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까 말까? 말도 많은 ‘오십견’

2024. 7. 2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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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박사의 젊은 노인 의학 <16>


어깨가 얼어버린 것 같다고 해서 ‘동결견’, 상시로 아프다고 해서 ‘상시견’, 50대가 되니 아프다고 해서 ‘오십견’…. ‘유착성 활액막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깨의 관절막이 두꺼워지고 섬유화가 진행돼 어깨와 팔꿈치 사이의 뼈인 상완골두와 유착돼 생기는 질환이다.

어깨를 돌릴 때 다음 같은 증상이 있다면 오십견이라 볼 수 있다. 첫째, 어깨 돌림의 각도가 충분치 않다. 둘째, 뒷짐이 불가능하다. 셋째, 옆으로 뻗는 동작이 안 된다. 넷째, 반대편 팔이나 혹은 타인이 팔을 움직여 줄 때 제한적이고 아프다.

유착성 활액막염은 주로 50대 이상 여성에게 발생한다. 여러 추론이 있지만 가장 믿을 만한 건 50대가 여성에게 큰 변화를 일으키는 시기라는 것이다. 49~53세 정도에 ‘에스트라디올’이란 여성 호르몬이 감소해 폐경을 맞는다. 이 호르몬의 변화가 관절의 변화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어깨 관절 쪽에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물론 호르몬 변화 이외에도 갑상선 질환이나 당뇨병, 유방암이나 고지혈증 등도 원인이다.

어깨 관절이 뻣뻣해지고 굳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는 게 일반적 증상이다. 이는 뒤쪽에 있는 물건을 집거나 화분을 옮기는 등 다소 과도한 힘을 준 뒤 갑자기 발생하며 서서히 악화된다. 차츰 어깨 통증이 심해져 일상 동작도 어려워진다.

중요한 건 단순 오십견의 경우 일반적으로 발병과 진행, 회복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어깨 관절이 유착되면 30~40도 이상 각도가 나오지 않으면서 통증을 느낀다. 6개월에 걸쳐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결국엔 용변 처리조차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다. 그렇게 6개월~1년 반 동안 진행되다가 유착 부위가 풀리면서 정상으로 돌아온다.

물론 회전근개가 찢어졌거나 장두건 손상 같은 일차적인 어깨 질환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다. 특히 노인은 단순히 오십견만 앓지 않을 경우가 있어 실수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걸 경계해야 한다.

가장 안타까운 건 회복을 위해 아픈 팔로 열심히 운동하는 이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단순 오십견일 경우 이런 노력은 증세를 심하게 만든다. 물론 오십견이 심한 경우라면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때 정형외과 전문의는 ‘상완 신경총 마취’라는 부분 마취를 하거나 전신 마취를 한 상태에서 주사를 놓는 등의 방법으로 유착된 어깨 관절을 풀어준다.

이 과정에서 시술자는 환자 어깨에 달라붙은 관절을 뗀다. 이때 다른 힘줄이나 인대에 손상이 올 수 있고 골다공증이 심하면 골절이나 탈구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경험 많은 어깨 관절 전문의가 시행해야 안전하다. 시술 후엔 어깨 관절 안에 피가 고이는 ‘혈관절증’이 발생하는데 대개 1주일 정도 약을 쓰면서 관절 재활 운동을 진행해 해결한다.

오십견을 앓는 50세 이상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의 관심과 공감’이다. 오십견 과정 자체가 생리적 변화뿐 아니라 심리적 아픔을 수반한다. 이 변화의 시기에 가족들이 밝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환자는 더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다.

오십견 환자는 병이 진행되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초기라면 통증약을 약간 쓰면서 수동적인 관절 운동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 스스로 밝고 감사한 마음도 유지하면 좋다. 다만 개인 훈련이나 벤치 프레스, 바벨 들기, 철봉에 매달리는 능동적 운동은 피해야 한다. 대신 어깨를 따뜻하게 해주고 부드럽게 풀어주는 수동적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수중 에어로빅이나 가벼운 수영도 어깨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 시작 전에는 준비운동을, 운동을 마칠 땐 ‘마무리 운동’으로 반드시 끝내야 한다. 약간의 소염제와 근육 이완제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약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대개 1~2개월 안에 오십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100세 시대에서 50이란 나이는 뒤안길과 살아갈 길의 정중앙이다. 인생의 뒤를 살피고 앞을 헤아리는 시기다. 어쩌면 오십견은 어깨가 우리에게 보내는 통증의 메시지가 아닐까.

선한목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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