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 속출하는데, 윤 정부의 무모함이 두렵다

염형철 2024. 7. 23. 20: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장] 한참 잘못된 물 관리... 댐과 제방은 반복되는 홍수 피해 줄이지 못한다

[염형철 기자]

▲ 서울 강남 폭우, 수해방지판 긴급설치 2022년 8월 8일 밤 서울 강남구 봉은사역 인근 코엑스 입구에서 관계자들이 인근 도로가 물이 차오르자 물막이 치수판을 긴급설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마가 길어지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호우와 태풍에 대비하는 획기적인 대책을 바라는 마음이 절실하다. 국가 재정을 쏟아붓더라도, 환경을 파괴해서라도 해법만 나온다면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다.
 
 출처 : 2022년 재해연보, 2022년 환산가격 기준
 
이런 바람에 기댄 정책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이 그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매년 한 1~2조만 더 보태 공사를 해서, 3년 후에는 앞으로 매년 들어가던 4조가 훨씬 줄어들 겁니다(2009년 11월 27일 '국민과의 대화')"라고 약속했다. 매년 들어가던 치수(수자원) 예산이 4조가 아닌 2조 원 수준이었고, 매년 1~2조를 보탠 것이 아니라 8조씩을 보탠 것이 4대강 사업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치수예산은 줄어들지 않았고, 정부의 물 관련 예산은 50% 이상 폭증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시설물을 관리하고, 독해진 녹조를 줄이기 위해 수질과 상하수도 예산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는 2007년부터 2020년까지의 정부의 예산 변화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명박 대통령의 허언을 확인해 준다(2020년 이후 정부 예산 통계가 없어 생략).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예산이 절약되지 않았을뿐더러 홍수 피해도 줄어들지 않았다. 태풍과 호우가 심하지 않았던 2012년부터 2018을 사이를 제외하면 4대강 사업 전과 차이가 없다. 특이한 것은 피해액에 비해 복구비를 몇 배를 쓰는 것이 점차 관행이 되고 있는데, 재해를 핑계로 대규모 공사를 벌이는 4대강 사업의 논리가 이렇게 살아남았다. 특히나 수해복구 사업은 긴급 사업이라며 사업타당성이나 환경영향평가 등을 생략할 수 있어 개발 기관들과 업체들은 한 판 축제를 벌인다.
 
 출처 : 2022년 재해연보, 2022년 환산가격 기준
 
한참 잘못된 물 관리

인명 피해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당황스럽다. 큰 태풍이나 홍수가 닥친 해에는 어김없이 희생자 수십 명이 발생한다. 도대체 지금까지의 치수 사업이 무슨 소용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지금의 물 관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수해를 줄일 수 있는 답은 없는 것일까?

답이 없을 리 없다. 현재의 물 정책에 잘못이 있을 뿐이다. 물론 너무도 다양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복잡한 사회적 수요까지 총족시켜야 하는 물 관리가 쉽다는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이후의 대규모 투자들이 헛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발생하는 피해들을 막지 못하는 물 관리는 한참 잘못됐다.
 
 출처 : 2017, 2-18, 2019, 2020, 2021, 2022년 재해연보 내용 편집
 
답을 찾기 위해 우선 원인을 살펴보자. 특히 인명피해의 패턴을 보면 홍수 대책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위 자료에서 드러나듯이 대부분의 인명 피해는 산사태 때 매몰되거나 하천급류에 휩쓸리면서 발생한다. 최근에는 시설이 침수되면서 발생하고 있다.
2020년 홍수에서 피해를 키웠던 전남 곡성과 경북 봉화의 산사태는 둘 다 도로공사 절개지에서 시작됐다. 산 중턱에 도로와 임도를 건설하느라 흙을 파헤친 곳에서 산이 무너졌다. 안전관리에 소홀한 공사, 막무가내로 이루어지는 임도 개발만 아니었으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산림청이 울진의 거대한 금강송들을 벌목했다. 어린 소나무를 심었다. 그러자 산사태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 복구한다며 산속에 계속 혈세를 퍼붓고 있다.
ⓒ 최병성
하천 급류 휩쓸림 사고는 특정한 지점이 아니라 곳곳에서 발생한다. 농수로를 점검하다가, 침수된 도로를 건너다가, 하천변 체육시설을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한다. 위험 시설에 대한 관리 부실, 폭우에 대한 예경보 미흡, 피해자들의 대응 부족이 원인이다. 따라서 이들 사고의 해법은 댐이나 제방 같은 구조적 대책이 아니라 홍수에 대비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비구조적 대책이 맞다.

시설의 침수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는 더욱 안타깝다. 2020년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세 모녀는 물이 차오르는 집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비만 오면 잠기는 서울 강남역 일대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하천을 좁히고, 90도로 꺾고, 뚜껑을 씌워서 물이 빠지기 어렵게 한 게 문제다.

