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바람' 타고 라디오 부스로 돌아온 김창완의 당부

박장식 2024. 7.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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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BS 러브FM 라디오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

[박장식 기자]

 22일 SBS 러브FM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로 돌아온 김창완 DJ.
ⓒ SBS
 
김창완이 저녁바람과 함께 라디오 청취자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무려 47년 전 자신이 생애 첫 라디오 DJ를 맡았을 때의 그 시간으로.

지난 3월 SBS 파워FM의 프로그램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하차한 김창완이 지난 22일부터 다시 SBS 라디오에서 동행에 나섰다. 오후 6시 5분부터 저녁 8시까지 펼쳐지는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를 통해서다.

1978년 동양방송의 FM, '7시의 데이트'로 디스크자키 인생을 시작한 김창완이었다. 지난 47년 동안 오전 11시, 그리고 밤 10시, 자정, 그리고 아침 9시를 거쳐 라디오를 진행해왔다. 김창완은 동양FM 폐국 이후 44년 만에 자신이 처음 라디오를 시작한 시간대에, 아침햇살 대신 역동적인 저녁 노을과 함께 입주했다. 

"청취자 여러분, 짜면 짜다, 싱거우면 싱겁다 말해주세요"

방송 전부터 뜻밖의 외부요인으로 제때 방송을 못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상황도 있었다. 전산망 마비 사태로 미국에서 귀국하지 못해 기자간담회가 취소되기도 했다. 다행히 김창완은 6시 생방송에 맞추어 방송국에 도착해 "안녕하셨습니까, 김창완입니다"라며 사뭇 신난 듯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 시간 다른 진행자 보니까 대단한 사람들이더라. KBS '불후의 명곡'으로 만났던 이금희 아나운서부터, MBC에는 배철수 DJ, CBS에는 배미향씨가 오랫동안 방송했더라"라며 "연차로는 내가 후배지만 아무쪼록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청취자들에게 당부했다.

"아직 프로그램 방향을 뚜렷이 정하진 않았지만, 함께 해주시는 청취자들에게 무조건 맞추겠습니다. 짜면 짜다, 싱거우면 싱겁다고 말씀을 해주세요. 다시마를 넣던 소금을 치든, 어떻게든 간을 맞추어 드리겠습니다. 제가 간을 맞출 때까지는 저를 놓치지 말아주세요."

반가운 인사와 함께 시작한 '저녁바람'의 첫 곡은 조 코커의 'Unchain My Heart'. 그를 기다려왔을 청취자들에게 말로도, 음악으로도 재치 있게 인사를 건넨 '천생 DJ' 다웠다. 

축하 속 전한 소감... "집에 온 기분"
 
 22일 SBS 러브FM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로 돌아온 김창완 DJ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 SBS 고릴라
 
새로 시작하는 '저녁바람'이지만, 지난 23년 동안 소개한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라는 이름이 본인에게도 익숙했을 터. 방송 중 김창완은 방송 프로그램을 '아침창'으로 읽는 반가운 실수(?)를 하기도 했다.

청취자들은 "아들 받아쓰기 읽어줘야 하는데 라디오 듣느라 못 하고 있다", "'아침창' 종영할 때 퇴사했는데 '저녁바람' 시작할 때 이직해 첫 출근했다"는 등 사연을 보내며 그를 환영했다. 김창완은 소회를 묻는 청취자에게 "집에 온 느낌이다. 사실 한국 돌아와서 집에도 못가고 공항에서 바로 왔는데도 집에 온 것처럼 좋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후배 뮤지션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아침창'과 오랫동안 함께 했던 밴드 크라잉넛은 로고송을 지어 보내고, 크라잉넛 베이시스트 한경록은 여느 청취자처럼 사연을 보내 "'김창완전소중한' 형님 덕분에 앞으로 저녁이 따뜻할 것 같다"며 깜짝 인사했다.

'아침창'의 마지막 방송을 함께했던 밴드 잔나비의 최정훈도 그에게 "다시 돌아온 것을 축하드린다. 많은 애청자 분이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대가 달라도 바뀌지 않는 점도 여전히 많다. '아침창' 때도 그가 손으로 직접 써 청취자들에게 읽어주던 오프닝 멘트가 여전히 방송의 첫머리를 지킨다. 한국 노래와 팝송, 그리고 인디 가수들의 노래도 교차해 선곡한다.

'아침창'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았던 책 낭독 코너도 저녁으로 옮겨왔다. '사랑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이름으로 매일 진행되던 코너가 산울림의 노래에서 이름을 딴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로 바뀌어 돌아왔다. 

가장 반가운 사람은 청취자다. '짱구와 짱아'의 사연에 너털웃음을 짓고, 청취자의 고민을 듣고는 해결 방안을 직접 손으로 쓴 다음 엽서를 써서 부치기도 하며, 누군가의 안타까운 사연에는 복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김창완의 모습은 라디오 시간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김창완은 세상을 떠난 선배 뮤지션의 추모를 잊지 않았다. 그는 "오늘 끝인사는 이별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김민기님께서 어제 돌아가셨다. 이 형님의 목소리에 참 진득한 위로를 받곤 했는데, 나에게는 태산 같았던 분이었다"라며 고 김민기씨의 '백구'를 마지막으로 선곡했다. 

달라지지 않은 김창완의 따뜻한 목소리, 그러면서도 더욱 활기찬 목소리는 단 하루 만에 시원한 저녁 바람만큼 어울리는 목소리가 되었다. 김창완이 청취자들과 향기로운 저녁바람을 오래오래 맞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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