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웅, 감사했습니다"…문화계 故김민기 추모 물결
'아침 이슬' 작곡가이자 33년간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이끈 가수 김민기씨가 지난 21일 위암 투병 끝에 7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비보를 접한 대중문화계에서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빈소에는 고인을 애도하는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수 윤도현은 22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존경하는 음악가 김민기. 언제나 제 마음속에 살아 계실 김민기 선생님"이라며 "학전도 선생님도 대학로도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추모했다.
가수 이적도 생전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형님, 하늘나라에서 맥주 한잔하시며 평안하시리라 믿는다. 나의 영웅이여,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도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수만은 연합뉴스에 "역경과 성장의 혼돈 시대, 대한민국에 음악을 통해 청년 정신을 심어줬던 김민기 선배에게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이수만은 고인이 운영하던 학전이 지난 3월 문을 닫을 때 1억원 이상을 쾌척하기도 했다.
가수 박학기도 "(고인은) 우리 후배 가수들에게 기준이 되는 형이셨다"며 "항암을 계속 받으면 몸이 점점 힘들어지지 않느냐. (고인이) 최근 집에서 쉬시면서 병원을 오가며 치료받으셨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가셨다"고 말했다. 박학기는 지난해 학전이 폐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료 예술인을 모아 학전과 고인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마지막 공연 '학전 어게인'을 기획한 인연이 있다.
가수 김광진은 "존경하는 김민기 선배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대학시절 저희의 많은 부분을 이끌어 주신 음악들 감사드린다"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분이었다. 음악도, 삶도, 저희한테 주셨던 따뜻한 격려도 기억한다. 사랑합니다"라고 밝혔다. 가수 알리도 "노란 머리 시절,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 장소에서 선배님 맞은편에 앉아 수줍게 술 한 잔 받은 날이 처음 선배님과의 만남이었다"며 "선배님 예술 인생의 발자취를 알게 되고, 느끼고, 노래로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애도했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는 동료와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학전 무대에 오르며 배우의 꿈을 이룬 장현성은 빈소를 찾아 "조금 더 오래 저희 곁에 계셔주셨으면 감사했을 텐데 마음이 아주 황망하다"며 "요 며칠 컨디션이 좋아지셨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선생님 덕분에 저희가 건강히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며 "부디 편안하게 좋은 곳으로 가시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배우 박원상도 "선생님과 또래인 분들은 강단으로 가셨지만, 김민기 선생님은 끝까지 학전을 대학로를 지켜주셨다"며 "옛날에 (단골 카페인) 학림에 가면 늘 맥주를 마시고 계셨는데 (하늘에) 가셔서 좋아하시는 맥주 많이 드시고 쉬시면 좋겠다"고 추모했다.
고인과 대학시절부터 친분을 나눈 50년지기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도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빌었다. 유 교수는 "겸손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밖으로 자기를 드러내지 않았다"며 "하지만 그가 문화예술을 고집하며 이룩한 것들은 우리의 어마어마한 문화유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학전 무대를 거쳐간 가수 이은미, 장기하, 박학기, 알리, 배우 문성근, 강신일, 이병준 등이 빈소를 찾았다.
'아침 이슬', '상록수' 등 대표곡을 남긴 고인은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하고 연극 연출가의 길을 걸었다. 지난 3월 문을 닫은 학전은 이달 17일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고인은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전날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발인일인 24일 오전 옛 학전이 자리한 아르코꿈밭극장에 들렀다가 장지인 천안공원묘원에 유해를 봉안할 예정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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