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뜨자 트럼프 ‘막말전법’ 풀가동…“바위처럼 멍청” “국경 차르”

김형구 2024. 7. 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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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바위처럼 멍청한 카멀라 해리스(‘Dumb as a Rock’ Kamala Harris)”
“끔찍하고 무능한 국경 차르(OUR HORRIBLE & INCOMPETENT BORDER CZAR)”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맞상대로 부상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2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새롭게 붙인 멸칭들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후 민주당이 해리스 부통령 중심으로 빠르게 전열을 정비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트럼프는 해리스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며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가짜뉴스는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훌륭하고 영웅적인 지도자’로 탈바꿈시키고 ‘바위처럼 멍청한’ 해리스를 실패하고 하찮은 부통령에서 미래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런 식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미국 대선 해리스-트럼프 지지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더힐]


트럼프, 유력 대항마 기선제압 시도


또 바이든 행정부의 약점으로 꼽히는 국경 문제와 이민자 정책을 해리스 부통령이 주도해온 점을 파고들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글에서 영어 알파벳 대문자를 써 가며 해리스를 향해 “끔찍하고 무능한 국경 차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경쟁 상대마다 인신 비방에 가까운 별명을 붙이고 조롱해왔다. 고령 리스크에 시달렸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늘상 ‘졸린 조(Sleepy Joe)’, 공화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향해 ‘새대가리(bird brain)’라고 불렀다. 앞서 바이든 후보 교체론이 나오면서 대안으로 해리스 부통령이 거론될 때 트럼프는 그를 ‘웃음이 헤픈(laffin’) 해리스’라 부르며 조롱했다. 라이벌을 악담과 독설로 때리는 트럼프식 공격이 해리스를 향해 가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케네디 주니어와 공직 걸고 사퇴 논의”


트럼프는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선언하며 해리스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밝힌 전날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더 이기기 쉽다”고 했다. 하지만 ‘포스트 바이든’ 체제에서 대선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만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론의 관심이 바이든의 후보 사퇴와 해리스의 부상에 쏠리면서 밀워키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가 일찍 사그라들 수 있다는 점도 공화당에는 불리한 요소다.

한편 트럼프가 지난 13일 피격 사건 몇 시간 뒤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만나 ‘협상’을 시도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피격 사건 당일 트럼프와 케네디 주니어 간 통화가 이뤄졌으며 케네디 주니어가 후보를 중도 사퇴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차기 내각에서 복지ㆍ의료 부문 자리를 맡는 안이 함께 논의됐다고 한다. 다만 뚜렷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않은 채 대화가 마무리됐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무소속 대통령 후보 로버트 F 케니디 주니어가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온역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케네디 주니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5% 미만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출신이면서도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소속 트럼프의 표를 비슷한 비율로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박빙 우세인 상황에서 케네디 주니어가 자신의 손을 들어주면 승세를 굳힐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피격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피격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과 관련된 진행자 질문에 “좋은 대화였다”며 “그(바이든)는 내가 (연설 중)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진행자가 “나라도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운이 좋을 것”이라고 하자 “확실히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밴스, 고향서 환대 속 첫 단독 유세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이 22일(현지시간) 자신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미들타운 고등학교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 D밴스 상원의원은 이날 자신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첫 단독 유세를 벌였다. 지난 17일 공화당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출사표를 던진 지 닷새 만이다. 고향 유권자들의 환영 속에 단독 유세에 나선 밴스는 자신의 학창 시절 교사와 가족 및 이웃에 대한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민주당 엘리트들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바이든 대통령을 버렸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상태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이 나라를 이끌고 싶다면 이 나라에 감사함을 느껴야 하는데 해리스 말에서는 그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처럼 해리스를 ‘국경 차르’라 부르기도 했다.

밴스에 앞서 발언한 조지 랭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 나라를 구하기 위한 내전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가 ‘내전’ 언급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발언을 주워 담았다. 랭 의원은 이날 유세에서 “(공화당의 선거 패배로) 내전이 벌어진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험이며 우리 편에 트럼프 같은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정치 폭력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자 랭 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 글을 통해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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