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었음 237만명' 통계의 의미

김희경 2024. 7. 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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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제외 모든 연령대에서 늘어... 구직단념자 증가서 이유 짐작

[김희경 기자]

최근 제목에 "'그냥 쉬었음' 237만명"이란 문구가 담긴 기사가 났다. '팍팍한 세상 그냥 쉰 사람이 이렇게도 많구나'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기사들은 실업률 최저, 고용률 최고라는 기사다. 그냥 쉰 사람들이 많으면 실업률은 올라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쉬었으면 쉬었지 통계에서 '그냥 '쉬었다는 것은 뭘까? 쉰 것을 강조해서 '그냥'이라고 붙인 것일까?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쉬었음' 통계

'쉬었음' 통계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나온다. 이 조사는 전국 3만6천가구의 15세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국민의 경제활동(취업, 실업, 노동력 등) 특성을 조사함으로써 거시경제 분석과 인력자원의 개발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쉬었음' 통계는 '경제활동인구 조사표' 37번 문항과 관련 있다.
   
 경제활동인구 조사표 37번 문항
ⓒ 통계청
이 37번 문항은 29번 "지난 4주내에 직장(일)을 구해 보았습니까?" 질문에 "구해보지 않았음"이라고 답하고, 33번 문항인 "지난주에 직장(일)을 원하였습니까?"에 "원하지 않았음"에 응답한 사람이 답하는 문항이다. 따라서 직장(일)을 구하지도 않고, 직장(일)을 원하지 않은 사람이 답하는 것으로 이들은 통계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조사대상 주간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만 15세 이상인 자"이다. 결국 "쉬었음"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이다. 경제활동인구이냐 비경제활동인구이냐의 구분은 취업하려는 마음과 의지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다. 취업을 하려고 하는 마음과 의지가 있어 취업하면 '취업자', 취업하지 못하면 '실업자'가 된다. 실업자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아니라 경제활동인구이다. 그래서 쉬었음이 237만명이라도 실업률이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실업자'가 통계에서 "비경제활동인구"가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두자.

"쉬었음" 통계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가 무엇 때문에 쉬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한 결과인 것이다.

왜 쉬었냐구?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취업할 마음과 의지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왜 쉬었는지를 37번과 같이 묻고 있다. 그 결과는 2024년 기준으로, 비경제활동인구는 주로 육아, 가사, 통학, 연로, 심신장애, 그 외의 사유로 쉬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가사로 37.1%, 통학 20.5%, 그 외 19.2%, 연로 15.8%, 육아 4.5%, 심신장애 2.9% 순이다. 취업할 마음도 없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사람들 100명에게 왜 그랬다고 물으니 37명은 가사를 이유로, 21명은 취업준비를 위한 학원 통학 등을 이유로, 16명은 나이가 많아서, 5명은 육아로, 3명은 심신장애를 이유로 들었다. 

그냥 쉬었어

그렇다면, 비경제활동인구중 '쉬었음'도 알았고, 쉰 이유도 알았다. 그러면 '그냥 쉬었음'은 뭘까? <표1>'지난주에 주로 무엇을 하였습니까?'질문에 "11. 쉬었음"에 답한 사람들을 "그냥 쉬었음"으로 표현한다. <표1> 질문은 모두 '쉰'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사, 통학 등의 이유를 선택하지 않고 '쉬었다'항목을 선택한 사람들을 '그냥 쉬었다'고 구분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그냥 쉬었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첫째, 일할 마음도 없고 일을 구할 마음도 없는 상태에서 어떤 이유도 없이 말 그대로 그냥 쉰 인구가 237만 4천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둘째, 작년에 비해서 올해 비경제활동인구들이 왜 쉬었는지에 대한 답 중 가장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쉰 사람들 중에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들의 비율은 2023년에 비해 2024년에 13만 1천명, 0.8%p 증가하였다. 이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2024년 6월, 20대 중 '그냥 쉰'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만8000명(10.6%) 증가하여 39만5000명을 기록했다. 30대의 경우도 '그냥 쉰' 인구는 2만9천명(11.3%) 증가하여 28만5000명이 되었다. 40대는 작년 23만 3천명에서 26만 5천명으로 13.7% 증가하였다. 50대는 33만 4천명에서 9.0% 증가하여 36만 4천명으로 증가했다. 60세이상을 제외하고 15세-19세, 20대, 30대, 40대, 50대에서 모두 늘어났다.
 
 쉬었음 응답 비경제활동인구
ⓒ 통계청
 
왜 그냥 쉬었냐구?

237만 4천명은 왜 그냥 쉬었을까? 여기에서 그 이유를 모두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구직단념자'의 증가에서 그 이유를 어림짐작 해 볼 수 있을 것같다. 구직단념자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희망과 취업가능성이 있으나 아래의 사유(노동시장적 사유)로 지난 4주간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자 중 지난 1년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자이다.

노동시장적 사유란, ①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②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③ 근처(주변)에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④ 교육, 기술, 경험이 부족해서, ⑤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많다고 고용주가 생각할 것 같아서, ⑥ 이전에 찾아 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을 말한다. 2024년 구직단념자는 37만 2천명으로 작년보다는 남, 녀 모두 늘어났는데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많이 증가하였다.

그냥 쉬었는데 자꾸 이유를 묻는다면 그냥 쉬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할 것 같다. 분명한 건 그냥 쉬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주변의 사람들은 더욱 쉴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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