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마켓 나우] AI 시대 승자의 조건은 ‘초저전력 반도체’

2024. 7. 2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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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시장조사기업 욜 인텔리전스(Yole Intelligence)에 따르면,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GPT2에서 GPT4로 발전하면서 에너지 소모량은 250배, 필요한 반도체 칩은 150배, 단위시간당 연산량은 1만 배 증가했다.

반도체시장 관계자들은 인공지능(AI) 구현에 필요한 반도체 칩 숫자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반도체산업이 계속 발전한다고 낙관한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은 심지어 1.4경 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해야 AI 시대의 반도체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논리에서 심각하게 논의되지 않는 부분은 에너지 소모량의 증가다. 물론 데이터센터들이 소모하는 전력 증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저전력반도체나 LPDDR 같은 저전력메모리 기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역설적으로 바로 이런 논의 수준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 부족을 입증한다.

데이터센터들은 2022년 460 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사용했다. 2026년에는 1000 T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예상이 AI 관련 연산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과 지금까지 데이터처리 수요는 5년마다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센터를 많이 보유한 나라는 심각한 에너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 데이터센터는 2022년 15.4 TWh를 사용했는데, 2029년에는 데이터센터의 5배 증가, 전력사용량의 28배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전력의 대부분을 데이터센터가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이므로, 현 기술 수준으로는 AI 시대를 맞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입증된다.

따라서 수십·수백 배 증가가 예상되는 데이터처리 수요를 현재의 에너지 소모량 정도로 감당하려면 새로운 반도체·컴퓨팅 기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얘기되는 저전력 반도체나 메모리는 단기적 대책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기술보다 수십·수백 배 낮은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연산효율이 높은 반도체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재·소자·설계·소프트웨어 등 모든 면에서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반도체 시장의 승자들은 다른 기업들이 미세화에 의한 이윤추구에 집중할 때에도, 칩과 칩을 이어 붙이는 이종집적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미리 준비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I 반도체기술도 이미 레드오션이다. 핵심 지적재산권이나 시장이 어느 정도 선점됐기 때문이다. 단기적·중기적으로는 기존 시장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미래의 승자가 되려면 AI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의미의 ‘초저전력 반도체기술’을 준비해야 한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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