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건물 사용권만 있으면 실버타운 운영한다(종합)

세종=김평화 2024. 7. 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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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안' 발표
민간 중심 규제 완화 및 공공 지원 확대
"2035년 日·美 수준으로 공급 확대"

급속한 노령화로 노인 친화적인 주거 공간·서비스 수요가 늘어나자 정부가 소득 기준별, 건강 유형별 맞춤형 사업 지원에 나선다. 민간 중심인 실버타운의 경우 토지·건물 소유권 대신 사용권만으로 시설 설립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그동안 지원이 적었던 중산층 고령인구를 위해 실버타운 대비 합리적 이용료를 제시하는 실버스테이를 새롭게 선보인다. 저소득층 고령인구를 위해서는 공공 임대 방식의 복지주택을 연간 3000호로 확대한다.

정부는 2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실버타운(노인 복지주택) ▲실버스테이(민간 임대) ▲고령자 복지주택(공공 임대) 등 소득 수준과 건강 상태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령 친화적인 주거 공간이다.

실버타운이 민간 공급 중심의 노인 복지주택이라면, 실버스테이와 고령자 복지주택은 임대주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다만 실버스테이는 중산층 고령 가구를 대상으로 한 민간 임대주택으로 올해 새롭게 도입된다. 고령자 복지주택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지난 3월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의 후속 조치로 이번 방안을 내놨다. 고령층에 적합한 주거 공간과 가사, 건강, 여가 서비스를 결합한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을 대폭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다양한 유형의 시니어 레지던스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운영 규제부터 부지·자금 등 공급 단계 전반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심 내 부지 공급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도심 유휴 시설이나 유휴 국유지를 시니어 레지던스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을 위한 건설 자금에 주택도시기금 공공지원 민간 임대 융자 지원을 검토하고,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지원 대상에 분양형 실버타운을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입주자 보호와 선택권 보장을 위해 표준계약서와 품질인증제를 도입한다. 시설 현황과 이용료 등에 대한 정보 공개 시스템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구축할 계획이다. 입주 이후 이용료 확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울주택공사 등을 통해서 기준 시가 12억원 이하 주택을 매각하고 매각 대금을 연금형으로 수령하는 제도도 개선한다.

오현경 기획재정부 복지경제과장은 "미국이나 일본 수준으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를) 생각하고 있다"며 "2035년에는 노인 인구의 3% 수준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대비 시니어 레지던스 세대 비중은 지난해 누적 기준 0.12%로 일본(2.0%), 미국(4.8%)과 비교해 낮다.

1989년 실버타운, 2016년 고령자 복지주택을 각각 국내에 도입됐지만 급증하는 고령층 수요 충족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실버타운과 고령자 복지주택 수는 지난해 누적 기준 각각 9006가구, 3956가구에 그쳤다. 이에 반해 65세 고령 인구는 지난달 기준 1000만62명으로 국민 다섯명 중 한 명꼴로 빠르게 늘었다.

실버타운 확대 위해 민간 참여 유도

정부는 앞으로 시니어 레지던스 거주를 희망하는 고령층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한다. 초기 레지던스 설립 비용과 각종 부담을 줄여 공급을 늘리고, 서비스를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늘린다.

실버타운의 경우 민간 사업자 시장 진입을 늘리기 위해 노인복지법 시행 규칙을 개정, 시설 설립 시 토지·건물 소유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개선한다. 서비스 전문 사업자가 토지·건물 사용권만 갖고도 실버타운을 설립하도록 여건을 조성한다. 일본에서는 손해보험 계열사인 솜포케어가 2만8500개 시니어 레지던스 중 90%를 토지·건물 사용권 확보만으로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서비스 전문 사업자 요건을 마련하고 지원 근거를 신설, 이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또 사업자가 운영하는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의 거주 공간과 서비스 기준, 계약 내용 등을 법 및 시행령에 규정한다. 이용료와 거주 공간, 서비스 등 내용을 게시하는 등 사업자 의무사항도 명확히 한다. 여기에 관리 및 감독 근거 규정도 포함한다.

정부는 또 하반기에 노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해 신분양형 실버타운을 인구 감소 지역(89개소)을 중심으로 도입한다. 분양 이후 사업자의 운영 책임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선 일정 비율 이상 임대형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한다. 서비스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운영 방안도 마련해 노인복지법 개정 시 포함할 예정이다.

