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일회용 플라스틱 구매 안 한다

윤원섭 2024. 7. 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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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부산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 앞두고 2035년까지 전면 구매 금지 약속

[윤원섭 기자]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릴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 회의를 앞두고, 미국 정부가 플라스틱 오염을 '위기'로 정의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과 대응의 시급성을 미 정부가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2035년까지 미 정부 차원에서 모든 형태의 일회용 플라스틱 구매를 금지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더욱이 온실가스와 여러 화학오염물질을 유발하는 플라스틱 생산에 더 규제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미 백악관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83쪽 분량의 전략 문서를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각) 내놓았습니다.

브렌다 말로리 백악관 환경품질위원회 의장은 공동성명에서 "(해당 계획은) 플라스틱 전체 수명 주기에 전례 없는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 4300만 톤에서 2019년 4억 6000만 톤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 OECD 제공, 그리니엄 번역
 
플라스틱 생산 직접 규제 대신 '규제' 강화

미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196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2016년에는 연간 약 4200만 톤을 배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중국의 2배 이상이며,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양입니다.

백악관은 "최근 20년간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물 모두 2배 이상 늘어나 해양을 오염시켰다"라며 "생산 시설 근처 지역 사회 내 대기 오염을 유발해 공중 보건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친 관리가 필요하단 것이 백악관의 말입니다.

백악관이 내놓은 새로운 전략은 플라스틱 생산을 직접 줄이는 조치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플라스틱 공장에 현재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할 것이란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생산을 직접 규제하는 대신 대기오염·화학물질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뜻입니다. 현재 미 환경보호청(EPA)은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과불화화합물(PFAS) 배출을 규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는 인체에 장기간 노출될 시 저체중이나 면역체계 약화 나아가 신장암 및 간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플라스틱 제품 설계에서보다 '순환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내용도 언급됐습니다. 재활용·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표준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대체 소재를 개발해 상용화한다는 계획도 담겼습니다.

백악관은 "순환경제를 더 강화할 재료를 개발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포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문제성 플라스틱 사용 제한… 관계부처도 동참

문제성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 모두에 제한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성 플라스틱은 불필요한 소재나 설계의 문제로 재활용할 수 없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일컫습니다.

백악관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이는 핵심 단계는 불필요하거나 관리하기 어려운 재료의 초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연방정부 차원의 일회용 플라스틱 구매는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됩니다. 이는 2035년에 미 정부 전체로 넓히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22년부터 미 내무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구매와 소비를 줄이는 조치를 시행 중입니다. 내무부와 산하 공공기관에 모두 적용되고 있습니다.

데브 할란드 내무부 장관은 "생태계와 기후변화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를 위해 내무부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무부는 미 국립공원 62곳을 포함한 천연자원과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를 담당하는 부처입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개선을 위해 수거 및 처리 기반시설(인프라)을 개선할 것이란 내용도 언급됐습니다. 투자나 세액공제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재사용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환경보호청은 고형폐기물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2억 7500만 달러(약 3835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운용 중입니다. 보조금은 재활용·재사용을 비롯해 퇴비화 같은 기술개발, 폐기물 시설 직원 교육 등 140개 프로젝트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이 해양으로 유출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강조했습니다.
 
 현지 시각 4월 23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를 위한 4차 회의(INC-4)가 열린 가운데 회의가 열리는 샤우센터 앞에 ‘수도꼭지를 잠가라’란 작품이 전시돼 있다.
ⓒ Artan Jama, UNEP
 
환경단체 "환영"… 플라스틱 산업계 "백악관 발표 실망"

반응은 엇갈립니다.

환경단체 오세아나의 플라스틱 캠페인 책임자인 크리스티 리빗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일회용 플라스틱 단계적 폐지 약속을 칭찬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상품 구매자인 만큼, 정부의 이같은 결정이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일부 환경단체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플라스틱 오염을 위기로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높게 평가했습니다.

반면, 미국 플라스틱산업협회 협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매트 시홀름은 "백악관의 발표가 실망스럽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정부의 일회용 플라스틱 단계적 금지 계획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플라스틱 산업계는 정부와 의회와 협력해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일 준비가 돼 있다고 시홀름 CEO는 강조했습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의 플라스틱 전략이 실제로 이행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정책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시 환경보호청이 내놓은 주요 환경 규제를 모두 폐기할 것을 약속한 상태입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에 미 적극 나서"

한편, 문서에는 현재 진행 중인 플라스틱 국제협약과 관련한 진행 상황도 언급됐습니다.

말로리 위원장은 "국제 사회의 강력한 합의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플라스틱 오염에 맞서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현재 국제 사회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협약 성안을 논의 중입니다.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마지막 회의가 열립니다.

지난 6월 이형섭 환경부 국제협력단장은 미국 측으로부터 양자회의를 하자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 회의 개최국이자 중재자인 만큼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둘러싼 한국의 태도에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이 단장의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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