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동경도지사선거의 결과가 제시하는 일본정치의 향방

이영수 2024. 7. 2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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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난 7월 7일, 일본에서는 동경도의 지사를 뽑는 도지사선거와 도의회의원 일부를 뽑는 보궐선거가 함께 진행됐다. 주된 관심의 대상이었던 동경도지사선거의 결과는 도지사선거 사상 최다인 56명의 입후보자 중에서 유효투표수의 40% 이상을 획득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도지사의 승리이고, 당선이었다. 현직 도지사의 다수표 획득이라는 점에서는 결코 새롭지 않다고 하겠지만, 그 과정 및 결과들이 제시하는 점들은 향후 일본정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가진 것이어서 좀 더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정치에 있어서 지방정치가 얼마만큼 영향력을 가지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점이 있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중앙정치에 영향을 미쳐왔던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60년대의 혁신지자체장들이 일본의 환경정책 및 환경청 수립에 영향을 주었고, 자민당의 일당우위체제를 종식시킨 1993년의 총선거에 있어서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 구마모토 지사를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일본신당을 창단해 돌풍을 일으켰던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수상이었다.

현재의 일본정치 상황을 1993년이나 2009년의 정권교체 상황과 비교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예상일 수 있지만, 그만큼 현재 기시다 수상 및 자민당이 처한 상황을 대표하는 20%대의 낮은 지지율이 연속되는 것 등에서 볼 때 정치상황이 매우 유동적인 것을 알 수 있고, 그런 측면이 이번의 동경도지사선거에서 잘 나타났다고 하겠다. 이에 따라 본 고에서는 이번의 동경도지사선거 결과가 제시하는 다양한 측면을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2024년 동경도지사선거의 결과 요약
  
아래의 표는 이번 동경도지사건의 결과를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1) 첫째는 현직의 고이케 후보가 압승이라고 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이번 동경도지사선거의 총 유권자수는 약 1,135만명이고, 투표율이 지난번의 선거에서 5.6% 상승한 60.6%이기에 약 687.9만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가한 것인데, 고이케 후보는 그 중에서 42%에 해당한 291만.8만표를 획득해 승리한 것이다. 고이케 후보의 압승이라는 표현은 42.8%라는 수치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 득표수가 2위의 이시마루 신지(石丸伸二) 후보와 3위의 렌호(蓮舫) 후보가 획득한 표의 합에 거의 육박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1) 동 표에서 제시한 최종득표결과는 동경도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른 것이고, 출구조사의 수치는 아사히신문의 아사히디지털에서 제공된 것을 참고한 것임; 출구조사는 각 신문사 및 방송사별로 실행한 것이 있고 그 수치가 거의 유사하지만 조금씩 달라서 여기서는 숫자가 명확한 아사히디지털을 활용함; 또한 지지정당의 분포는 NHK의 조사에 기초한 것으로 자민당 25%, 입헌민주당 10%, 일본유신당 3%, 공명당 2%, 공산당 4%, 국민민주당 2%, 레이와당 1%, 도민퍼스트 2%, 무당파층 48%로 나타남; NHK자료는 https://www.nhk.or.jp/shutoken/articles/101/008/25/ 참조.2) 괄호안 수치는 각 정당지지자의 후보자에 대한 투표율임. 즉, ‘자민당(67%)’는 자민당 지지자중 67%가 해당후보에 투표했다는 것임.3)무당파층이란 지지하는 특정정당을 갖지 않는 층을 의미함. 무당파층이 반수에 가까운 48%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현재 정치에 비판적이어서 지지정당을 표명하지 않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함.

