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들을 흔드는지…‘배민다움’이 사라졌다 [스페셜리포트]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7.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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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은 2010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10년 넘게 흔들리지 않고 잊지 않고 간직한 것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사장님의 성장이 곧 배민의 성장이라는 우리만의 믿음입니다.”

지난해 말 이국환 전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 대표가 입점 음식점주를 위한 ‘배민사장님페스타 2023’에 참석해 건넨 말이다. 배민은 창업 초기부터 ‘상생’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음식점 수수료율을 경쟁사 대비 낮게 책정·유지한 것도 상생의 일환이었다. 상생 중심의 ‘배민다움’은 배민이 10년 넘게 1등 자리를 지키는 힘이 됐다. 하지만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피인수 이후 배민다움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생과 거리가 먼 ‘유료화’ ‘중개 수수료율 인상’ 등 수익성 제고 전략이 회사를 집어삼키면서다. 배민다움을 강조했던 ‘창업자 김봉진의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고 있다. 이 전 대표 역시 7월 2일 사임했다.

배민이 연이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국내 배달 앱 시장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점유율 우선’ 전략으로 몸집을 불리는 쿠팡이츠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과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민에 무슨 일이?

유료화에 ‘수수료 인상’까지

배민은 오는 8월부터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1플러스’ 가입 입점 업체에 주문 한 건당 9.8% 수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기존 배민1플러스 중개 수수료는 6.8%였다. 3%포인트 인상이다.

음식점주 반발을 우려한 배민은 수수료율 인상과 동시에 업주 부담 배달비 인하 카드도 제시했다. 주문 1건당 최대 배달비를 3200원에서 2900원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보쌈 배달 전문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외식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고정비’인 배달비를 소폭 내려봐야 ‘정률제’ 수수료율 인상분을 메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3만원에 판매되는 메뉴를 예로 들어보자. 기존 배민1플러스 수수료율 6.8%를 적용하면 수수료는 2040원이다. 여기에 최대 업주 부담 배달비(3200원)를 더하면 5240원이다. 추가로 3%의 결제정산이용료(900원)와 부가세(공제된 금액의 10%) 614원을 합산하면 총 6754원이다. 반면 변경된 정책 아래에서는 수수료 9.8%가 적용돼 2940원, 최대 업주 부담 배달비(2900원)를 더하면 5840원이다. 결제정산이용료(900원)와 부가세 674원이 합산되면 총 7414원이다. 기존 대비 9.7% 부담이 커진다. 이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하는 것은 자영업자의 절박한 호소를 매몰차게 외면한 비정한 행위”라며 “(인상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회원사와 소속 가맹점들, 소상공인 업계와 연대해 법적 대응 등 가능한 한 모든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소비자 피해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음식점주 입장에서 수수료 부담을 상쇄할 방안은 음식값 인상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도 “극심한 수수료 부담으로 음식점주는 큰 경영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불가피한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려 전 국민에게 지탄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배민 배지’를 지탄하는 말도 나온다. 배민은 지난 4월 ‘매장과 같은 가격’ 제도를 서울 전역에 확대했다. ‘매장과 같은 가격’ 인증은 배민에서 실제 가게의 메뉴 가격과 배민 앱 판매 가격이 같은지 검증한 후 플랫폼 화면에 인증 배지를 부착해주는 제도다. 배민은 배달 가격이 매장보다 비쌀 수 있다는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자영업자들은 “플랫폼이 가격까지 통제하는 거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한다.

물론 배민도 억울한 지점은 있다. 이번 수수료 인상은 약 2년 6개월 만에 이뤄진 개편이다. 수수료율이 9.8%로 올랐지만, 이는 경쟁사 요기요(12.5%)보다 낮고 쿠팡이츠(9.8%)와 동일하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은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로 (음식점) 사장님 가게 운영에 보탬이 돼왔다”며 “배달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고객 혜택을 강화해 앞으로도 시장을 선도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두고도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중개 이용료율 개편이 메뉴 가격 인상의 주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3년 2분기 외식 산업 인사이트 리포트’를 인용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메뉴 가격을 인상한 외식업주의 90.3%는 메뉴 가격 인상 원인으로 ‘식재료 비용 상승’을 꼽았다. 다만 관련 업계는 해당 보고서가 배민의 수수료율 인상 전 발표된 리포트인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배민은 수수료 인상에 앞서 연이은 유료화 서비스로도 비판받았다. 배민은 지난 7월 1일부터 신규 입점 점포를 대상으로 한 포장 중개 수수료 유료화를 시작했다. 7월 2일에는 고객이 이용하는 ‘배민클럽’ 유료화를 선언했다. 배민클럽은 배달 주문 때 배달팁을 무료로 하거나 할인받을 수 있는 구독제 서비스다. 배민클럽 유료화는 오는 8월 20일부터 시작된다. 월 이용 요금은 3990원으로 결정됐다.

개편 이유 ‘낮은’ 영업이익률?

DH, 아시아 빼면 대부분 적자

배민은 왜 수수료율을 높였을까. 이국환 전 대표 사임 후 임시 대표를 맡은 피터얀 반데피트의 발언에서 가늠할 수 있다. 반데피트 대표는 7월 10일 오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향후 사업 방향을 설명하는 회의를 열었다. 반데피트 대표는 “(아시아 지역) 영업이익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DH가 보유한 지역과 비교해 수익성이 아쉽다는 지적이었다. DH는 현재 5개 지역에서 음식 배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글로보), 아메리카(페디도스야), 아시아(배민, 글로보, 푸드판다), 유럽(푸도라, 글로보, 이푸드, 푸디), 중동·북아프리카(탈라바트, 헝거스테이션, 예멕세페티) 등이다.

