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 때도 타로 보는 남편, 오은영도 황당해 한 사연
[이준목 기자]
▲ 방송 갈무리 |
ⓒ MBC |
점술(占術)과 빙의(憑依)도 부부 솔루션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프로그램 최초로 타로가 부부 갈등의 원인으로 거론된 이색 부부가 등장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우리의 길잡이 혹은 장애물, 타로부부'편을 통해 초자연적인 갈등 뒤에 숨겨진 부부의 예상치 못한 반전이 그려졌다.
이승수-강유진 부부는 세종에 거주하며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 결혼 10년 차 40대 부부다. 부부는 온라인 사주카페에서 처음 만나 호감을 키우다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아내는 "남편이 매사를 타로(Tarot) 카드를 통한 점술에 의지해 결정하면서 부부간의 상의가 없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반면 남편은 "아내와는 대화가 전혀 되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출근 후 타로카드부터 펼치는 남편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쑥뜸원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은 출근 후 사무실에 앉자마자 곧바로 타로 카드를 펼쳐서 점을 보며 그날의 주식 운세부터 파악했다.
남편은 "과거 고시를 준비했다가 실패한 이후 약 2007년경부터 사주와 타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도구가 됐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점심 메뉴를 고르거나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 혹은 아내와 대화할 때 차를 마실지 술을 마실지 등과 같은 일상적인 선택도 타로에 의존했다. 아내는 이런 남편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부부는 저녁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다. 남편은 막대한 빚만 남긴 쑥뜸원을 정리하고, 현재 사주타로카페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불확실한 사업구상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남편은 미안하다면서도 자신의 사주팔자를 들먹이며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내 복이 여기까지인가 보다"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남편의 타로 맹신이 절정을 찍은 사건은 주택 구매였다. 남편은 직접 가보지 않고, 오직 타로만 보고 부동산 계약을 맺었고, 가족들은 자신들이 거주할 집을 입주 당일날에야 처음으로 봤다. 심지어는 결혼식 준비에서 신혼여행, 아내의 임신과 출산일조차도 일일이 타로와 사주 점괘에 따라 맞추려고 했다. 오은영 박사와 패널들은 믿기 어려운 사연에 황당해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 방송 갈무리 |
ⓒ MBC |
본래 남편은 수학과를 졸업했으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실패도 겪고 사람들에게 배신도 당하며 자연스럽게 타로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경험해보니 맞는 부분이 많으니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나. 타로는 제게 옳은 선택을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라며 타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마음의 상처를 겪는다. 그게 너무 힘이 들면 다시 무언가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회피하게 된다. 남편은 타로에 의존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남편은 오은영의 지적에 수긍하지 못하고 "어떠한 선택을 할 때 무조건 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남들처럼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본 후 타로를 추가하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남편은 "악플이 달려도 상관없다. 나는 15년 이상 타로를 경험했는데 잘 맞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경험 안 해보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타로를 보는 이유는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반박하며 여전히 타로에 대한 굳은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남편의 말을 들은 오은영 박사는 남편의 타로 맹신과 집착이 불러온 진짜 문제로 '부부간의 소통'을 꼽았다. "부부는 일상생활의 여러 문제를 함께 해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남편이 모든 것을 타로로 결정하는 동안 부부간의 소통과 신뢰는 사라졌다. 배우자가 그런 부분이 힘들다고 이야기할 때는 심사숙고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남편은 오은영 박사의 날카로운 지적에 선뜻 답변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아내는 "남편이 의견이 다를 때 내 이야기에 잘 수긍하지 않는다. 사업이 잘 안되고 있는데 경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저도 일 안 하고 놀겠다는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부부의 갈등이 깊어지게 된 또 다른 이유는 '2000/60'사건이었다. 부부는 결혼 전 시댁으로부터 투자했던 잠실 아파트를 팔아 신혼집을 마련하겠다고 약속받았다. 하지만 나중에 집값이 올라갈 것을 직감한 시아버지는 "보증금 2천에 월세 60짜리 집을 구해서 잠시 지내다가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집을 사서) 들어가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아내는 시아버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격분했고, 결국 남편이 중재에 나서서 원래 계획한 대로 아파트를 팔고 자가로 들어가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나중에 처분한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알게 되면서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시댁과 집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아내는 신혼 초에 집이 없어서 쑥뜸원에서 남편의 일을 도우며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아내는 그 시절의 설움을 토로했다. 아내에게는 시댁이 아무 말이 없다 수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갑자기 월세살이(2000/60)를 제안한 게 서러운 기억으로 남았다.