둘째는 주요 세 후보가 대체로 모든 정당지지자들로부터 골고루 표를 얻었지만, 그럼에도 각 후보가 주로 지지를 얻고 있는 기반이 다르다는 점이 확실히 나타난다는 점이다. 고이케 후보는 자신이 설립에 관여했기에 절대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도민퍼스트(90%)의 지지 외에도 연립여당을 구성하는 자민당(67%)과 공명당(81%)의 보수적 지지자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2)반면에, 2위의 이시마루 후보는 무당파(36%)와 일본유신회(41%)로부터 주된 지지를 이끌어냈고, 3위의 렌호 후보는 입헌민주당(72%)과 공산당(69%)의 혁신적 지지자로부터 중심적인 지지를 얻었다.

셋째는 총 유권자의 반 가까이(48%)를 차지하는 무당파층은 상대적으로 제3세력의 후보라고 할 수 있는 고이케 후보(32%)와 이시마루 후보(36%)에게 좀더 집중적인 지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3)반면에 야당이지만 기존 정당의 화길한 추천을 받은 렌호 후보(16%)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지지를 보냈다. 렌호 후보의 주된 조직표가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그 수치가 약 80만표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리를 위해서는 무당파층에 대한 어필이 매우 중요하고 좀더 필요했다고 하겠는데 그로부터의 16%, 약 50만표 정도만을 얻었다는 것은 렌호 후보의 무당파층 침투 실패를 보여주는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특징으로서의 조직표와 무당파층 위력

이번 동경도지사 선거에서 나타난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기존 정당의 조직표가 지니는 힘이 잘 드러난 선거였다는 점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아키다카다(安藝高田)시의 시장이었던 이시마루 신지 후보가 일으킨 돌풍에도 불구하고, 자민당과 공명당의 조직표를 직간접적 배경으로 하는 현직의 고이케 후보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큰 득표수의 차이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이시마루 후보의 돌풍은 기존 정당의 조직적 지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초반에 예상됐던 고이케 후보와 렌호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 또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에 대한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들의 도전이라는 구도를 이겨내며 제2의 득표율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앞서 표현한 바와 같이 고이케 후보가 압승한 것은 확실하지만, 그녀가 이번 선거에서 획득한 291.8만표는 2020년의 366.1만표 획득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특히 투표율이 5.6% 상승했음에도 더 적은 표를 획득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시마루 후보에 대한 지지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유권자의 48%를 차지하는 무당파층을 겨냥한, 이시마루 후보의 유투브 및 SNS를 중심으로 한 선거활동 및 전략을 통해서 얻었다는 점에서는 향후 일본의 선거 및 정치에 있어서 좀더 새로운 선거활동 양상이 나타날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돌풍에도 불구하고 고이케 후보가 낙승한 배경에는 역시 조직표의 힘이 있었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선거였다는 것이다. 상기한 표의 출구조사 결과에 기초해 계산해 보면, 고이케 후보는 자민당과 공명당, 그리고 도민퍼스트의 조직표만으로도 140만 정도를 이미 확보해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기존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잘 드러났다는 점으로, 이는 달리 말하면 일본정치의 전통적인 대립축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와 혁신의 구분이 가지는 의미가 매우 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무엇보다 선거초반에 예상됐던 고이케 후보와 렌호 후보 사이의 전통적인 여야간 양자 대결 양상이 이시마루라는 제3의 부호가 등장함으로 인해 무너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또한 야당이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는 여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대변하지 못했으며, 여당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의 선거 결과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보다도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등의 야당측에게 더욱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정권재창출을 위해서 조직력을 가진 공산당과의 연대라는 선택지가 결코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고, 그런 점에서 향후 정당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돌풍을 일으킨 이시마루 후보를 중심으로 제3당의 움직임이 제기되고 있으며, 모두에 1993년과 2009년의 정권교체와 같은 상황을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것이다.