반데피트 대표 발언의 사실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DH에서 조정 에비타(EBITDA) 기준 흑자를 내고 있는 지역은 아시아와 중동·북아프리카뿐이다. 에비타는 이자와 세금, 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을 나타낸 숫자다. 조정 에비타는 여기에 각종 일회성 비용을 추가 차감한 수치다. DH가 발표한 ‘트레이딩 업데이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지역 조정 에비타는 3억8500만달러(약 5300억원)다. DH 전체 지역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중동·북아프리카가 3억460만유로(약 4500억원)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유럽과 아메리카 등은 조정 에비타 적자를 냈다. 특히 유럽은 적자 규모가 1억6820만유로(약 2500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DH는 연간 조 단위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삼성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DH 연간 영업손실은 16억5700만유로(약 2조4700억원)에 달한다. 2019년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기록 못한 상태다. 특히 2021년 이후로는 연간 10억유로 이상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아시아 지역, 특히 배민이 기록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998억원과 영업이익률 20.5%는 그야말로 압도적 성과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통상 10%만 기록해도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국내 코스피 상장사 615곳 평균 영업이익률은 4.3% 수준이다.

모회사 부채가 배민에 영향 줬나

대규모 배당 불가피…돈줄 전락

최근 배민의 수익성 제고 전략은 모회사 DH가 처한 상황과 관련 있다. DH는 최근 동남아시아 사업 실패 등으로 부채 부담이 커진 상태다. 이에 지난 5월에는 자회사 푸드판다의 대만 사업부를 우버이츠에 매각, 최근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전환사채(CB) 등을 포함한 지난해 말 기준 총 부채(Liabilities) 규모는 88억3800만유로(약 13조1700억원)에 달한다. 2019년(8억300만유로)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단기성 부채인 유동부채 규모는 29억4400만유로(약 4조3873억원) 수준이다. 전체 부채 총계 자체는 2022년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지만, 유동부채는 오히려 22.5% 증가했다. 부채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자본 총계는 계속해서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 총계는 16억4900만유로(약 2조4774억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535.9%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기업이 보유한 자본 중 부채가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200% 이하를 적정 부채비율로 판단한다.

매년 적자인 탓에 결손금(마이너스 이익잉여금)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기준 88억1100만유로(약 13조2340억원)에 달한다. 결손금은 기업의 순자산이 감소할 때 감소분을 누적해 기록한 금액이다. 향후 기업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결손금부터 우선 상계해야 한다.

DH가 처한 상황 때문일까. 배민은 어느 순간부터 대규모 배당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3월 우아한형제들은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 4127억원을 DH에 배당했다. 올해도 비슷할 전망이다.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53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미처분이익잉여금이 5568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쿠팡이츠와의 출혈 경쟁을 수수료율 인상 원인으로 꼽는데, 대규모 배당 없이 재투자금으로 활용했다면 되는 일이다. 배민이 올해도 재투자 없이 오롯이 배당에 모든 걸 쏟았다면 그야말로 비판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점유율 확대 vs 수익성 개선

‘요기요-배민’ 사례 반복될까

배민은 경쟁사 쿠팡이츠의 추격이 이번 수수료율 인상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지난 3월 26일 쿠팡은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에 한해 배달 서비스를 무제한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유료 회원 약 1400만명을 보유한 쿠팡의 음식 배달 시장 침투는 위협적이다. 이미 서울·수도권에선 배민을 턱밑까지 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적 ‘출혈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배민도 초기에는 맞불을 놨지만 얼마 안 가 배민은 지혈에 나섰다. 출혈 전략이 수익성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배민은 무료 배달이 가능한 유료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내놓고 음식점주를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높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쿠팡이츠는 여전히 ‘점유율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일단 배민과의 격차 좁히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배민은 ‘수익성 개선’으로 방향키를 틀었다. 일각에선 과거 요기요와 배민의 모습을 떠올린다.

요기요는 2018년과 2019년, 40%대 점유율을 유지했다. 배달 앱 시장 주도권을 두고 배민과 요기요의 경쟁이 펼쳐졌다. 하지만 양 사 경쟁은 외부 변수로 끝났다. 경쟁 중 요기요가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당시 요기요 모회사였던 DH는 요기요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면서 기존 ‘점유율 확대’ 전략을 버렸다. 오히려 ‘에비타(EBITDA) 개선’에 집중했다. 더 비싼 값에 매각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이 커지던 시기였지만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수수료를 높였다. 시장이 커지는 시기에 긴축 경영을 펼친 셈이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점유율은 뚝뚝 떨어졌다. 그사이 경쟁자 배민은 치고 올라섰다. 2019년 40%에 달하던 요기요 점유율은 매각 종료 시점 20% 안팎까지 떨어졌다. 한 번 경쟁 지위에서 밀리자 점유율은 이후에도 회복 안 됐고, 현재는 업계 2위 자리도 쿠팡이츠에 내줬다. 당시 요기요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DH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고, 플랫폼 특성상 점유율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무시됐다”면서 “플랫폼 산업 특성상 한 번 주도권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는 건 쉽지 않은 만큼, 배민의 전략 변화가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표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봐도 배민이 정체한 반면 쿠팡이츠는 우상향 중이다. 쿠팡이츠의 2024년 6월 MAU는 733만1248명으로 1년 전(369만2315명)과 비교해 98.5% 늘었다. 같은 기간 배민 MAU는 2152만7994명에서 2213만2089명으로 2.8% 증가에 그쳤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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