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혜·성역 없다는 원칙 못 지켰다”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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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총장, 김건희 여사 비공개 소환에 사과
‘총장 패싱’ 논란 확산…엄정한 수사만이 해법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특혜 조사’와 ‘총장 패싱’ 논란에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이 총장은 어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법 앞의 평등’에 맞지 않아 국민과의 약속 위반이란 게 이 총장의 판단이다. 검찰 조직의 수장인 이 총장과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의 입장 차이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이날 이 총장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질책한 뒤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고대 중국 사상가 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란 말도 언급했다.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는 사자성어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배우자든, 누구든 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소환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으로선 현실적인 고민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일지 않게 하려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사 방식이 필요했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 소환조사에 대해 이 총장에게 사전 보고를 하지 않은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형식적으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이 배제됐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사정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0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관련 사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배제했다. 그때도 논란이 없진 않았지만 조사 대상자가 검찰총장의 배우자란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후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검찰총장도 두 차례나 바뀌었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을 돌려주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 또한 수사팀이 총장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 것과 총장에게 사전 보고도 하지 않는 건 별개의 문제다. 게다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은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에 이상이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
검찰은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건 검찰이 특혜도, 성역도 없는 수사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철저히 밝히는 일이다. 오직 법리와 원칙에 따라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하는 엄정한 수사만이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지 않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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