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판정, '주치의' 진단 우선하라는 법원의 판결
[이건희 기자]
지능지수 60으로 평가되었으나 장애등록심사에서 탈락한 A씨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지난 10일, 수원지방법원 행정2단독 재판부(판사 이정재)는 A씨가 제기한 장애정도미해당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성남시장이 A씨에 대하여 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지능지수 60, 장애미해당 처분
A씨는 23년 초 성남시에 지적장애인으로 장애등록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23. 3. 31. 'A씨가 지능지수 60으로 평가되었으나 잠재능력 관련 경계선 수준 평가, 소항목 수행정도,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장애정도판정 기준상의 지적장애 정도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 처분을 하였다.
A씨는 이러한 성남시의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였지만, 성남시는 2023. 5. 23. '자료 등을 검토하여 재심사한 결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장애정도 판정기준상의 지적장애정도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을 하였다.
A씨 변호인은 행정소송에서, A씨는 중학교 재학 시절부터 불안장애 등으로 교우 관계에 어려움이 있었고, 고등학교 때에도 지속적으로 약물치료 및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끊임없이 행동문제를 겪었고, 다른 범죄피해도 당했다며, 전체 지능지수 60으로 사회적 지능 및 임상적 상태를 종합해 볼때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은 성남시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복지법'은 지능지수 70 이하 규정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1에 의하면, 지적장애인은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고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것과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을 말한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별표1은 지적장애인을 '지능지수가 70 이하인 사람으로서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1. 지능지수가 35 미만인 사람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적응이 현저하게 곤란하여 일생동안 타인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
2. 지능지수가 35 이상 50 미만인 사람으로 일상생활의 단순한 행동을 훈련시킬 수 있고, 어느 정도의 감독과 도움을 받으면 복잡하지 아니하고 특수기술을 요하지 아니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
3. 지능지수가 50 이상 70 이하인 사람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
A씨는 2020년, 2022년 시행한 임상심리평가에서 전체 지능지수 60으로 평가된바 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여 A씨는 장애정도판정기준 장애정도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장애상태 '3. 지능지수가 50이상 70이하인 사람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성남시와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웩슬러 지능검사는 언어이해, 지각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 등을 모두 종합하여 판정하는 검사로서, 일부 소검사 수행 결과가 전체 지능지수에 비해 양호하다고 하여 지적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경우에도, 행동특성에 관하여 긍정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생활기록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관점에서 작성되는 경향이 있고, 지적장애 관련 내용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지적장애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 '공단자문의 간접 자료만으로 평가' 지적
재판부는, A씨를 적접 관찰하고 검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지능지수 70 이하로서 지적장애 상태에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는데 반해, A씨가 지적장애 등급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국민연금공단 자문의들은 학교생활기록부 등 간접적인 자료만으로 평가하였을 뿐, A씨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지난 4월 25일 인천지방법원에서도 '지능지수 43으로 평가되었으나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장애정도 판정기준 상 지적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천시장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 A씨 어머니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일부 |
ⓒ 이건희 |
A씨 어머니는 'A씨가 생후 3주만에 뇌수막염을 앓으면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 등 어린시절부터 건강과 치열하게 싸우고 버티는 삶을 살아왔다'며 어린시절에는 이해가 되던 것들이 점차 성인이 되어 가며 사회로부터 배척을 받게 되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어머니는 판결 선고 후 'A씨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께도 이번 판결이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등록 시스템 변화 필요'
A씨를 대리하고 있는 박민서 변호사(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법률센터)는 그동안 보건복지부 고시가 지능지수 70이하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공단에서 서면자료만으로 너무 보수적으로 평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이 장애등록 신청인을 직접 진료한 주치의 소견을 더 신빙성 있다고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애등록 시스템에 대해서는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장애인 등록)에 따라 시·군·구청장은 등록을 신청한 장애인이 법이 정한 기준이 맞으면 장애인등록증을 내주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공단 심사과정에서 법이 정하고 있는 기준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절차 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법원 행정소송을 통해서야 구제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장애등록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파이팅챈스' 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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