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셰프, 다큐멘터리 제작하며 참치·바나나·고추 다룬 이유 [쿠킹]

김성현 2024. 7. 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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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본격적으로 제작한 건 약 4년 전이지만 기획은 이미 10년 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음식의 세계는 위대하고, 음식이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저의 오래된 꿈이라고 할 수 있죠·”

미쉐린3스타 레스토랑이자 세계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레스토랑 노마(Noma)의 헤드 셰프로, 국적을 불문하고 미식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천재 셰프로 불리는 르네 레드제피(René Redzepi)가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변신했다. 그가 제작과 내레이션을 맡은 푸드 다큐멘터리 ‘옴니보어: 인간의 식탁’을 통해서다. 다큐멘터리는 고추·참치·소금·바나나·돼지·쌀·커피·옥수수 등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필수 식재료 여덟 가지를 다루는데, 재료에 얽힌 사회, 문화, 인류의 역사를 탐구하는 셰프의 여정을 생동감 있게 담았다. 미국의 한 매체는 "모든 음식이 작은 기적과 다름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8개의 에피소드 모두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담고 있어서 40분이 짧게 느껴진다"고 호평했다. “음식은 우리를 정의하고 연결하며 세상을 형성한다”고 말하는 르네 레드제피를 화상으로 만났다.

천재 셰프로 불리는 르네 레드제피(가운데)가 다큐멘터리 '옴니보어 : 인간의 식탁' 을 제작해 선보였다. 사진은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사진 애플TV

Q : 음식에 관해 가장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였다. 지금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이유는.
“이번 다큐멘터리는 나의 '오랜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기획한 것은 이미 10년 전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실제로 구체화하고 영상으로 만들기에는 레스토랑 업무로 바빴다.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직전, 나와 맷 굴딩 프로듀서는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자고 마음먹었는데 때마침 모든 것이 봉쇄되며 레스토랑도 문을 닫아야 했다. 그때 나는 지금이 이 일을 시작할 적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Q : ‘오랜 꿈“이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음식은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는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음식의 세계가 얼마나 위대한지, 인류가 가진 것 중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싶었다. 때문에 ‘옴니보어’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어쩌면 내가 셰프로 살아온 삶의 대부분의 시간이 이번 다큐멘터리를 위한 준비 기간은 아닐까 생각했다.”

Q : 수많은 식재료 중 여덟 가지만 주제로 선정했는데.
“소금·쌀·옥수수 없이 우리는 생존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식재료는 우리 사회를 심오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형성했기 때문이다. 반면 고추나 참치, 바나나 등을 인류 생존에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었지만, 무척이나 특별하고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주제로 선택했다. 나는 이렇게 다양하고 놀라운 재료를 선택한 것에 만족하며 후회는 없다. 다만, 아직 소개할 더 많은 재료가 남아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즌도 제작하고 싶다.”

Q : 에피소드 3화에서는 김치가 소개된다.
“한국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누구보다 김치를 좋아한다고 자부한다. 한국에 3번 방문했었는데 한 번은 10일 동안 사찰에서 채식 요리를 먹은 적도 있고, 전통 발효를 공부한 적도 있다. 실제로 노마에서 했던 작업 중 많은 부분이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치는 물론 한국 음식에서 사용되는 발효 작업에서는 여전히 배울 점이 많다. 이처럼 한국 요리에 대한 존경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옴니보어 : 인간의 식탁'은 고추·참치·소금·바나나·돼지·쌀·커피·옥수수 등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필수 식재료 여덟 가지를 다룬다, 사진 애플TV

Q : 20년 운영해 온 노마의 문을 올해 닫는다. 앞으로 노마의 20년이 궁금하다.
“최고 중의 최고인 레스토랑을 갖고 싶다. 하지만 지금부터 20년 후에 내가 레스토랑에 있을지 다른 곳에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맛을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선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할 것 같다. 지금은 매일 밤 40~50명의 손님에게 서비스하며 음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집중할 것이다. 올해 말 일본 교토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고, 그 이후에는 노마의 연구소가 있는 코펜하겐이나 세계 어딘가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 것이다.”

Q : 마지막으로 당신의 삶을 맛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김치다(웃음). 농담이 아니라 나는 정말 김치를 좋아한다. 아침·점심·저녁 언제든 먹을 수 있다. 밥에 넣어도 맛있고 어떤 음식을 요리할 때 김치를 넣으면 더욱 맛이 좋아진다. 심지어 배가 아플 때 김치를 먹고 배탈이 나은 적도 있다. 내 삶을 맛있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김치’를 빼놓을 수 없다.”

김성현 푸드 칼럼니스트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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