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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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등장은 충격적이고 속도는 경이적이다.
영화 창작의 단계와 과정을 뛰어 넘어, 우리가 SF라고 부르는 영화들을 다큐처럼 만들어 낸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최종 단계인 편집은 반성의 시간이다.
AI 영화는 이런 과정과 단계가 생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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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미국작가조합(WGA)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시나리오 작가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하는 현실에 저항하는 파업을 벌였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소속된 영화배우조합(SAG-AFTRA)도 AI가 생성한 배우가 자신들을 대체할 수 있다며 파업에 동참했다. AI가 만든 영화가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모습이 떠올랐을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고액 연봉으로 AI 관리자를 채용한다며 불을 질렀다. 넉 달 넘게 계속된 파업은 AI를 활용한 시나리오 작업을 규제하고 배우의 초상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후 멈췄다. 최저임금과 스트리밍 플랫폼 재상영 분배금 인상 약속을 받아 내고 ‘꿈의 공장’은 다시 가동에 들어갔지만 저작권 문제가 속 시원하게 풀린 것 같지는 않다.
# 지난달 런던 소호 거리의 한 극장에서 상영 예정이던 영화가 갑자기 취소됐다. 극장 앞에서 몇몇 관객은 ‘인공지능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감독과 배우에 대한 모독’이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 극장은 많은 영화관과 뮤지컬 공연장이 몰려있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60년 동안 고전영화와 예술영화, 제3세계 영화를 주로 상영하며 독립영화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이 싸늘함을 넘어 항의로 이어지자 극장 측은 다른 영화로 간판을 교체했다.
# 지난주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영화제의 주인공은 배우 손예진도, 두기봉 감독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모노리스도 아니었다. VR·XR 영화를 소개하는 등 신기술을 수용하고 관객에게 소개하는 데 앞장 서왔던 부천영화제의 이번 화두는 AI였다. 3일간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여기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상영관으로 직행했다. 창작과 상영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셈이다. 관객은 열광했다. 거대 자본에 소외된 숨겨진 재능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환호성처럼 들린다.
AI의 등장은 충격적이고 속도는 경이적이다. 영화 창작의 단계와 과정을 뛰어 넘어, 우리가 SF라고 부르는 영화들을 다큐처럼 만들어 낸다. 런던과 할리우드 그리고 부천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표정. 그것이 ‘현실적 타협’이든 ‘감정적 거부’이든 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적극적 (혹은 강요된) 수용’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최종 단계인 편집은 반성의 시간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촬영을 마치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필름을 보며 카메라의 위치를, 조명의 밝기를, 음악의 어울림을, 배우의 연기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다. 잘못된 부분을 잘라내고 좋은 부분은 이어 붙인다. AI 영화는 이런 과정과 단계가 생략된다. 창작이 완성되는 순간부터 그것이 상영되는 시간을 최단 거리로 좁혀버렸다. 영화는 문학과 회화 그리고 음악이 과학으로 결합된 예술이다.
영화가 이러한데 다른 분야의 예술은 어떻겠는가. 기자 출신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말한 그 유명한 영화광의 3단계. 첫 번째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두 번째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 세 번째는 영화를 직접 찍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감독이 이 같은 단계를 거쳐 영화감독이 되었지만,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첫 번째는 AI로 시나리오를 쓰는 것. 두 번째는 AI로 영화를 만들어 보는 것. 세 번째는 ‘좋아요’ ‘구독’을 늘리는 것. 이것은 조크를 가장한 팩트이며 농담처럼 들리는 진담이다.
임훈구 편집부문 매니징에디터 keygri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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