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친분 과시한 트럼프에…北 "공은 공, 사는 사" 첫 반응

정영교, 이유정 2024. 7. 23. 14: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23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친분을 과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첫 반응을 내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내년에 새로 들어설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환담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미(북·미) 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 제목의 논평을 게재했다. 통신은 이 논평에서 "트럼프가 수락 연설에서 우리를 두고 '나는 그들과 잘 지냈다', '많은 핵무기나 다른 것을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등 발언을 했다"며 "조미(북·미)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양당 간의 엎치락뒤치락으로 난잡스러운 정치풍토는 어디 갈데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을 자주 거론하는 것에 대해 북한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였다"고 지적했다. 두 지도자의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북·미 관계의 긍정적인 변화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는 11월 미 대선을 통해 김정은과 친분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더라도 자신들은 대미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북한이 미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은 미국 때문이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통신은 "역대 행정부들의 심각한 전략적 착오로 하여 이제는 미국이 진짜로 저들의 안보부터 걱정해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며 "지금처럼 핵전략 자산을 때 없이 들이밀고 첨단 무장 장비들을 증강하며 핵 작전 운용까지 예견한 빈번한 침략전쟁시연회들을 광란적으로 벌리면서 무슨 대화요, 협상이요 하는 낱말들을 아무리 외웠댔자 우리가 믿을 수 있는가"라고 했다.

또 북한은 "미국은 조미(북·미) 대결사의 득과 실에 대해 성근히 고민해보고 앞으로 우리와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하는 문제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조미(북·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에 대해 당국자나 외무성이 아닌 조선중앙통신 논평 형식으로 반응이 나온 것을 보면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의 친분을 인정하면서 향후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변경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