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잃은 카카오…정신아 중심 ‘CA협의체’ 역할 급부상

이주은 2024. 7. 2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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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에 내부 혼란
그룹사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주목
정신아 대표가 공동의장 맡고 있어
내부 결속·AI 신사업 추진 주력할 전망
카카오는 지난 18일 김범수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CEO를 모아 임시협의회를 진행했다.(왼쪽부터)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권기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범수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결국 구속되며 카카오가 초유의 총수 공백 사태를 맞았다. 당분간 구심점을 잃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카카오가 올 초부터 힘을 실어온 그룹사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CA협의체는 정신아 대표이사가 김 위원장과 함께 공동 의장으로 있어, 향후 정 대표 리더십의 시험대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23일 새벽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고 본다. 김 위원장과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 등이 참여한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시세 조종이 승인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지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지 및 묵인 등의 가담을 한 것으로 의심하는 상황이다. 전날 영장 실질 심사에서 200쪽이 넘는 프레젠테이션(PPT) 자료와 1000쪽 이상의 서면 의견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구속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지난 18일 카카오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그는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떤 불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용인하지 않은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호소했지만 구속을 면하진 못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이자 그룹 쇄신을 주도하던 김 위원장의 부재로 카카오가 하반기 ‘시계제로’ 사태에 처할 공산이 커지면서, 쇄신의 또 다른 축인 정신아 대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방만 경영과의 전쟁’을 선포한 카카오에 구원투수로 영입된 신임 대표다. 김 위원장과 함께 CA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초부터 CA협의체에 힘을 실어왔다. 계열사 운영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그룹 차원의 리브랜딩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함이다. 13개 협약 계열사 신규 투자 집행과 유치, 지분 매각, 거버너스 변경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며 경영 주요사항에 관여한다.

CA협의체는 산하에 ▲경영쇄신위원회(김범수 위원장) ▲전략위원회(정신아 위원장)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이나리 위원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권대열 위원장) ▲책임경영위원회(정종욱 위원장) 등 5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각 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가 존재하는 등 탄탄한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김범수 위원장 등 주요 경영진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최고 결정권자 공백이라는 최악의 수를 대비하기 위해 CA협의체를 강화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며 “김 위원장의 부재로 이전과 같은 추진력을 보이는 건 어렵겠으나 이럴 때일수록 정신아 대표가 결단력 있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사태 수습을 위한 내부 결속에 주력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의 구속을 두고 가중된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고 당초 공언한 AI 사업 추진을 차질 없이 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에서 카카오의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증명을 강하게 요구하는 만큼, 사업 진척이 더딘 것을 가장 경계하고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카카오는 AI 산업 혁신을 위한 골든타임 속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임시협의회에서 “엄중한 현실 인식 하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해 갈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흔들림없이 본업에 충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카카오 측은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면서도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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