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혜·성역 없다는 원칙 못 지켰다”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

2024. 7. 2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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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총장, 김건희 여사 비공개 소환에 사과


‘총장 패싱’ 논란 확산…엄정한 수사만이 해법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특혜 조사’와 ‘총장 패싱’ 논란에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이 총장은 어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법 앞의 평등’에 맞지 않아 국민과의 약속 위반이란 게 이 총장의 판단이다. 검찰 조직의 수장인 이 총장과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의 입장 차이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이날 이 총장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질책한 뒤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고대 중국 사상가 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란 말도 언급했다.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는 사자성어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배우자든, 누구든 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소환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으로선 현실적인 고민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일지 않게 하려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사 방식이 필요했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 소환조사에 대해 이 총장에게 사전 보고를 하지 않은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형식적으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이 배제됐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사정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0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관련 사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배제했다. 그때도 논란이 없진 않았지만 조사 대상자가 검찰총장의 배우자란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후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검찰총장도 두 차례나 바뀌었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을 돌려주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 또한 수사팀이 총장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 것과 총장에게 사전 보고도 하지 않는 건 별개의 문제다. 게다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은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에 이상이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

검찰은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건 검찰이 특혜도, 성역도 없는 수사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철저히 밝히는 일이다. 오직 법리와 원칙에 따라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하는 엄정한 수사만이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지 않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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