실버타운 입주자가 요양 서비스가 필요해진 경우 다른 입주자의 생활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입주 유지가 가능하도록 기준도 마련한다. 장기 요양 3~5등급 노인의 경우 기존에는 실버타운에 있기 힘들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개선한다. 관련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특화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보조 주거형 실버타운 설립을 허용한다.

정부는 민간 사업자가 실버타운과 요양 시설을 함께 건립하면 인력 배치 및 시설 기준 등 인허가 기준을 완화해 적용할 계획이다. 실버타운 입주자의 입주 보증금 부담을 줄이는 위해 입주 보증금 대출 시 주택금융공사 보증 지원을 확대하는 안을 검토한다.

중산층용 실버스테이 하반기 도입

실버스테이는 시니어 레지던스 사각지대에 있던 중산층 고령자를 위해 도입된다. 공공 지원을 통해 실버타운 대비 합리적인 이용료로 각종 서비스와 주거 공간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공 택지 내 민간 임대 용지 일부를 의료·복지 시설 등 인접 지역에 배치해 실버스테이를 공급하는 민간 건설사에 제공한다. 건설 기준 등 규제 개선도 추진한다.

60세 이상 유주택 고령자를 허용하는 등 실버스테이 입주 대상 범위는 늘어난다. 종래에는 공공 지원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무주택자만 입주가 가능했다. 또 고령자 외 다양한 세대가 거주하도록 일반형 주택을 혼합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저소득층 대상의 고령자 복지주택은 현행 건설 임대 1000호에 노후 임대 주택 리모델링 및 매입 임대 등을 통해 2000호를 추가 공급해 연간 3000호를 공급한다. 고령자 세대 및 공가 세대가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단지를 우선 선정해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후순위 입주 대상이던 중산층 고령가구의 경우 순차제에서 추첨제 등의 변화를 통해 입주 기회를 늘린다.

자가 주택에 거주하려는 저소득 고령층 대상의 주거 급여(수선 유지 급여)를 인상해 사는 곳에서 삶을 누리도록 한다. 거동이 불편한 후기 고령층 대상으로 자가 주택 수리와 일상 지원, 건강 관리 등을 제공하는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도 늘린다. 아파트 내 공용 공간과 경로당 등을 활용해 자가 주택 거주 고령자 대상의 식사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앞으로 기재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중심의 태스크포스(TF) 전담반을 구축해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신속한 사업 지원을 위해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 수요자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추가 및 보완 대책을 지속해서 마련할 예정이다.

아시아경제가 5월 보도한 '시니어하우스' 기획, 정부 '활성화 방안'에 대거 반영

2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에는 아시아경제가 지난 5월 보도한 ‘시니어하우스 시대가 온다’ 기획 기사 내용이 대거 반영됐다.

대책의 핵심 내용은 노인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사업자 규제 완화, 서비스 전문사업자 육성, 분양형과 임대형을 섞은 ‘신분양’ 도입, 도심 내 유휴시설과 국유지를 부지로 제공, 실버타운 정보 공개 등이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가 만든 이번 정책 방향은 ‘시니어 하우스 시대가 온다’ 기획에서 대부분 제시한 것들이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구조개혁국장은 "시니어 레지던스는 초고령화 시대에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이번 대책을 만들 때 아시아경제에서 보도한 기획 기사 내용을 참고했고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시니어하우스 시대가 온다’ 기획은 4부(양극화가 문제다·중산층 노인은 어디로·노인주택 포화 일본은·노인주택이 가야 할 길)에 걸친 총 33개 기사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시니어하우스 양극화 문제를 짚고 중산층 노인들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민간사업자 규제 완화’와 ‘도심 내 국유지 제공’ 대책은 아시아경제의 기획 중 기사에서 다룬 내용이다.

‘분양형과 임대형이 공존하는 신분양형 도입’과 ‘서비스 전문 사업자 도입’ 대책은 기사 등에서 실었다. 실버타운 정보 공개 대책은 는 기사에서 제시했다.

노인복지주택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 지원 제도가 전무했었는데, 이번 정부 대책이 노인복지주택이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 입장에서도 노후 거주지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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