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새마을금고 감독권 그대로…건드리면 혼란"(종합)
PF 연착륙 정책 이행…"개선 방향성 공감"
가계대출 늘지만 은행 총량규제는 어려워
금투세 폐지 의지 피력…가상자산엔 신중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겪은 새마을금고 관리·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이관하는 문제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게 정리하는 동시에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인상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당시 늑장대응을 지적하자 “뱅크런 당시 감독체계의 혼선 때문에 사각지대가 있었다”며 “범정부적 대응으로 금융위·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예금보호공사 등이 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새마을금고가 불안한 상황인데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권을 건드리면 오히려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협업체계로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정부의 늑장대책을 질타하자 “교훈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이 2022년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당시 대책을 “사후 약방문”이라고 평가하자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정부는 사태가 불거지고 약 한달이 지나서야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새마을금고·레고랜드 사태는 물론 물가 문제에서도 시장의 시그널(신호)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했다고 지적하자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부동산 PF 재구조화 시급…근본책 마련도 필요"
금융위가 지난해 4월 부동산 PF 관리를 위해 실시한 대주단 자율협약이 ‘부실 감추기’라는 의혹에 대해선 시장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는 의견을 냈다. 협약에 따라 대주단은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을 대상으로 만기연장과 이자후취 등 조치를 취했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이 “올해 5월에 와선 만기연장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번복했다”고 묻자 김 후보자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했던 것 같다”며 “지난해엔 고금리가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단 기대 때문에 만기연장 등을 통해 충격을 줄이는 데 주력했지만, 올해는 해당 방식이 맞지 않는 것 같아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만기연장 횟수에 제한을 두고 이자는 일부를 갚아야 후취가 되는 방식의 조치를 취할 것이며 부실 사업장에 대해선 경·공매와 재구조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부동산 PF 부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상황 수습과 근본책 마련을 잇달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가 마무리 단계인 만큼 그 결과에 따른 조치가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며 “사업성이 없으면 정리하되,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은 대주단을 중심으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해 부동산 건설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나라 시행사가 외국보다 자기자본 투입 비율이 낮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시기나 방법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부터 완료한 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증권에도 목소리…"금투세는 부자감세 아냐"
김 후보자는 최근 가계대출 오름세와 관련해선 “경각심을 갖고 봐야 할 상황”이라고 평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면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는데 안정적인 관리 방안이 있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갚을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대출하거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대출총량은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연간 계획을 가지고 있으니 그 부분을 감독당국이 점검할 것”이라면서도 “총량을 규제하면 부채를 잡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지만 실제 국민들이 굉장히 어려워한다”고 의견을 냈다.
중도상환수수료 과다 산정과 제4인터넷은행 신규 인가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대환대출 과정에서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높게 가져가면 절감된 금리가 큰 의미가 없다”며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질의했다. 김 후보자는 “실제 은행들이 꼭 드는 비용을 최소화해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신속히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 형성을 하는 시대가 왔다며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김 후보자는 “금투세가 자본시장에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깊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투세가 ‘부자감세’라고 하는 데 대한 입장을 묻자 김 후보자는 “부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주식을 매도하고 나가게 되는 금액상으론 세금 내지 않는 투자자라도 다 영향을 받는다”며 “오히려 정의하자면 투자자를 위한 감세”라고 말했다.
법인·기관의 가상자산 계좌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도 법인·기관의 가상자산 시장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김병기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과거 우리가 가상자산시장에서 겪은 혼란을 생각해보면 현재 정책은 (시장 육성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두고 가야 하며 법인이나 기관에 대한 허용이 과연 이에 맞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를 묻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금융시장 안정이나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지난 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된 토큰증권(STO)에 대해서는 “입법안을 만들어서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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