 동서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보행통로를 기준으로 4개의 정원을 배치한다. 1차 단지 위치에는 커뮤니티시설과 연계되는 원형 정원을 두고 입체 녹지가 형성되도록 했다. 상가가 위치할 단지 바깥쪽에도 공원을 조성하고 옥상에도 공원을 배치한다. 계획안대로라면 단지 내 녹지율은 약 80%에 달한다.
서울시는 오는 8월 중에는 주민 협의를 완료하고 올 하반기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아 정비계획을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허제 구역인데도 실거래 속속
상가는 “우리만 손해” 불만 터져
구체적인 재건축 청사진이 나오자 장미아파트에 관심 갖는 투자자도 많아졌다. 신천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022년 1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장미아파트를 매수하면 2년 실거주 의무 때문에 갭투자가 어려운데도 실거래가 몇 차례 이뤄졌다”며 “지난 주민설명회 이후 매물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장미1차 전용 82㎡(옛 32평)는 지난 6월 29일 21억원(11층)에 실거래됐다. 2021년 고점(23억4400만원)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지난해 상반기 16억8000만원(3층)에도 팔렸던 아파트 시세가 1년여 만에 4억원 넘게 올랐다. 장미2차에서는 전용 118㎡(옛 38평)가 지난 6월 29일 21억7300만원(12층)에, 7월 5일에는 22억2000만원(13층)에, 이어 같은 달 10일에는 22억5000만원(13층)에 차례로 계약서를 썼다.
한껏 기대감이 높아진 장미아파트지만 재건축에 제대로 속도를 내려면 상가 조합원과의 의견 차를 빠르게 좁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당초 장미아파트 재건축은 상가 부지에는 상가만, 아파트 부지에는 아파트만 짓기로 하는 독립정산제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2020년 조합설립 과정에서 상가 조합원도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협의가 됐지만, 대신 동·호수 추첨에선 아파트 조합원에게 우선권을 주고 상가 조합원은 조합원분양가가 아닌 일반분양가로 아파트를 공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으로 개입하는 과정에서 상가 비중을 줄이고 주거 중심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나서면서 상가 소유주들은 상가 이익이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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