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줄줄이 의혹 투성이…남은 사법리스크는
<앵커> 카카오의 총수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이 현실화됐습니다.
10여년간 가파르게 성장해온 카카오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산업부 전효성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 어제 자정을 넘긴 시간 구속 여부가 결정이 됐죠?
<기자>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 끝에 구속영장이 인용됐습니다. 법원은 김 위원장이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카카오 주요 경영진은 지난 18일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고 앞으로의 경영쇄신 방향에 대해 논의했는데, 결국 구속이 현실화 되면서 김 위원장의 경영 쇄신은 당분간 멈춰서게 됐습니다.
<앵커> 그동안 SM 엔터 관련한 얘기는 많이 했었고, 카카오와 김범수 위원장을 둘러싼 다른 사법리스크도 여럿 있다고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SM 시세조종 의혹을 포함해 총 4건이 수사당국의 레이더에 포착된 상황입니다. 모두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 중입니다.
이중에서 파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건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입니다.
지난해 6월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택시는 배제하고, 가맹택시에 호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2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카카오 모빌리티에 대한 고발은 없었는데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의 택시 횡포가 부도덕하다'고 지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후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한 상태입니다.
아직 검찰 수사 중인 단계인데 총수 구속으로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최악의 경우 콜 몰아주기 건으로 김범수 위원장에게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의 구속 기간은 해를 넘길 공산도 큽니다.
실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구속 영장 청구가 반복되며 구속 기간이 길어진 바 있습니다.
<앵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도 있잖습니까? 이 사안은 어떻습니까.
<기자> 카카오엔터가 바람픽쳐스라는 제작사를 고의로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는 의혹입니다.
바람픽쳐스는 장기간 영업 손실을 내던 회사인데, 카카오엔터가 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거죠.
문제는 바람픽쳐스가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부인(배우 윤정희 씨)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라는 점입니다.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주기 위해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부문장이 공모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두차례(1·3월)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상황입니다.
해당 의혹과 직결되는 두 인물 대한 구속이 무산된 만큼, 이를 바탕으로 김 위원장의 구속이 연장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입니다.
다만, 또 다른 의혹인 '가상화폐 횡령' 의혹과 관련해서는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이 김범수 위원장과 카카오 임원들을 함께 고발한 상황입니다.
<앵커> 총수 부재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카카오 주가도 오늘 크게 출렁였죠.
<기자> 네 오늘 카카오의 주가는 4% 넘게 하락했습니다. 뱅크와 페이 등 계열사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이미 시장에 퍼진 악재가 확정되고 나면 오히려 주가는 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차장 붕괴로 곤혹을 빚은 GS건설의 경우 영업정지가 확정된 날 주가가 크게 올랐거든요. 이미 알려진 악재가 해소됐다고 보는 거죠.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달랐습니다.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셈입니다.
과거 카카오의 주가 추세를 한번 보겠습니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시기 주가가 17만원 선까지 치솟았습니다. 한때 코스피 시가총액 3위에 이름을 올렸죠.
하지만 지난 2021년 9월 정부여당이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규제를 언급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카카오게임즈(2020년 10월)와 뱅크(2021년 9월), 페이(2021년 11월)의 쪼개기 상장이 반복되며 카카오의 기업가치는 하락을 이어갔죠.
지난 2022년 10월에는 화재로 인해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악재도 있었고요. 결국 고점 대비 5분의 1토막이라는 결과로 치닫게 됐습니다.
<앵커> 앞으로 이 상황을 수습할 정신아 대표의 어깨도 무거워진 모습입니다.
<기자> 결국 기업가치 회복과 대외 신뢰도 회복의 숙제가 정신아 대표에게 맡겨진 상황입니다.
오늘 카카오 측은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올해 3월 취임한 정 대표는 지금까지 그룹 내 불필요한 사업을 걷어내고,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하는 등 조직 내부 통제에 주력해왔습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의 첫 데이터센터를 직접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도 나선 상황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의 현금성자산은 5조 4000억원 수준으로 적지 않지만, 현금성 자산 증가 속도는 2021년부터 둔화된 상황이거든요.
인수합병과 AI 투자에 쓸 수 있는 실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정신아 대표의 고심도 깊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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