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누가 뭐래도 가족
지난 주말,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이제 10개월에 접어든 딸을 둔 부부의 집에는 활기가 돌았다. 아이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난감을 손에 꼭 쥐고 집 이곳저곳을 횡단하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만끽했고, 피자를 먹는 어른들 옆에서 뻐꾸기처럼 입을 벌리며 떡뻥을 받아먹었으며, 엄마가 불러주는 노래에 꺄르르 웃었다가 동그란 눈으로 고양이를 관찰했다. 아이를 살피고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흘렀다. 할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정말 훌쩍 흘렀다. 이 아이는 레즈비언 부부가 낳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2020)에서 친구는 이렇게 썼다. “나는 내 배우자에게 ‘나의 성년후견인이 되어줘’ 혹은 ‘나를 입양해줘’가 아닌 ‘나와 결혼해줘’라고 말하고 싶다. 다들 거추장스럽다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도 하고 싶고, 그동안 야금야금 낸 축의금도 사실은 좀 거둬들이고 싶다. 요즘 같은 세상에 너무 급진적이면서도 또 너무 보수적인 동성애자로 자라버렸다.” 그래서 친구는 거추장스러운 웨딩드레스를 입는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 후에 아이를 낳는 ‘보수적인’ 그 모든 일을 결국 해냈다.
나는 이제 이 부부가 법적인 부부가 될 날을 기다린다. 그래서 수술을 받게 되면 한쪽이 보호자 동의서에 서명도 하고 서로가 서로의 상속 1순위가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앞으로 결혼할 동성 부부들이 신혼여행 휴가도 다녀오고 육아 휴가도 받고 항공권 마일리지 합산도 하길 바란다. 대법원에서 들려온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이 가족은, 이제 적어도 건강보험 상으로는, 하나의 공동체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 부부는 이미 대법원의 판결문대로 “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를 바탕으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이 부부와 아이를 어떻게 가족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이미 대중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제도가 대중을 따라잡길 바란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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