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외식업주들까지 나섰다…'수수료 인상' 배민이 쏘아올린 공

어환희 2024. 7. 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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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외식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중개 수수료 인상안을 발표한 후 연일 역풍을 맞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현장 조사에 이어 외식업주들,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무슨 일이야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배달몰아주기'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전 참여연대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소상공인 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배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배민은 음식점에 부과하는 중개 수수료를 현재 6.8%에서 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단체들은 배민이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알리지 않은 채 입점 업체들을 ‘배민배달’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고 입을 모았다. 배민배달은 수수료를 걷을 수 있는 배민의 자체배달 서비스. 배민이 배민배달을 이용하게끔 배달비 할인이나 할인쿠폰을 지원하면서도, 수수료 없이 업체가 자체적으로 배달하는 ‘가게배달’은 홈 화면에 작게 표시하는 등 부당한 차별행위를 했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배민이 업체의 배달비 결정권을 빼앗고, 최소주문금액·할인 혜택 등을 다른 배달 앱보다 불리하게 설정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등 경영간섭 행위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피세준 굽네치킨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배민 측 요구를) 받아들이다 보니 음식값을 올리지 않으면 가게 운영이 힘든 상황이 됐다. 최종적으로 피해자는 소비자가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경민 기자


이게 왜 중요해


다음 달 9일부터 인상되는 배민의 수수료는 9.8%다. 경쟁사인 쿠팡이츠(9.8%), 요기요(12.5%)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인상 후 후폭풍이 거센 건 배민이 월간 활성 사용자(MAU) 기준 업계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여서다. 플랫폼의 락인(Lock-In·붙들어 두기) 효과로 시장 초기 다수의 입점 업체와 소비자를 확보한 배민은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시장에서 배민이 갖는 무게감이 큰 만큼 이번 수수료 인상은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배민이 최근 2년간 대규모 영업이익(2022년 4241억원, 2023년 6998억원)을 낸 점도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배민 인수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배민 본사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라이더유니온 등 단체들은 집회를 열고 “배민은 입점 업체의 수수료·배달비 부담으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그 중 절반 넘게 독일 모기업에 배당했다. ‘배달의민족’이 아니라 ‘게르만민족’, ‘빨대의 민족’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경민 기자


배민 내부는


현재 배민은 피터얀 반데피트 사내이사가 임시로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달 초 ‘일신상의 이유’로 이국환 전 대표가 갑작스레 사임했는데, 이를 두고 수수료 인상을 압박하는 DH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배민 측은 이 전 대표의 사임에 대해 “DH의 수익성 압박과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내부에선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배민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에 대해선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찬반의 목소리가 있는 편이지만, 모기업 DH의 경영 방식은 대체로 공통된 불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배민은 다음 달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신임 대표를 선임할 예정이다.

배달의민족은 다음 달 9일부터 외식업주가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를 음식값의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한다. 뉴스1


앞으로는


후폭풍은 배민을 넘어 배달업계 전반을 향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7일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주요 배달 플랫폼 3사의 불공정 행위 정황을 포착하고 현장 조사에 나섰다. 한국소비자원은 23일 최근 1년 이내 배달 플랫폼 3사를 이용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리뷰 관련 소비자들의 불만은 총 411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대상 사업자에게 별점 기반 리뷰 시스템 개선 등을 권고할 방침이다.

같은 날 정부와 배달 플랫폼 4사(배민·쿠팡이츠·요기요·땡겨요), 입점 업체가 함께 하는 상생협의체도 출범했다. 협의체는 입점 업체들이 안건을 제시하고, 주요 배달 플랫폼들과 함께 논의 및 합의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업체들은 수수료 부담 완화 및 투명성 제고 방안, 불공정 관행 개선 등의 안건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논의 결과는 오는 10월 중 나올 예정이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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