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 대표와 오늘 만찬…선출 직후 통화 "고생 많았다"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은 구호가 아닌 현실이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는 합계 62.8% 지지율로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당심과 민심 모두 경쟁 후보를 압도했다. 한 후보는 80% 비중인 당원투표에서 62.7%를 얻었고, 20% 비중인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63.5% 득표율을 기록했다.
한 후보는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전당대회 내내 지속된 네거티브 공방을 의식한 듯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선과정의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자’고 말씀하셨다”며 “그 한마디가 치열했던 경선 과정의 균열을 메우고 상처를 봉합하는 한마디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맡겨두지 않겠다. 함께 경쟁했던 모든 분과 함께 가겠다”며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경선 내내 혁신과 미래를 강조해 온 한 신임 대표는 이날도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조금만 더 국민의 마음에 반응하고 어떻게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려는 모습 보여드리자”며 “미래를 위해서 더 유능해지고, 그 유능함을 국민들께 자상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고 공감을 얻자”고 호소했다.
한 대표는 이른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공략을 통한 외연 확장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와 상대의 확고한 지지층의 비율이 과거 3대 2였다면, 지금은 2대 3이다”라며 “우리는 외연을 확장해야 하고 그래야 이길 수 있다. 상대는 현상을 유지해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특히 “국민의 사랑을 정말 받고 싶지 않으냐”고 물은 뒤에 “저는 정말 그러고 싶다”고 자문자답했다.
그러면서 “저를 선택하신 당원 동지들이 후회하지 않을 정치, 저를 선택하지 않으신 당원 동지들도 존중하는 정치, 더 나아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분도 고개를 끄덕이는 정치를 하고자 한다”며 “오늘 우리는 폭풍을 뚫고 미래로 간다. 미래로 가는 첫날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한동훈 후보의 압승에 대해 전문가들은 변화를 바라는 보수 진영의 바람이 ‘1973년생 한동훈’에 투영됐다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정 관계나 세대교체의 필요성 등 보수 진영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당원이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 상식에 맞게 보수 진영을 재설정하는 과제를 한동훈이 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고 했다.
무엇보다 향후 당정 관계의 안정적인 관리는 한 대표의 과제다. 지난 1월 ‘윤ㆍ한 갈등’ 이후로도 수차례 윤 대통령과 충돌했던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향후 여권의 정권 재창출과 직결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가 끝난 뒤 윤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다”며 “(윤 대통령도) ‘고생 많았다’고 하시면서 ‘잘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등 전임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초청 대상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등 전당대회 낙선자들도 포함됐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당정 화합 만찬'을 하자고 말씀하셔서 초청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도 3실장과 수석급 이상 참모 전원이 참석한다.
당내 친윤계와의 관계 회복도 관건이다. 여전히 당 다수 세력인 친윤계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중립을 지키거나 원희룡 후보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의 ‘순직해병 특검법’을 한 대표가 추진한다고 해도, 다수 현역 의원이 반대할 경우 자칫 한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릴 수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한 대표가 당내 혁신과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김건희 여사의 검찰 조사 등 현안에 대한 한 대표의 입장이 당정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실에도 할 말은 하라’는 지지층 요구가 확인됐지만, 자칫 윤 대통령과 정면충돌할 경우 여권 전체가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또한 적지 않다. 실제 지난 1월 ‘윤·한 갈등’ 역시 “법 앞에 예외는 없다”라는 김건희 여사 특별법에 대한 한 대표의 발언에서 촉발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의식한 듯 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검찰 조사’와 관련해 “영부인에 대한 직접 조사로 수사가 종결될 수 있는 전기가 새로 생겼다”면서도 “다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과정에 대해 국민께서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대표를 선택한 당심엔 보수 진영이 분열하지 않으면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 달라는 앙면적 요구가 담긴 것”이라며 “정치란 바깥 적과 싸우는 것보다 자기 진영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더 본질이지 않을까. 정치인 한동훈이 진짜 시험대에 섰다”고 말했다.
김기정·윤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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