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수사지휘권 논란…추미애 "4년 전 내 지시? 궁색하다"
4년 전 ‘추·윤(추미애·윤석열)갈등’ 당시 불거졌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배제 문제가 정치권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20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공개 대면 조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검은 조사 사실을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조사 시작 10시간이 지나서야 보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한 이후 검찰총장은 수사지휘권이 없어 보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2020년 10월 19일 당시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가족 관련 4개 의혹 등에 대한 수사지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그중 하나다.
그러자 4·10 총선에서 당선돼 당으로 복귀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곧장 반응했다. 그는 22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이 갑자기 4년 전 법무부 장관으로서 내린 저의 지시를 금쪽으로 여긴다. 어찌 그리 궁색하냐”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배제했다”며 “그러자 윤 총장은 자신의 장모·부인 관련 사건 수사를 지휘 배제당했다는 이유로 (국회에 출석해)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까지 반발했다”고 적었다. 이어 “이해충돌 여지가 없는 후임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법무부 장관이 복원하고 검찰총장 지휘 아래로 관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지휘 배제는 사건관계 대상자(김 여사)의 남편인 윤 총장에게 내린 것이기에 후임 총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논리도 등장했다. 검사 출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수사지휘가 내려졌을 때는 검찰총장의 부인이 수사 대상이었기 때문인데 이제 검찰총장이 바뀌었으니 그 상황이 모두 해소가 됐다”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자연스럽게 철회가 됐다고 보는 것이 법률적으로 맞다”고 주장했다.
검사장 출신 양부남 민주당 의원도 통화에서 “이 총장에게 이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다면, 그간 서울중앙지검이 일체 보고를 안 했어야 맞다”며 “하지만 이 총장이 포괄적인 수사지휘를 하고 보고도 받아왔지 않으냐. 서울중앙지검 주장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여권은 법무부 장관이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는 이상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은 복원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6월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복원을 건의했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용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이원석 총장이 “수사지휘권이 복원되면 철저히 수사하겠다”(2022년 9월 인사청문회)고 했지만,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부장검사 출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장관의 수사지휘가 이뤄졌고, 그 사건이 계속 수사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배제는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수사지휘 배제는 개별 사건의 진행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청법 8조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조항에 따라 ‘구체적 사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복원이 필요했다면 추 의원이 장관에서 물러나기 전 자신의 지시를 철회했으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장은 최근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회복을 구두로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그 이유에 대해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극도로 제한적이어야 하는데 ‘검찰총장 지휘권을 복원하라’는 장관의 지휘도 수사지휘권에 해당한다”며 “이는 박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밝혀온 일관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지휘 배제의 법적효력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수사지휘권 발동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이 명문화돼 있지 않은 게 문제”라며 “언제든 정쟁 소재로 쓰일 수 있는 만큼 법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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