고이케 후보의 압승, 이시마루 후보의 선전, 렌호 후보의 패배 요인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의 도지사선거는 고이케 후보의 압승, 이사마루 후보의 선전, 그리고 렌호 후보의 실패라고 요약할 수 있다. 고이케 현 지사가 다시금 당선되어 제 3기를 출범시킬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무엇보다도 자민당과 공명당의 조직표를 잘 동원하면서도 그것을 ‘은밀히’ 만들어 정치자금문제로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는 자민당과의 연계가 문제시되지 않도록 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고이케 후보가 자민당과의 관계를 이렇게 은밀히 하면서 선거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비록 자민당 소속으로 방위대신까지 지냈지만, 2016년의 첫 동경도지사선거 도전이나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긴급사태선언 발표 등해 있어서 자민당과 대립각을 세웠던 경력 및 리더십이 한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지난 두 번의 임기, 8년간 실행된 도정의 성적에 대한 동경도민 및 유권자들의 평가가 좋았기 때문이란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고이케 지사는 선거유세중 18세 이하에 대한 월5천엔의 지원과 고교수업료의 실질적 무상화 등과 같은 실적을 강조했는데,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NHK방송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가 지난 8년간 수행한 도정운영에 대해 6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이들 중의 대부분이 고이케 지사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시마루 후보의 선전은 무엇보다도 이미 앞에서 언급한 자민당 등을 위시한 기존 정당에의 불만을 제대로 제기하고 대변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시하라 후보는 유명 유투버들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일류여도 정치가 삼류면 경제도 결국 삼류가 된다면서 자신이 미쓰비시은행 분석가에서 정치가로 변신한 이유를 언급했고, 기존의 이익유도정치 또는 정치와 이익집단의 유착에 대해서 비판하며 ‘시시비비’를 가려 합리적 예산집행 등을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에서 소통방식으로 택한 것이 SNS나 유투브방송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침투하는 것이었고, 가두연설을 통해 유권자들과의 직접적인 소통방식을 쉬지 않고 진행한 것이었다. 한 보도에 따르면 하루에 20개 정도의 가두연설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방식이 이시마루 후보의 도전을 ‘선전’에 그치게 만든 측면이 있다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그에게 투표한 사람들의 연령 분포를 보면 30대까지는 고이케 후보보다는 이시마루 후보를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40대 이상부터는 고이케 후보에 대한 지지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지지 정당에의 분포에서도 이시마루 후보에 대한 지지는 무당파층과 일본 유신당의 지지자들이 중심을 이루었던 것처럼, 연령분표에 있어서도 젊은 층에 국한되어 노인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일본유권자들에게 좀더 폭넓게 확산 되지 못한 것이 선전에 그치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렌호 후보의 실패는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정치불신으로 인하여 유권자들의 반 가까운 48%를 차지하는 무당파층에 대해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 점이라고 하겠다. 렌호 후보의 이러한 전략적 실수는 이전 선거에서의 승리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렌호 후보가 소속됐던 입헌민주당은 4월 28일에 실시된 3개의 중의원 보궐선거(동경15구, 시마네1구, 나가사키3구)에서 공히 후보를 내어 모두 승리했는데, 이와 관련해 이즈미(泉健太) 대표는 “차기 중의원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제기해도 비현실적인 것이 아닌 것이 되었다”며 기시다 수상에게 중의원의 조기 해산을 압박하고 그와 관련해 내각불신임안을 제출할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던 것이다.

상기한 NHK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의 동경도지사선거에서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75%인 것을 나타났지만, 이 중에서 렌호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은 20% 정도였고 더 많은 유권자들이 고이케 후보나 이시마루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 말하면 고이케 후보를 자민당과 연결시키려는 전략이 실패하고, 공산당과의 연계 전략 역시 입헌민주당의 지지 세력을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등의 실수가 렌호 후보의 패인으로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정치에의 영향 및 향후 전망
 
이번의 동경도지사선거가 결과적으로 보여준 자민당 등의 기존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 및 불만은 우선 자민당의 당내정치를 흔들어 일본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민당이 은밀히 지원한 고이케 현 도지사가 승리를 거두었지만 도의회의원보궐선거에서의 자민당 성적은 8개 보궐선거구 모두에 후보를 냈음에도 기존의 4석에서 2석으로 줄어든 패배였다. 이러한 성적을 마주한 자민당 의원들로서는 대응을 심각히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예가 최근 들어서 제기되는 기시다(岸田文雄) 총리의 사임 또는 총재선거 불출마이다.

