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한' 못넘었다…유례없는 난타전에도 나경원·원희룡 쓴맛
여당 전당대회 역사상 유례없는 난타전을 벌였지만, 대세론을 넘진 못했다. 국민의힘 나경원·원희룡 당 대표 후보가 23일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의 과반을 저지하지 못하고 쓴 잔을 받아들였다. 책임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한 대표는 62.8%, 원 후보 18.9%, 나 후보 14.6%, 윤상현 후보 3.7% 순이었다.
이날 단상에 오른 나 후보와 원 후보는 두 손을 맞잡고 굳은 표정으로 개표 결과를 기다렸다. 한 대표의 당선이 확정되자 나 후보는 이내 미소를 짓고 한 대표와 포옹했고, 원 후보도 한 대표와 포옹하며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나 후보는 “새로운 지도부와 힘을 합쳐 당내외 여러 위기 요인을 극복하겠다”고 밝혔고, 원 후보는 “제가 부족한 탓에 당원 동지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입장을 냈다.
원 후보는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만 해도 친윤계의 조직적 지지를 등에 업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도 무반응) 논란, 사적 공천 의혹 등을 앞장서서 제기하며 한 대표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원 후보는 4월 대통령실 개편 국면에서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최근 치른 선거로만 좁히면 고전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4위를 기록했고, 4월 총선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안방인 인천 계양을에서 8.7%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당 대표 도전장을 냈지만 고배를 마셨다.
원 후보 측은 “총선과 전당대회를 연이어 치르며 체력 소모가 심했다. 당분간 쉬면서 재정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원 후보가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중진인 만큼, 향후 여권에서 역할을 맡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원 후보는 이날 “앞으로도 특검과 탄핵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2021년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돌풍’에 밀려 2위, 지난해 전당대회에선 친윤계와 충돌하며 중도 사퇴했던 나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한동훈 대세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나 후보는 전당대회 막판 터진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논란으로 한 후보와 거친 공방을 벌였다. “본인 사건을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했다”는 한 대표의 저격성 발언에 나 후보는 “모욕적”이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나 후보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각에서 일었지만, 판세를 뒤집기엔 힘이 부쳤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나 후보의 정치적 위상은 꺾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나 후보는 야권이 압승한 4월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집중 견제를 받고도 서울 동작을에서 승리했다. 향후 여야 대치 전선(戰線)이 국회로 옮겨가면, 여성이자 수도권 5선인 나 후보의 정치적 공간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나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배운 것을 당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저의 자산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후보는 4위를 기록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과 심한 갈등을 빚지 않았기에 정치적 타격은 가장 덜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는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 국회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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