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교복은...' 강원도교육청의 희한한 보도자료

김홍규 2024. 7. 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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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비 지원 내실화' 연구 용역 결과 발표, 논리 허술하고 교육청은 한 술 더 떠 '왜곡'

[김홍규 기자]

 광주 남구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반소매 여름 교복 차림으로 등교하고 있다. 2020.5.20
ⓒ 연합뉴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7월 17일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존 교복은 간소화하고 편한 교복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등교할 때 선호하는 복장'에 대한 질문에 보호자 70.8%와 교원 70.2%가 '생활형 교복'을 꼽았다. 학생들은 '사복' 선택이 가장 많았다. 50.3%였다. 두 번째 순위인 '생활형 교복' 23.9%보다 두 배 이상이다.

도 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 교복의 필요성에 대하여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기존 교복 간소화 및 편한 교복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라고 발표했다.

기자는 7월 22일 담당자와 인터뷰 했으며, 연구 보고서를 전자우편으로 받아 살펴봤다. 연구 보고서는 조사 결과의 핵심을 벗어나는 결론을 내리거나 일방적 주장을 근거 없이 내세우는 등 허술했다. 도 교육청 보도자료는 한 걸음 더 나가 연구 결과와 다른 주장을 폈다.

허술하고 이상한 연구용역 보고서
 
▲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연구> 표지 강원도교육청이 의뢰한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연구> 보고서 표지
ⓒ 강원도교육청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연구 책임자는 춘천교대 서순식 교수다. 한국항공대학교 책임연구원 양희원과 방산초 교사 최을용 두 명이 공동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에서 밝힌 연구 목적은 다음과 같다.
 
이 연구는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소속 중·고등학교의 개별 교복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원들의 인식을 조사하여 교복 관련 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교복 착용률을 높여 교복비 지원 사업의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행하는 연구임. 이를 위한 구체적인 연구의 목표는 다음과 같음.
- 첫째, 교복을 착용하는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소속 중·고등학교의 2, 3학년 학생, 학부모, 교원들을 대상으로 교복 착용과 관련된 인식을 조사하고 교복 착용 활성화 방안 의견을 수렴함.
- 둘째,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교복 착용을 활성화하고 교복비 지원 사업을 내실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제안함.
(서순식·양희원·최을용, 2024년 6월,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2~3쪽)
 
이 연구 핵심은 '학생, 학부모, 교원 인식 조사'다. 연구 내용과 결과도 설문조사와 분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또 하나의 연구 목적이다. "교복 착용률을 높여 교복비 지원 사업 효과성을 확보"한다는 부분이다.

'교복 관련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이 핵심 연구 목적이라면, 당연히 '교복 필요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설문조사 문항에도 이를 묻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교복 착용'을 전제한 조사는 객관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아무리 돈을 받고 하는 '용역'이지만, '연구'라는 이름을 쓰기에 민망하다.

연구 보고서가 연구 목적에서 '교복 유지'라는 교육청 '용역 지시'를 드러냈다는 문제 이외 황당한 해결 방안도 눈길을 끈다. 다음은 보고서가 결론 부분에서 학교가 할 일로 제시한 내용 일부이다. 교육대학 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고 교사가 공동 연구자로 참여한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버젓이 들어 있어 놀랐다.
 
▲ 연구용역 보고서 결론 강원도교육청이 의뢰한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연구> 보고서 결론 부분 일부이다.
ⓒ 강원도교육청
 
교복 착용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함. 엄격한 규정과 상·벌점 제도를 마련하여 적용하는 것을 통해 교복 착용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면 교복 착용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임
(서순식·양희원·최을용, 2024년 6월,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179쪽)
 
상·벌점 제도는 여러 가지 심각한 교육적 문제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 오래전 퇴출됐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전통적 '자극-반응' 이론에 토대를 둔 대표적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창의성과 학생 주체성을 말하는 시대다. 2024년 교육청이 의뢰한 보고서에 퇴행적 주장이 담겼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강원교육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교복은 학생들의 의복 구매 비용을 완화하고 고가의 의복 착용에 따른 학생 간 위화감을 낮추며, 학생의 신분을 드러냄으로써 탈선을 방지하고 보호하는 효과가 있음. 이러한 이유로 교복은 오랜 시간 동안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
(서순식·양희원·최을용, 2024년 6월,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1쪽)
 
연구 보고서 첫 문단이다. 아무런 인용 표시도 없는 일방적 주장이다. 근거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보고서 17~23쪽에 있는 각 시도 교육청 자료는 두 쪽을 조금 넘긴 참고문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줌(ZOOM)으로 면담자 15명(학생, 보호자, 교원 각각 5명씩)을 모두 합해 5시간 면담한 것을 '심층 면접'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귀여운 수준이다. 이들 면담 자료와 설문조사 개방형 질문에 나와 있는 소수 의견은 학생 응답자만 1만 2000여 명에 달하는 설문조사 결과보다 비중 있게 다뤘다.