남편은 "결과적으로 잠실 아파트를 팔고 집을 구했다. 아내가 원하는 대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며 "그런데 아내는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시댁에서 2000만 원에 60만 원짜리 월세에 들어가 살라고 했다'면서 시댁을 원망한다"며 아내를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아내가 원한 건 신혼 초에 느꼈던 설움과 상처에 남편이 공감해 주는 것이었다.
타로 부부, 불통의 원인은...
이를 두고 오은영 박사는 "남편은 '결국 난 약속을 지켰잖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아내는 '그때 나 되게 고생하고 힘들었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내 입장에서는 고생에 대한 표현을 듣지 못하고 월세살이에 대한 통보를 들었으니 섭섭했을 것이다. 아내는 남편은 나의 헌신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패널들은 "헌신한 아내를 위한 충분한 공감과 인정이 없었던 게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내가 원하는 것은, 남편이 '주인공'으로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작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타로나 아버지의 뒤로 숨는 듯한 남편의 성향을 꼬집었다. 아내도 오은영의 분석에 깊이 공감했다.
한편, 아내에게도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부부가 대화를 나누던 중 아내는 심기가 불편해지면 자꾸 대화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남편은 "아내가 과거에 서운했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면서 주제가 핵심을 벗어나게 된다"며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남편은 부부싸움을 하다가 아내가 '빙의'을 일으켰다는 일화도 밝혔다. 남편의 주장에 따르면 부부싸움을 크게 하고 잠든 날, 새벽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눈을 깼더니 아내와 평소와 다른 낯선 말투를 쓰고 이성을 잃은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비슷한 상황이 몇 번이나 벌어졌고, 심각할 때는 부부간 몸싸움으로 이어지며 경찰까지 출동한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남편의 빙의 주장을 신뢰하지 못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내의 증상이 빙의가 아닌 '해리 현상(解離, Dissociation)'일 수 있다"고 짚었다. 해리 현상은 의학적으로 기억과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갑작스러운 의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해리 현상을 일으키면 정체성이 갑자기 여러 개로 느껴진다거나 기억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 오은영 박사는 "강한 스트레스나 정신적 고통이 해리 현상의 원인이 된다"며 "비슷한 증상이 또 나타날 경우 전문의와 상담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부부의 대화법을 분석했다. 아내는 보통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대화에서 서두가 지나치게 길고 장황한 스타일이었다. 아내는 '남편을 위하여 헌신했다'는 말을 하기 위해 "10년 동안 미용실에 3번 갔다"는 일화를 꺼냈다. 아내는 그만큼 알뜰하게 살면서 남편의 일을 우선순위로 생각했다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갑자기 주제에서 벗어난 '미용실'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도 민망한 웃음을 터뜨리며 오은영의 분석을 인정했다.
심리검사에서 이 부부의 공통점이 드러났다. 부부 모두 사람에 대한 불신이 높고 사회적 민감성이 낮아서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는 지극히 무관심하고 공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성향이었다. 또 부부 모두 상대방의 의견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부부를 위한 힐링리포트가 내려졌다. 오은영은 먼저 타로에 의존하는 남편에게 "우리는 삶에 대하여 불확실성이 있을 때 뭔가 더 의지가 되는 힘에 의존한다. 그런데 그러한 의논과 의지의 도구가 다양해져야 한다. 경제와 미래 문제는 배우자와 의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오은영은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웬만한 일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결과가 나빠도 실수를 통하여 배워나가는 것"이라고 남편을 위한 조언을 전했다.
또한 아내에 대해서는 "기승전결에서 결론을 먼저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전달하고 싶은 핵심은 먼저 이야기하고 이후 뒷받침한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부부의 대화가 상처만 남기고 풀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조언하며 변화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간 부부는, 오은영의 조언대로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다. 부부는 서로에게 그동안 못다 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며 새로운 미래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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