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다섯손가락 최측근이던 이원석 총장…작년 9월부터 틀어졌다" [view]

정진우, 김하나 2024. 7.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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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은 김건희 여사 대면조사 보고 누락 사태에 대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에겐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방문조사 보고 누락은 두 번째 ‘패싱’이다. 지난 5월 검사장 인사에서 총장과 협의 없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및 1~4차장검사 전원이 교체된 지 2개월 만이다.

이 총장은 22일 대검찰청 청사 입구에 모여 있던 30여명의 취재진을 향해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무슨 여한이 있고 미련이 있겠냐”며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것이 부족하다면 그때 거취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대국민 사과 형식이지만 자신을 ‘패싱’하고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건희 여사를 조사한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공개 질책이었다. 그는 5월 인사 패싱 땐 ‘7초간 침묵’으로 묵언의 항의를 표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0일 이 총장에 사전 보고 없이 김 여사를 방문조사한 데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대검은 이를 “사후 통보”로 규정했다. 하지만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배우자 수사에서 벌어진 검찰총장 패싱 사태를 놓고 중앙지검장이 총장에게 항명했다는 평가는 많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0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김건희 여사를 방문 조사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6일 취임식에 참석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오히려 법조계에선 “용산이 총장을 패싱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원석 총장이 김 여사 조사 방식과 관련해 “법 앞에 예외·특혜·성역은 없다”며 ‘검찰청 소환조사’ 원칙을 천명(6월 3일)한 것을 대통령경호처가 김 여사의 경호·안전 우려를 이유로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이 검찰청 밖 방문조사 사실을 보고받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분노한 이유다. 이 총장은 이날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면서도 동시에 “진상파악”“상응하는 필요한 조치”도 언급했다. 좌시하지 않겠단 의미였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와 반부패수사2부에서 각각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중이다. 뉴스1

도어스테핑을 마친 뒤 이 총장은 이날 곧바로 이창수 중앙지검장을 불러 김 여사를 방문조사한 경위와 관련해 강도 높게 질책했다. 이 지검장은 수차례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도이치 사건 지휘권 배제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고 한다.

이 총장은 별도로 대검 감찰부에 김 여사 방문조사를 둘러싼 진상파악도 지시했다. “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확인될 경우 감찰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대검 관계자)는 게 대검 내부 강경한 기류다. 이같은 대검 감찰 소식에 명품백 의혹을 수사 중인 김경목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8기)가 이날 “사건을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한 것에 화가 나고 회의감이 든다”며 사표를 냈다.

결과적으로 두 번의 검찰총장 패싱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원석 총장과 관계는 완전한 파국을 맞았다는 평가가 용산과 서초동 양쪽에서 나온다. 원래 이 총장은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시절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측근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비서실장 격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었고, 2022년 5월 윤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거쳐 석 달 뒤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자 '윤석열 라인'으로 꼽혔던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해 말부터 대통령실과의 대립각이 점차 선명해졌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처분 지연 등에 이어 올해 초엔 김 여사 소환조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총장 사이가 벌어진 건 이미 지난해부터였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지난해 9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이 총장의 ‘수사지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같은 해 11월 말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영부인 리스크’가 본격화되자 용산에선 “도이치 사건은 왜 아직도 종결하지 않느냐”며 검찰 책임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김 여사 소환 문제가 수면 아래 대통령실과 검찰의 갈등이 표면화한 계기였다고 한다. 지난 1월 당시 송경호 중앙지검장이 법률비서관실을 통해 김 여사 검찰청 ‘비공개’ 소환조사를 타진하자 대통령실 내부에선 “검찰총장이 대통령 부부를 겨누고 있다”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같은 용산의 반발에 송 지검장이 사표를 냈고, 이를 막기 위해 이 총장도 사표를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때는 일단 중앙지검장 원포인트 인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양측 갈등이 무마됐다. 다만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명품백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통속’이란 대통령실의 불만은 커졌다.

이 총장이 지난 5월 2일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며 김 여사 수사에 속도를 내자 용산도 같은 달 12일 검찰 인사로 중앙지검장을 포함해 수사 지휘부를 전원 교체했다.

지난 5월 명품백 의혹 사건 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재영 목사. 뉴스1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 방문조사를 끝으로 명품백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키로 가닥을 잡았다. 애초 명품백 수수가 최재영 목사 등의 함정 취재로 기획된 것이어서 청탁금지법상 윤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과 청탁의 존재가 불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원석 총장이 감찰부 진상조사에서 김 여사 방문조사 등 수사 절차에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추가 수사를 지시할 가능성이 남은 상황이다.

이 총장은 이날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제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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