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로켓의 미 국방부 시험 첫 통과 쾌거

2024. 7. 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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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식 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예비역 해군 제독

한국산 적외선 탐색 기반 70㎜ 대함 근거리 유도로켓(미사일) 비궁(匕弓)이 지난 12일 미국 국방부가 주관한 ‘해외 비교 시험(FCT)’의 최종 발사에서 여섯 발 모두를 표적에 명중시켰다. 한국 방산 역사상 FCT 통과는 최초다. 이번 성공으로 비궁은 미국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부단한 연구개발(R&D)이 바탕이 되고 참여 기업이 이뤄낸 성과다. 방산은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협업하며 굴러가는 구조다. 국가를 지키는 방위 시스템인 동시에 경제에도 유익한 첨단산업이다. 마치 인체에 뼈(연구와 기술)와 근육(기술과 생산)이 있기에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이치와 같다.

「 국산 무기의 미국 수출 발판 마련
자주국방에 따른 기술 축적 결실
무기 교류는 동맹신뢰 확인 기회

지난 12일(현지시간) LIG넥스원 관계자들이 미국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항해 중인 천자봉함에 적재된 실사격 표적을 비궁 실사를 위해 바다에 띄우고 있다. 해군

한국은 지난 70여년간 동맹국인 미국이 제공하는 ‘방위 우산’ 아래에서 적대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왔다.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을 계기로 출범한 한미동맹 덕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하고, 마침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한미동맹의 핵심인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반도 전쟁에 대비한 한국 방어 작전계획(OPLAN 5027)을 기본 틀로 해서 움직여 왔다.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하는 한미연합사령관(미군 4성 장군)이 여러 군사계획에 따라 미군 전력을 운용한다. 이 작전계획에 따라 육·해·공 전력자산을 활용해 한국을 방어하게 된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미국의 무기체계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현역 시절의 필자를 포함해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한 한국 군인들의 눈에 어느 나라도 범접하기 어려운 미군의 최첨단 무기는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의 국방기술은 미군의 최첨단무기를 목표로 설정하고 치열하게 도전하며 발전해왔다.

지난 6월 5일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한미 연합 도하 훈련이 실시되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노력의 결실이 공군의 첨단 전투기, 해군의 이지스함, 육군의 정밀 유도탄 등이다. 대부분 미국 등 우방의 장비와 완제품·부품을 사들여 단순히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최대한 활용해 자체기술을 차곡차곡 축적해 가능했던 일이다. 그랬던 나라가 비궁의 시험평가를 통해 미국에 수출의 길을 열었으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무기 판매는 전략·전술·전투교리 등이 패키지로 붙고, 여기에 교육 훈련을 동시에 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군사적 관점에서 제품 공급과 훈련이 함께 제공된다는 점에서 안보동맹과 무기는 한 몸체다. 동맹 등 집단안보의 최고 수준 조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자주국방을 주창해온 1970년대 이후 보유하게 된 첨단무기는 대부분 미국 또는 유럽 국가들로부터 완제품을 수입하거나 그들의 기술을 접목해 국내에서 제작됐다. 이전받은 기술을 연구하고 학습해 한국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함대함 유도탄이다.

우리 해군은 함대함 하푼(Harpoon) 유도탄 수백 발을 구매해 운영하던 중에 1996년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국산화를 진행했고, 2005년 마침내 함대함 유도탄 해성(海星)을 탄생시켰다. 이 기술은 한국 유도탄 개발사에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해성은 2010년 첫 수출에 성공했다.

지난 5월 10일 동해 해상에서 진행된 합동 전투탄 실사격 훈련에서 홍대선함(PKG)이 적 수상함의 해상도발 상황을 가정해 해성-I 함대함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 해군

이번에 미국 국방부 시험을 통과한 유도로켓 비궁은 머그잔 크기의 통 안에 기술을 축소·응축한 근거리 타격 무기다. 한국군이 서해 최전방에서 북한의 기습 상륙정 타격 수단으로 운영 중인데, 높은 적중률을 보인다. 비궁은 환태평양 훈련구역인 중부 태평양 해역에서 리사 프란케티 미 해군참모총장이 직접 참관하는 가운데 100%의 신뢰도를 입증했다.

최근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처럼 70여년 동맹의 역사는 이제 한 방향에서 양방향 교류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한미동맹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시점에 한국의 대미 유도무기 수출이 실현되면 산업적 성과를 넘어 한미동맹의 격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상호 신뢰가 더욱 견고해져 명실상부한 최고 수준의 안보협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비궁의 미국 수출이 시간문제라지만 우리 정부와 한미 군사 당국, 관계기관과 기업은 최종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하길 바란다. 이를 통해 안보 정책을 넘어 무기 교류로 진화하는 동맹의 정점에 도달하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영식 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예비역 해군 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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