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보단 낫지만…해리스가 트럼프 이길 수 있나, 약점 셋

이승호 2024. 7.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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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대트(어차피 대통령은 트럼프)’ 구도에 균열은 일으켰지만 아직은 열세. "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후 민주당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현 상황이다. 민주당 내 ‘반(反) 트럼프’ 바람을 다시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승부처인 경합주 판세가 오리무중인데다 대중 인지도 등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지는 것이 현실이다.

해리스는 ‘바이든 사퇴 효과’ 속에 트럼프의 대항마로서 입지를 빠르게 굳히고 있다. 미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전국 지지율에서 트럼프(47%)보다 2%포인트 낮은 45%를 기록하며 오차범위(±2%) 이내로 따라붙었다. 바이든의 사퇴 이후 이뤄진 첫 조사다.


바이든 사퇴 효과…“반트럼프 연합 새 에너지”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한 어린이가 "고마워요 조"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AP=연합뉴스
모닝컨설트는 “바이든 사퇴 후 민주당 지지층이 해리스로 쏠리면서 내부 분위기 전환이 뚜렷하게 감지됐다”며 “해리스는 민주당 유권자를 단결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에너지’가 됐고 해리스 상승세가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의지를 다시 일으키는 계기도 형성되는 분위기다. 미 ABC방송은 “유권자들은 전반적으로 해리스에 대해 구체적인 견해가 없다”며 “이로 인해 바이든을 뽑고 싶지 않은 (민주당) 유권자들이 해리스로 뭉치며 반 트럼프 연합을 재건할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옥 기자

특히 비호감도 면에서 해리스가 바이든과 트럼프에 앞선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21일 ABC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해리스에 대한 비호감도는 46%로, 바이든(55%)이나 트럼프(51%)보다 낮아 표심 확장 가능성이 해리스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유색인종·여성 지지…고령 리스크 자유로워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가 해리스의 그림이 그려진 선거 피켓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색인종과 여성, 중도층 등에서 트럼프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도 해리스의 강점이다. 지난 2일 CNN이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도 트럼프는 47%, 해리스는 45%로 오차 범위(±3.5%) 내 접전이었는데, 여성 유권자의 50%가 해리스를 지지해 트럼프(43%)보다 앞섰다. 중도층에서도 43%의 지지를 받으며 해리스가 트럼프(40%)보다 우세했다. 동일 집단에서 바이든(34%)과 트럼프(44%)의 격차가 10%포인트 차이였던 것과 대조적 모습이라고 CNN은 전했다. 유색인종 지지에선 58%를 얻은 해리스가 트럼프(29%)를 한참 앞섰다.

고령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의 사퇴로 트럼프가 ‘역대 최고령 대선 후보’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나이와 건강에 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공화당은 이제 트럼프가 바이든과 경쟁할 때 피할 수 있었던 나이·건강 문제에서 집중 공격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아직은 ‘어대트’ 구도…인지도도 불리


2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래드포드대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트럼 전 대통령의 피격 당시 사진을 담은 티셔츠를 입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럼에도 현재 선거 판세가 해리스에 불리한 건 사실이다. 일부 오차범위내에 접전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곤 해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트럼프에 뒤지고 있다. 선거 승패에 결정적인 경합주(swing state)에선 트럼프-해리스 간 대결에 대한 조사 결과가 많지 않다. CNN은 “주요 경합주에서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며 “향후 몇 주 안에 유세 과정에서 해리스가 흔들린다면 민주당은 국가직무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대선 후보에 올렸다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인지도도 문제다. 모닝컨설트는 “해리스가 대선 국면을 재편할 수 있을지는 바이든보다 덜 알려진 그가 어떻게 자신을 (대중들에게) 마케팅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2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호감’이 32%, ‘비호감’이 53%, 심지어 15%는 해리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거나 충분히 알지 못한다’로 응답했다”며 “인지도와 호감도 상승이 해리스의 당면 과제”라고 지적했다.


흑인 여성 대통령 가능할까


22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대선 캠프 본부를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인 남성 중심 사고가 강한 미국에서 흑인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흑인 여성 메리 제임슨은 AP통신에 “미 유권자들은 기본적으로 여성 정치인을 선호하지 않고 특히 흑인 여성 정치인은 더더욱 싫어한다”며 “백인 여성(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실패한 일을 흑인 여성(해리스)이 과연 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2024 미국 대선 주별 선거인단 확보 예측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 선거예측 사이트 270트윈(270towin)]

결국 향후 선거운동 과정과 TV토론회 등에서 트럼프에 맞설만한 능력을 해리스가 보여주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해리스가 대선 후보가 되기 전에 이뤄진 것”이라며 “향후 해리스는 바이든이 약했던 흑인·젊은층 지지를 끌어오면서도 백인 노년 유권자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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