이는 마치 2021년에 당시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코로나 사태에의 대응 등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중의원의 임기만료와 자민당 총재선거를 동시에 맞이함으로 해서 결국 중의원 해산이라는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 채 총재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과 같다고 하겠다. 전례로 볼 때, 새로운 총재 및 총리에 의한 내각 출범은 기대감을 높여서 대체로 지지율의 상승을 가져오고, 이런 상황을 활용해 총선거를 실시하면 종전의 낮은 지지율 및 높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최악의 성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기한 2021년의 경우, 9월의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기시다 현 총리는 바로 그러한 전략에서 실시한 10월의 제49회 중의원 총선거에서 15석만이 줄어든 261석이라는 양호한 성적을 거두었던 것이다.

현재의 자민당으로서는 이러한 시나리오의 재현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겠는데, 문제는 과연 이러한 흐름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기시다 총리가 과연 불출마할 것인가가 의문이다. 지지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결코 성적이 나쁘지 않고 중의원 임기만료까지 아직 1년여가 남아있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로서는 다소 억울하다고 생각하며 회복가능성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류파벌을 형성하는 아소(麻生太郞)파와 모테기(茂木敏充)파와의 연대도 아직은 돈독하고, 차기 총재총리 후보로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은 이시바(石破茂) 의원에 대한 주류파벌의 거부감도 여전히 강하는 점도 기시다 총리의 망설임을 부추기는 요인일 수 있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하면 현재 기시다 총리 및 주류파벌에 대항해 움직이는 스가 전 총리가 어떤 전략으로 얼마만큼의 리더십 및 조정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차기의 총재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주류파벌에서 기시다 총리 이후의 후보로 언급되는 모테키 도미미쓰 현 간사장 외에도 상기한 이시바 의원, 고노 타로(河野太郞) 의원이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의원,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의원 등 다수의 비주류파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민당 의원들이 동경도지사선거에서 나타난 이시마루 후보의 돌풍을 얼마만큼 심각하게 생각하는가이고, 그에 따라 자민당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하겠다. 자민당 정권이 붕괴된 1993년과 2009년의 경우, 이러한 자각의 부재가 당의 분열이나 지리멸렬한 정권유지로 이어져 결국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

이러한 사정은 야당측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야당세력은 제1야당인 중의원 99의석의 입헌민주당, 제2 야당인 45석의 일본유신회, 10의석의 공산당, 7의석의 국민민주당, 3의석의 레이와신선조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념적으로 상이한 경우가 많아서 연립여당에 대응해 공동전선 구축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곤란한데, 이런 가운데 이시마루씨에 의한 돌풍이 제3당의 형성으로 이어질 것인가의 여부도 역시 이시마루 후보의 돌풍을 야당들이 얼마만큼 심각히 인식하고 상호협력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야당간의 협력이 가능할 때는 자민당의 분열을 더욱 부추길 것이기에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검토한 일본정치의 변화가능성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미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예전과 같이 특수한 관계에서가 아닌 일반적 국가간 관계로 대응해간다는 것이고, 이러한 입장은 리더십이나 정당의 교체로 해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의 동경도지사선거에서 나타난 이시마루 돌풍과 관련해 주의를 요하는 점은 그가 80년대생의 40대 초반이며 합리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달리 말하면 상기한 한국과의 일반적 국가관계가 전후세대 중에서도 더욱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좀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복합위기의 현황 속에서 이러한 일본과의 과거 문제를 바로잡고, 관계를 유지하며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의 정체성과 미래비전을 국내적으로 우선 더욱 확실히 하면서,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차원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을 필요한다고 하겠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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