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K-컬처밸리’ 사업시행 협약 해제 후폭풍 계속

박재구 2024. 7. 2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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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사업 해제 철회’ 대규모 차량 집회
국힘 고양시병 “시민 무시…밀실행정” 지적
경기도 “자본 확충해 사업 원형대로 추진”
CJ라이브시티 아레나 투시도. CJ라이브시티 제공

경기도가 고양시에서 추진하는 K-컬처밸리(CJ라이브시티) 복합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시행자와 협약을 해제하자 고양시민과 지역 내 정치인들이 경기도의 일방적인 해제 통보를 규탄하고 나섰다.

고양시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최근 K-컬처밸리 사업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와 사업협약을 해제하고 주민간담회 등을 통해 사업 원안 그대로 공공 개발에 나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되자 일산연합회 등 고양시민들은 새로운 사업자 선정 등 공사 재개에 많은 기간이 걸릴 수 있다며 ‘CJ라이브시티 원안 그대로 추진’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20일 사업 해제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차량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시민들은 차량에 현수막을 걸고 공사가 중단된 K-컬처밸리 사업 현장을 돌며 도의 사업 해제 철회를 촉구했다.

경기 고양시민들이 지난 20일 CJ라이브시티 사업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차량 집회를 진행했다. 주민 제공

앞서 지난 1일에는 경기도가 공영개발 계획을 밝히자 ‘CJ라이브시티 관련 상세한 소명, 재검토, 타임라인 제시 요청’이라는 청원이 게재돼 10일 만에 동의 인원 1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청원에 대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직접 답변 기한은 8월 12일까지다.

고양 지역 정치권에서는 CJ라이브시티 사업협약 해제 관련 김 지사와 민주당이 고양시민을 무시한 채 기만적 밀실행정을 벌였다며 비판하고 있다.

22일 오후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은 이택수·오준환·이상원 경기도의원, 손동숙·엄성은·고덕희 고양시의원과 고양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공연장 건설 백지화 뒤 기만적 공영개발 주장으로 고양시민 우롱하는 김 지사와 민주당은 석고대죄 하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경기도가 지난 17일 CJ 공연장 건설을 포함한 K-컬처밸리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며 “불과 이틀 전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상반된 행보로 주민의견 수렴이 없는 졸속 밀실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고양시병 당협위원회는 22일 오후 고양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컬처밸리 관련 경기도의 밀실행정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고양시병 당협위원회 제공

국민의힘 고양시병 당협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시킨 후, 공기업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맡으면 사업성이 개선된다는 논리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미 17%가량 건설된 CJ 공연장을 공영개발하려면 예비타당성 조사와 설계 등의 절차가 새로 필요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며, 착공과 준공 시한을 밝히고 범시민 종합대책반을 발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약 32만6400㎡(약 10만평) 부지에 실내 2만석, 야외 4만명 수용 규모의 아레나, 스튜디오, 숙박 및 상업시설 등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약 2조원에 육박하는 경기북부 최대 개발사업으로, 조성이 완료되면 10년간 약 30조원의 경제 파급효과, 약 20만명의 고용유발 효과 등이 기대됐다.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인 사항으로는 대용량 전력 공급 지연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은 신고양 변전소 설치를 추진하며 대안 마련에 나섰으나 빨라야 2028년 중순에 완공되는 일정이다. 이마저도 완공 후 실제 전력수급이 가능한 시점은 2029년 이후로 불확실한 상황이다.

경기 고양시민들은 지난 20일 CJ라이브시티 사업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차량 집회를 진행했다. 주민 제공

그간 CJ라이브시티는 대외 여건 악화를 타개할 방법을 적극 모색하며 국토부 PF 조정위에 중재를 요청했다. 조정위는 과거 누적된 지체상금은 부과하되 불가항력적이었던 전력 공급 불가 통보 이후의 지체상금은 삭감할 것을 권고했으나 경기도는 검토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도와 CJ라이브시티의 기존 사업협약은 전력공급이 불가한 시점에도 지체상금이 상한 없이 누적되는 구조다. 도가 조정안을 거부하면 결국 시행사가 떠안아야 하는 지체상금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상황에서 경기도는 협약 이행보증금도 2배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기본협약 내 상호 합의 하에 사업 기간 연장이 가능하게 돼 있음에도 갑자기 협약이행보증금을 2배나 증액할 것을 요구한 것은 경기도가 협약상 협력 의무를 도외시한 것”이라며 “이는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와의 기본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사업 해제 통보를 받을 때까지도 내부에서는 감사원 사전컨설팅 결과를 기다리며 사업 정상화 준비에 매진 중이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17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K-컬처밸리는 원형 그대로 한다. 빨리, 신속히 추진한다. 책임 있는 자본을 확충한다. K-컬처밸리 사업 추진을 위한 3개 항에 뜻을 모았다”며 “그동안 CJ가 8년간 3%라는 낮은 공정률을 보였기 때문에, 경기도가 GH와 협력해서 건설은 책임진다. 그 뒤 운영은 유수의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민간에 문을 연다. CJ도 운영에 참여할 문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자유구역에 포함해서 개발을 진행하는 만큼 해외기업의 투자를 적극 추진하겠다. 이 모든 과정은 투명하고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K-컬처밸리 사업은 ‘백지화’된 것이 아니다. 사업 주체를 바꿔 더 큰 청사진 하에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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