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진보가 공존하는 광주 공연, 특별합니다"
[이규승 기자]
▲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박승희 지휘자 |
ⓒ 박승희 |
"빛고을 광주는 전통과 진보적인 문화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전통음악의 한국화로 대한민국 예술의 본류로 일컬어져 왔을 뿐 아니라 근대 서양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이 도시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박승희 지휘자가 한 말이다.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개최하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 이야기다.
대한민국 창작음악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아창제)가 서울을 벗어나 지역에서 열리는 네 번째 'with 아창제'를 앞두고 있다. 이번 광주 공연에는 유수의 협연자들뿐 아니라 150여 명에 이르는 연합합창단이 함께할 정도로 대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2007년에 시작해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아창제'는 양악과 국악 등 두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국내 음악계가 서양의 고전음악 일색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ARKO)가 작곡가와 지휘자, 연주자들이 창작음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열리는 창작음악페스티벌이다.
특히 작곡가의 혁신적인 창작력과 개척 정신이 반영된 총 171곡의 작품을 발굴해오면서 한국 창작관현악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창제가 그동안 서울에서만 공연을 해왔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를 반영해 2년 전부터 지역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 올해는 네 번째 기획으로 광주를 선택했다. 그 이유를 아르코 측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23년 (전북) 전주에서 국악부문 기획연주회('전주시립국악단 with 아창제')를 열었는데, 광주악단의 상임지휘자인 박승희씨가 전주 공연을 보러온 것이 인연이 닿았다. 아창제에서도 이듬해 <with 아창제>를 연주할 지역악단을 고민하던 찰나에 관심과 열정을 보여준 지휘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전라도를 대표하는 광주광역시에서 공연을 여는 것도 많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아창제 작품이 재연되는 것뿐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악단의 연주로 관객을 찾는 것은 지역주민 모두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 아창제의 기대에 힘입어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를 준비하는 박승희 지휘자는 "전통과 예술을 사랑하는 150만 광주시민에게 최고 수준의 국악관현악 작품과 동시대를 대표하는 협연 연주자들을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며 "아창제를 통해 작곡·연주되는 국악관현악 작품은 우리 음악의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표현하는 리트머스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국악관현악의 시대에서 아창제 이전과 이후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하고 있는데, 아창제 창작곡 발굴과 연주가 가져다주는 음악적 성취는 상상 이상이다. 악단과 지휘자와 모두에게 도전을 꿈꾸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
ⓒ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
이번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의 주요 프로그램에선 '사람'을 소재로 고민한 총 다섯 곡의 음악을 들려준다. 김기범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천마도', 손다혜의 25현 가야금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어린 꽃', 양승환의 대금 협주곡 1번 '린포체', 이예진의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 '기우', 이정호의 합창과 진도씻김굿, 국악관현악을 위한 '진혼' 등 다섯 곡이 차례로 연주된다. 다음은 박승희 지휘자의 말이다.
"이번 연주회의 유일한 국악관현악을 위한 '천마도'는 김기범 작곡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선정했습니다. '어린꽃'은 25현가야금을 대표하는 문양숙 연주자와 만남을 그리며 준비한 것입니다. 작품의 주제가 주는 메시지에 주목하길 바랍니다. '린포체'는 이지적입니다. 아름다운 소리로 관객들과 호흡하는 대금연주자 박경민의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기우'는 이예진 작곡가의 독창적인 음악적 시선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진혼'은 언젠가 고향 광주에 지휘자로 오게 되면 시민에게 꼭 선보이고 싶었던 작품으로 선정했습니다. 특히 광주시민연합합창단과 함께해 특별함이 더하죠."
1994년 9월 1일에 창단된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은 남도음악의 진수를 올곧게 담아내 수많은 광주시민에게 흥과 멋, 기쁨과 위안을 선물하면서 장성해온 공연단이다. 창단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30년의 예술적 비전을 펼쳐내며 품격 있는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매진하고 있는데, 광주시민에게 남도음악을 기반으로 멋과 흥을 담은 전통예술의 진수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새로운 30년을 바라보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은 국내 최정상의 전문연주단체로 거듭나고 있다. 2023년 '평화를 향한 역동과 진혼'을 시작으로 2024년 아창제 재연연주, 충장축제 폐막공연, 창단3 0주년 기념 브랜드 작품연주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광주, 호남을 넘어 K-국악의 선봉에서 그 위상을 다져가고 있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가 열리는 25일은 박 지휘자가 취임 1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1983년 판소리를 시작한 그는 광주동신고를 자퇴하고 남도예술고등학교(현 광주예고)에 입학했다. 판소리에서 피리로 전공을 바꾸고 서울대 음악대학 국악과를 졸업한 후에 국악의 종가인 국립국악원 정악단에서 프로 연주자의 길을 나섰다. 지난 2000년에는 '지하철공연문화협의회'를 만들어 국내 최초로 서울지하철역사와 공간에서 음악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박승희 지휘자 |
ⓒ 박승희 |
"준비단계부터 협의, 실행을 하는 모든 과정에서 설렘, 흥분, 행복이 교차합니다. 단원들은 힘든 과정을 묵묵하게 따라와줬고, 사무파트도 너무나도 준비를 잘해주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광주시와 광주예술의전당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더해 주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단원들이 처음 '기우' 악보를 받아들고 난감해하는 표정들이 떠오르네요. 시간은 늘 부족하고 우리에게 완벽한 환경은 주어지기 어렵지만, 이 모든 것을 열정과 땀으로 극복해 내는 과정이 추억으로 오랫동안 머물 것입니다."
▲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 포스터 |
ⓒ 아창제 사무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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