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안 본다"... 유시민의 회의주의가 서글픈 까닭

김종성 2024. 7. 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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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 <손석희의 질문들>

[김종성 기자]

유튜브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주범일까, 새로운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통로일까.

손석희가 던진 두 번째 질문은 '언론'이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는 유시민 작가와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 실장이 출연해 유튜브 저널리즘의 현재, 기성 언론의 역할과 한계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 발언이나 '김건희 여사 명품백 보도'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언급됐다. 

기성 언론과 대중의 충돌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토론 관전평을 한마디로 정리하지만, '설득력 있는 김희원과 영향력 과시한 유시민' 정도다. 뉴스를 어떻게 보냐는 손석희의 물음에 유시민 작가는 "최근에는 종이 신문은 물론이고, 포털 뉴스 검색도 하지 않는다"다면서 이유에 대해 "괴롭기 때문"이라 밝혔다. 그는 포털 또는 언론사가 한정식처럼 뉴스를 차려주는 방식에 불만을 표출하며 '선데이서울(최초의 성인용 주간 오락지로 황색 저널리즘의 대명사로 불린다 - 기자 말)'에 비유했다. 

반면, 김희원 기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스레터를 본 후 각 언론사에 들어가서 언론사별로 한 상을 어떻게 차리는지 확인한다고 대답했다. 유튜브는 이슈가 됐을 때만 찾아본다며 보충적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손석희의 질문은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되는 기성 언론과 그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대중의 충돌이라는 현실에 대해 고민해 보기 위함이었다. 

유시민은 레거시(legacy)라 불리는 기성 언론을 '선데이서울'에 빗댔지만, 유튜브가 더 정파적이라는 지적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김희원 기자는 2024 한국언론학회 춘계학술대회 연구 결과를 인용해서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의 이용자 96.7%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이고, '배승희 변호사' 채널의 경우 96.4%가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는 "양극단의 유튜버가 있고 그사이에 여러 기성 언론이 있다"는 주장을 견지했다. 이에 반해 유시민 작가는 "고성국 TV 등 정치적 견해가 다른 다양한 채널도 시청한다며 유튜브 시청자들을 무시하지 말라"고 강변했다. 또, 이재명 전 대표의 사례, 김건희 명품백 보도 등을 언급하며 현재 레거시 언론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유시민의 회의주의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한때 소위 보수 언론과 치열하게 싸워 왔던 유시민 작가는 매우 회의적인 입장으로 변해 있었다. 별다른 반향 없는 기성 언론과의 인터뷰와 400만 명이 시청하는 1시간짜리 유튜브 방송의 발언력 차이에 대해서도 비교하며 유튜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희원 기자는 언론에 대한 비판,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대안이 '유튜브가 낫다'라는 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기성 언론에 대한 유시민의 낙담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가 내세우는 논리의 빈약함은 보는 내내 아쉬웠다. 언론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특정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더니, 결국 다 보도하지 않았냐는 얘기에는 "마지못해서", "받아썼다" 등 과도한 해석으로 논지를 흐렸다. 김희원 기자는 매번 팩트를 제시하며 유시민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의는 힘들게 이기는 것, 진실은 가까스로 밝혀지는 것이다." 

30년째 언론에 몸담고 있는 현직 기자답게 김희원 기자는 언론의 필요성과 가치를 거듭 강조했고,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언론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언론관을 피력했다. 또, "기성 언론이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유튜브가 과연 풍성해질까"라고 물으며, 지금은 유튜브와 레거시 미디어가 상호 자극하며 결합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유시민 작가는 "영향력을 언론 생태계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데 써달라"는 김희원 기자의 요청에 "그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방송을 본 후 양측의 입장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는 시청자 각자의 몫이지만, 여전히 '정의와 진실을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뛰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유시민의 회의주의는 서글프게 들렸다. 

총 5부작으로 기획된 '손석희의 질문들'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대화의 장을 열어젖히고 있다. 첫 회는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를 불러 '자영업'에 대해, 2회에서는 '언론'에 대해 숙의(熟議)했다. 다만,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일률적인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질문들'은 유효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진짜 질문들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답을 미리 정해놓고 질문들을 방어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열린 태도로 다양한 논의에 접근해 보는 건 어떨까. 손석희가 던지는 질문들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유튜브의 선정성에 비하면 진지하고 진중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재미없고 따분하진 않다. 손석희의 말마따나 "의미를 찾다 보면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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