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재선 포기 후 첫 정상회담 상대는 ‘불편한’ 네타냐후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직 완수” 의지를 거듭 밝히며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차단에 힘을 쏟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 글을 통해 “우리는 미합중국”이라며 “우리가 함께 한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이를 증명하는 데 전념해 왔고 앞으로도 여러분의 대통령이라는 영광을 누리는 내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NBC 방송 등 현지 주요 매체에서 “바이든이 당 안팎의 거센 하차 여론에 떠밀려 출마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레임덕 신세가 됐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6개월가량 남은 임기 마지막까지 국정 운영에 전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야당인 공화당은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 대통령으로 남아있는 것도 옳지 않다. 대통령직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건강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 주치의의 의회 증언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지만 국정 운영 동력의 약화는 피할 수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재선 도전 포기를 밝히는 성명을 공개한 이후 SNS를 통해 “저는 계속해서 민주주의를 위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헌법과 법치를 옹호할 것”, “우리 경제를 이끈 근로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할 것”이라며 대통령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요양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르면 23일 백악관으로 복귀해 후보직 사퇴를 결정하게 된 배경과 남은 6개월간의 국정 운영 계획을 밝히는 대국민 연설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주치의는 “바이든의 코로나19 증상은 거의 완전히 해소됐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부서 내 공직 기강을 강조하고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국무부 회의를 소집하고 외교정책 목표 완수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고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이 회의에서 ‘대통령 임기가 아직 남았으며 해야 할 많은 일이 있다. 국무부가 계속 업무에 집중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네타냐후와 정상회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23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이후 열리는 첫 외국 정상과의 회담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휴전안에 대해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완전 섬멸이라는 목표 달성 이전에 휴전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바이든과 편치 않은 관계였다.
이런 기류를 반영해서인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오는 24일로 잡힌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주재하지 않기로 했다. 통상 외국 정상의 의회 연설은 당연직 상원의원장인 부통령이 주재해 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 연설을 주재하는 대신 미리 계획된 인디애나폴리스 지역 행사에 참석한다. 이런 방식으로 네탸냐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대외 현안 논의를 위해 네타냐후 총리와의 사무적인 차원의 회동은 갖기로 했다.
부통령 대신 실질적으로 상원 의장직을 맡는 임시 의장인 패티 머리 상원의원(민주당)도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을 주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벤 카딘 상원 외교위원장이 주재하기로 했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도 네타냐후 총리 연설에 불참한다. 가지지구 군사 작전을 강행한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항의이자 휴전을 압박하는 차원의 ‘보이콧’으로 해석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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