게다가 도로 주변 건물들은 다들 빗물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방수벽을 쳐 강남역 4거리의 침수를 가중시킨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들에게까지 도달하는 섬세한 예경보 체계 구축, 공유지의 비극을 방치한 공권력의 무능함을 극복하는 것이 답이어야 한다.

지난해(2023년) 1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의 원인은 더욱 처참하다. 인근에 미호강 교량 공사업체가 공사 편의를 위해 불법으로 제방을 허물었고 여기로 물이 넘치면서 사고가 시작됐다. <조선일보>는 환경단체가 미호강의 준설을 못하게 해 제방이 넘쳤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제방을 철거한 공사업체와 이를 감독하지 못한 기관들이 초래한 인재라고 판결했다. 댐과 제방의 부족이, 준설의 미흡이 아니라 제방 관리 실패가 문제였다.
 
 2023년 7월 18일 오후 충북 청주시 미호천교 아래에 임시제방이 쌓여있다. 지난해 7월 15일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며 강물이 궁평2지하차도를 덮쳐 14명이 사망했다.
ⓒ 연합뉴스
댐과 제방 숫자, 안전 의미하는 것 아냐

댐과 제방은 홍수를 막는 주요 수단이지만, 이들의 숫자가 곧 안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간단했다면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댐과 제방을 건설한 한국에서는 수해가 나서는 안 된다. 도리어 노후하거나 잘못 관리된 시설은 큰 사고의 원인이 된다. 당장 이번 달에도 충북 영동군 법곡저수지가 무너지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나아가 3만4778km의 제방과 1만7318개의 댐과 저수지를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느냐는 질문도 있을 수 있다(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인용).

이런 상황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댐 건설, 제방 확대, 준설, 대심도 터널을 홍수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2024년 환경부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 10년간 답보되었던 홍수방어 기반시설(인프라)을 획기적으로 확대한다"이다. "국가 주도로 댐 건설(10개소), 지류·지천 정비, 도심 빗물터널(강남·광화문) 등을 본격 착수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댐건설부서(수자원개발과)를 신설하고, 수자원 예산을 50% 증액했다.

최근 새로 내정된 김완섭 환경부장관 후보는 한 술 더 뜨고 있다. "그간 소극적이었던 댐 건설과 하천 준설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하고, "4대강 보를 댐, 하굿둑과 연계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도대체 이런 정책으로 어디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인가?

환경정책에 대해 아무런 경험이 없고 낙하산으로 내정된 그가 '홍수 피해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과도하게 시설된 구조물들이 얼마나 많은 예산을 먹는지' 알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실상을 모르는 이가 무모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의 폐해가 걱정이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또한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거대한 예산을 쓰는 환경부의 물 정책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공사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수자원국의 2024년 예산이 1조 8785억 원이고, 소속 직원은 60명이다. 이들 중 행정 지원 인력을 제외하고 나면, 한 명의 직원이 매년 500억 원 이상의 사업을 집행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홍수 대책보다는 막대한 예산을 남김없이 집행할 수 있는 방법(대규모 사업)을 찾는 것이 우선이게 된다.

물 관리 정책, 맞춤형 대책과 유역 중심 정책으로 바꿔야

결국 새로운 물 관리 정책의 방향을 대규모 개발, 중앙 정부 중심에서 맞춤형 대책, 유역 중심의 정책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피해가 있는 곳, 피해를 입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적당한 규모의, 가까이 있는 조직에 의한 보호가 중요하다. 덧붙여서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정책, 소위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을 추가해야 한다. 자연을 극복하려 하기보다 자연의 순환을 보장하고, 사회의 회복 탄력성을 높여 재앙에 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천의 제방을 더 높이 많이 쌓는 것이 아니라 제방을 뒤로 물리거나 농경지를 한시적으로 침수시키는 타협이 있을 수 있다. 제방을 건설하는 비용보다 보험으로 보상하는 비용이 훨씬 적다는 것은 많은 연구들이 뒷받침하고 있는 바다. 위험한 곳에 개발을 금지하고, 위험한 시기에는 사회를 정지 시키는 것도 지혜일 수 있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성난 자연에 적응하는 방법을 일부 배워뒀다.

또한 모든 수해 피해를 정부가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여기면 곤란하다. 수많은 경우에 맞춰 정부와 지자체가 해법을 제공할 수 없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개인들의 판단이 중요하고, 공동체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마치 홍수 대책이 정부만의 업무인 것처럼 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율적 대응을 방해해 역효과만 가져올 뿐이다.

우리사회의 방재 역량은 정부의 역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설과 제도의 힘도 있겠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와 사회의 다양한 관계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평가된다. 무엇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수해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한 방향으로 대응하려는 오만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물개혁포럼 공동대표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