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텃밭’ 유럽을 뚫다...‘K배터리’ 다시 희망가 [스페셜리포트]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침체)’ 여파로 위기에 내몰린 ‘K배터리’가 다시 부활하는 것일까. 국내 배터리 업체가 ‘중국 텃밭’이었던 유럽 시장 공략에 성공하면서 점차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한편에서는 중국 기업이 배터리 가격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배터리 패권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LG엔솔, LFP 배터리 수주 눈길
중국 독무대였지만…“이젠 해볼 만”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르노 전기차 부문인 암페어와 39GWh 규모의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전기차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공급 기간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5년간이다. 르노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적용한 준중형 전기차를 2026년쯤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 LFP 배터리 수주는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당초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셀 제조사들이 LFP 배터리 등 중저가 배터리 시장을 장악해 삼원계(NCA) 배터리에 주력해온 한국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중국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유럽 업체가 한국산 LFP 배터리를 선택하면서 LFP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와 해볼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향후 르노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등에 거점을 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산 LFP 배터리를 대거 채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때마침 운도 들어맞았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최근 LFP 배터리를 도입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EU 시장을 점차 장악하는 분위기였다. 이를 지켜본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에서 최대 38.1%로 높이기로 했다. 중국산 전기차에는 대부분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되는 만큼 본격적인 중국산 배터리 견제에 나섰다는 의미다. 덕분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체 셀 제조 기술에 중국 CATL이 개발한 셀투팩(CTP) 공정을 적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셀투팩은 모듈이 들어갈 자리에 셀을 더 넣을 수 있도록 설계한 기술로 그만큼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약 연 90GWh)에서 르노의 유럽 공장에 배터리를 납품할 예정이다. 최근 유럽 전기차 판매가 줄면서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는데 이번 기회로 가동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삼성SDI와 SK온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를 한창 개발 중이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내부적으로 LFP 배터리 개발이 완료됐고, 고객과 구체적인 협의가 완료되면 2026년쯤 양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요즘 대세로 떠오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삼성SDI는 최근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 소식을 알렸다. 미국 최대 전력 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ESS용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총 용량 6.3GWh로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0%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원에 달한다.
20피트 컨테이너로 구성된 삼성SDI의 ‘삼성배터리박스(SBB) 1.5’는 공간 효율성을 높여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를 37%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ESS용 배터리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미국 미시간 공장과 중국 난징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이를 두고 배터리업계에서는 중국이 LFP 배터리를 앞세워 장악한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때마침 미국이 2026년부터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25%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도 삼성SDI를 비롯한 국내 배터리 업체에 호재다.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도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세계 각국이 전력난을 이겨내기 위해 태양광 발전 설비를 앞다퉈 설치하는 덕분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 늘어난 400억달러(약 54조7200억원), 2035년에는 800억달러(약 109조4240억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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