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특혜 없었다? "뭔가 있나 싶었다" 고사하던 감독이 계속 후보에, 그 자체로 다른 대우

조효종 기자 2024. 7. 22. 18:15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홍명보 감독 내정 당시 면접을 진행하지 않은 것은 특혜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당사자들이 공개한 내용만 살펴봐도 홍 감독은 다른 후보자들과 다른 대접을 받았다.


지난 7일 KFA가 차기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홍 감독 내정을 발표한 뒤 감독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KFA는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감독 후보자 물색 과정을 소개하고, Q&A 형태로 4가지 의문점을 해명했다.


KFA가 가장 길게 공들여 답한 의혹은 홍 감독이 '프리 패스'로 선임됐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최종 감독 선임 과정을 주도한 이임생 KFA 기술총괄이사가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는 면접을 진행한 반면, 홍 감독과는 별도의 면접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혀 '채용 비리'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


KFA는 전력강화위원들이 이미 축구 스타일, 철학 등을 파악하고 있는 국내 감독들의 경우, 외국인 감독과 진행 방식이 다를 수 있다며 홍 감독이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을 뽑으면서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면접 유무 외에도 전력강화위가 '감독 후보' 홍 감독을 대하는 방식은 다른 후보들과는 달랐다. 홍 감독은 꾸준히 차기 감독직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불과 지난달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울산HD 팬들을 달래며 간접적으로 고사 의사를 밝혔다. 이 이사가 홍 감독을 만날 것이란 보도가 나오자 "만나야 할 이유가 많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서형권 기자
박주호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 서형권 기자

전력강화위도 인지하고 있던 바다. 이 이사는 감독 선임 브리핑 당시 "미팅이 가능할지 고민과 두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KFA는 이번 Q&A에서 "홍명보 감독의 경우, K리그 경기 전 인터뷰에서 협회를 향해 여러 발언을 한 바 있어 면담 자체가 성사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있는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감독의 열의는 감독 선임 시 고려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데, 홍 감독의 의사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후에도 홍 감독은 끝까지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홍 감독의 입장이 뒤늦게 드러나거나 바뀐 것도 아니었다. 홍 감독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직후부터 후보로 거론됐고 이에 공개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전력강화위는 홍 감독을 배제하지 않았다. KFA가 이번에 발표한 전력강화위 활동 내용에 따르면 외국인 감독 후보에 대해선 '한국 감독직에 대한 의지 확인' 절차를 거쳤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친 홍 감독은 의지와 무관하게 후보군에 남겨뒀다. 회의에 참여한 박주호 전 KFA 전력강화위원이 영상을 통해 문제 제기한 대로 "고사하셨다는데도 계속 이어가길래 '뭔가 있나' 싶었다"는 의혹을 품기 충분했다.


제시 마시 감독 등 최종 후보군과의 협상이 한 차례 불발된 뒤 홍 감독은 다시 후보군에 포함됐고,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 거스 포옛 전 그리스 감독으로 알려진 두 외국인 감독과 함께 최종 후보로 꼽혔다. KFA는 지난달 정해성 당시 전력강화위원장과 이 이사, 김대업 기술본부장이 재차 추린 최종 후보군과 화상 면담을 시행했다고 밝혔는데, 홍 감독은 K리그 경기 일정으로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 달리 감독직 의지, 기본 계약 조건 등을 논하는 당시 면담에 참석하지 않고도 최종 후보 중 1순위에 올랐다.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 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정 전 위원장의 사퇴로 업무를 이어받은 이 이사는 1순위 홍 감독에게 매달렸다. 면담 일정을 약속하지 않고 홍 감독의 자택에 찾아갈 정도였다. 홍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2~3시간을 기다린 이 이사를 뿌리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다른 후보들과는 다른 대우였다. 기존 언론 보도와 더불어 박 전 위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팬들에게도 지지를 받았던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 대표팀 감독은 전력강화위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면담 일정을 계속 변경하는 등 감독직에 대한 열의가 있는지 의문이 있어 후보군에서 제외된 바 있다.


결국 당장 감독직에 큰 의향이 없던 홍 감독을 설득해 모셔오는 모양새가 됐다. 홍 감독이 KFA와 전력강화위가 설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유일무이한 최종 후보였다면 면접이 아닌 설득이 필요했을 수 있다. 그러나 엄연히 다른 최종 후보군이 있었다. 두 외국인 감독은 이 이사도 인정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면접에 임했다. 연봉 등의 조건도 받아들였다. 이 이사의 판단으로는 KFA의 기술철학과 잘 맞을지 확신이 부족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의적인 해석이었고 중대한 결격 사유는 아니었다. 그래서 홍 감독 면담 불발 시 협상을 진행할 우선순위도 결정해둔 상태였는데, 이 이사는 밤늦게 홍 감독을 무작정 찾아가 면담을 진행하고 그 자리에서 감독직을 제안했다. 홍 감독은 당시 상황을 "(이 이사가) 강하게 부탁했다"고 표현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