한 걸음 더 나간 강원도교육청
 
우선 설문조사 결과 교복의 필요성은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 보통 정도로 인식하였으며
(서순식·양희원·최을용, 2024년 6월,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표지 다음 쪽에 있는 '요약' 일부)
 
위 인용문은 보고서 표지를 넘기면 바로 나오는 '요약'에 있는 내용이다. 보고서 5장 '요약 및 결론' 부분 일부인 177쪽에도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 강원도교육청은 보도자료에서 이 부분을 다르게 표현했다.
 
설문조사 결과 교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생과 교원은 '보통'(5점 척도 기준 각각 2.92점과 3.33점), 학부모는 '필요하다'(3.64점)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도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 교복의 필요성에 대하여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으로 파악
(강원도교육청 2024년 7월 17일 보도자료, <도교육청,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 발표> 일부)
 
'매우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보통이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라는 선택지를 5점 척도로 고쳐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더구나 '보통이다'라는 응답 해석은 더욱 그렇다. '보통이다'가 3점이고, 3점을 넘었으니 '필요하다'라고 파악한 것은 왜곡이다. 도 교육청 논리 전개를 따라가더라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려면 4점 이상이어야 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는 도 교육청 관계자들이 보고서 첫 장이나 넘겨봤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 강원도교육청 보도자료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17일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 강원도교육청
 
연구 보고서 자체 문제가 많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두 가지 문제를 지나치기 어렵다. 첫째, 도 교육청 주장과 달리 학생은 물론 보호자와 교원 절대다수가 '지금의 교복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부모와 교원도 '정장형 교복'이 아닌 '생활형 교복'을 1순위로 꼽았다. 생활형 교복 선택은 '교복 필요성 공감'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둘째,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답변 결과를 왜곡한 부분이다. 학생들은 압도적으로 자유복(사복)을 원한다고 했다. 사복 50.3%, 생활형 교복 23.9%, 정장형 교복 14.7%, 체육복 11.1% 순이다. 그런데 도 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 교복이 필요하다고 자의적으로 "파악"했다. 모순된 주장이며, 설문조사 결과 왜곡이다.

교복은 학생이 입는다. 강원도교육청이 가장 귀 기울여 의견을 들어야 할 당사자다. 학생은 가장 중요한 학교 구성원이다. 학생의 주장을 무시하고 펴는 정책이 '교육'이 될 수는 없다.

도 교육청 용역 보고서에는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불편함'을 꼽았다. 학생, 보호자, 교원 모두 같다. 이런 상황인데도, '교육청이 사줬으니 입으라!'라고 주장하는 학교장들을 만난 적이 있다. 

어떤 이들은 다른 학생들이 교복을 입지 않아서 교복을 입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원들도 51.5%가 학생들이 교복을 입지 않는 이유를 '학교생활 불편'에서 찾았다.

교복을 입는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 착용 의무' 때문이라는 응답이 보호자 59.8%, 교원 66.2%였다(서순식·양희원·최을용, 2024년 6월,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77쪽, 123쪽). '등교 시 옷 선택 고민 없음'이라는 응답보다 2.1배, 2.9배 많은 대답이다(서순식·양희원·최을용, 2024년 6월, <학생 교복비 지원 내실화 방안>, 80쪽, 126쪽).

근본 문제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관행적 사고
 
어쨌든 (교복) 필요성은 보통 이상으로 다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강원도교육청 교복 담당자 인터뷰 일부)
 
7월 22일 강원도교육 교복 담당 주무관이 한 말이다. '교복 필요성' 관련한 도 교육청 보도자료가 사실과 다른 '논리 비약'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면서 한 대답이다.

교복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교복지원비를 정하고, 교복 디자인을 정한 다음 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교육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입만 열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이야기하는 교육 당국과 이른바 교육 전문가들이 교복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고루하다.

'교복은 입혀야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러 교육자와 관련 기관들이 '학생 주체성'을 강조한다. '주체성'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교육 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현실과 과정 안에서 생겨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학생의 의견을 핵심에 두지 않는 교육은 존재할 수 없다.

교복은 입을 수도 있고, 안 입을 수도 있다. 왜, 모든 학생이 입지 않는다고 선언할 때까지, '학생들 모두가 강제로 입어야 한다'라는 결론만 강요하는가. 그토록 강조하는 '맞춤형 교육', '개별화 교육'이 바로 이럴 때 필요하다. 다양한 학생 사람을 하나의 틀에 맞추려는 시도 자체가 교육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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