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지속되면 2025년 ‘데스밸리’ 우려도…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7. 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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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텃밭’ 유럽을 뚫다...‘K배터리’ 다시 희망가 [스페셜리포트]

2차전지업계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기차 ‘캐즘’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다. 국내 2차전지 기업의 북미, 유럽 공장 가동 스케줄은 대부분 2025년에 맞춰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55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로,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한다. SK온도 마찬가지다. 포드 합작법인 ‘블루오벌SK(2025년 1분기)’, 조지아 현대차 합작공장(35GWh·2025년 4분기)을 포함한 모든 공장이 완공돼 정상 가동될 경우 2025년 SK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220GWh에 달한다.

내년에도 가동률 저하가 지속될 경우 이들 기업은 고정비 직격탄을 맞는다. 이미 국내외 공장 가동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SK온 중대형 전지 국내외 공장 가동률은 69.5%에 그쳤다. 2022년 86.8%, 2023년 87.7%에서 뚝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50%대까지 낮아졌다.

설비 투자 기반 산업은 대규모 고정비를 깔고 앉지만, 생산량이 일정 수준을 웃돌면 단위 생산비용이 급감하는 ‘이익 레버리지’ 효과를 누린다. 반대로, 지금처럼 공장 가동률 약세로 생산량이 급감하면 단위원가 부담이 급증하는 ‘레버리지의 역습’에 노출된다. 공장 가동률이 줄더라도 고정비는 그대로인 만큼 단위원가 부담이 커진다.

가동률 저하 현상이 지속될 경우 고정비 부담에 달러 부채 급증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보다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이 257억원 줄어든다. SK온은 최근 2년 새 달러 부채가 2.5배(152%) 늘었다. 지난해 말보다 원달러 환율 5% 상승 땐 SK온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이 220억원 감소한다.

리튬·니켈 등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역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도 손익 관리를 난제로 만드는 요인이다. 2차전지 산업은 원재료 매입과 투입 간 시차가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래깅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 가령, 제품 판매 때 원자재 가격이 매입 시점보다 올랐다면 긍정적인 래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리 싸게 사둔 원자재로 양극재 등 제품을 만들어 이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 수 있어서다. 반대로, 원자재 가격 하락 국면에서는 비싸게 사둔 원자재로 만든 제품을 상대적으로 싸게 팔 수밖에 없어 부정적 래깅 효과가 빚어진다. 익명을 원한 2차전지 업종 애널리스트는 “재무 상태가 열악한 일부 기업은 현지 생산법인 대여, 현금흐름 적자 등으로 개별 기준 현금은 내년쯤 거의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 요인이 산적한 가운데 그나마 미국 테슬라 판매 실적이 최근 반등세를 보인 점은 호재다. 테슬라의 올 2분기 차량 인도량은 44만3956대로 전분기(38만6810대) 대비 14.8% 증가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평균 전망치(43만8019대)를 웃돈 성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8월부터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하는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이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 27㎜, 높이 70㎜)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높이고 주행 거리도 16% 늘렸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2026년 양산한다는 목표지만 곧장 실적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LFP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차세대 배터리 시장도 공략하지만, CATL·BYD 등 중국 기업 성장세가 워낙 가파르다는 점이 변수다. 당분간 K배터리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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