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원, 간판 없어도 ‘보증 OK’…2년간 보증사고 1만5500여건 적발된 경남신보

안대훈 2024. 7. 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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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경남신용보증재단(경남신보)이 부실한 심사 등으로 여러 차례 보증사고를 낸 사실이 경남도 감사 결과 나타났다. 경남신보는 소상공인이 대출 등으로 자금을 융통할 때 보증을 서는 기관이다.

경남신용보증재단 인터넷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처


2년 새 2017억원 ‘보증사고’


22일 경남도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 동안 경남신보에서 발생한 보증사고 발생 건수는 1만5526건(보증금액 2017억여원)이다. 보증사고는 경남신보가 신용을 보증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이 원금·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도 감사위가 신용보증 승인을 받고 불과 180일(6개월) 내에 사고가 난 20여건을 조사한 결과, 경남신보가 심사 과정에서 실제 영업이 불확실하거나 제출 자료 여부가 불투명한 데도 신용보증을 승인한 게 여러 건 확인됐다.

대표적인 게 A업체 사례다. 소매업을 하는 이 회사는 경남신보에 ‘소상공인 지원 특례보증’을 신청하면서 2022년 이후 매출 정보가 ‘0원’으로 기재된 세무서 자료(부가가치세과제표준증명)를 제출했다. 사업장 주소지도 자택이어서 정상 영업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남신보는 PC와 온라인에 등록된 판매자정보, 상품 게시 등 사진만으로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것으로 판단, 1000만원의 신용보증을 승인했다. 결국 A업체는 신용보증으로 대출받은 지 20일 만에 폐업했다. 경남신보는 A업체의 대출금 약 1017만원(이자 포함)을 대신 갚아야 했다.


‘매출 0원’, ‘無간판’인데도…‘보증 OK’


2000만원의 신용보증을 섰다가 167일 만에 보증사고가 난 B업체(음식점업)도 마찬가지다. 외부 간판과 내부 취식 공간도 없었지만, 경남신보는 ‘정상 영업 중’이라고 봤다. B업체 대표가 ‘배달전문업체라 홀은 따로 없고, 비용 문제로 간판은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단 게 이유였다.

매출 정보도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스마트폰 앱에 B업체 대표가 입력해놓은 매출 정보 캡처본만 받았다. 경남신보는 이 캡처본을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세금계산서·신용카드전표·현금영수증 등)를 추가로 요구하지 않았다.

특히 심사 당시 B업체 대표가 30일 이내에 카드 개설 관련 조회(4건), 대출상담·개설 조회(17건)하는 등 ‘대출(불법) 브로커 개입’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남신보는 ‘단순히 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조회한 것’이란 B업체 대표 말만 듣고, 구체적인 정황은 따지지 않았던 것으로 도 감사위 조사 결과 밝혀졌다.

도 감사위는 “신용보증 업무를 수행할 때 기업이 제출한 자료 사실 여부를 검토해 면밀하게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신용보증재단이 대위(代位) 변제를 해 그 금액만큼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백억 채무 감면하면서 타당성 검토 안 해


이와 함께 경남신보는 200억원이 넘는 채무를 감면하면서 제대로 된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신보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특수채권 137건(289억원) 중 손해금 120억원 전액을 감면했다. 원금 169억원 중 일부도 감면했는데,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서 얻을 실익 있는 재산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채무자의 현재 경제 여건과 상환 능력, 조달 방법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

특히 이 중 15건(2억3000만원)의 채무 감면은 주채무자 채무감면요청서도 없이 감면을 결정하면서 본부장이 아닌 부장 결재만으로 업무를 처리하기도 했다. 또한 도 감사위는 원금 감면율이 낮게는 14.1% 높게는 43.4%가 적용된 채무 감면 사례 9건을 제시하며 “업무담당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함에 따라 감면율이 오락가락한 것 같다"라며 "채권추심 관련 형평성 문제와 일부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를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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