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매워" 덴마크 마음 돌렸다…'불닭' 부활 시킨 기막힌 설명

정종훈 2024. 7. 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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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수의식품청의 불닭볶음면 제품 리콜(회수) 관련 공지. 사진 덴마크 수의식품청 홈페이지 캡처

너무 맵다는 이유로 덴마크에서 회수(리콜)된 K푸드가 있다. 바로 '불닭볶음면'이다. 그런데 이 제품이 불과 한 달 만에 판매 재개로 부활했다. 그 비결은 냄비·그릇에 남은 소스였다. 한국 정부가 조리·식사 과정서 매운맛이 줄어든다는 점을 파고들면서 불닭볶음면에 대한 덴마크 측 빗장을 푼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정부·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이 한국산 불닭볶음면 3개 제품에 대한 회수 결정을 내렸다. 캡사이신(매운맛을 내는 성분) 함량이 높아 이를 섭취한 소비자가 급성 중독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위해평가보고서엔 '매운맛 챌린지' 용도로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세계적 인기를 끄는 불닭볶음면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국가는 덴마크가 처음이었다.

덴마크에서 맵다는 이유로 회수 조치가 이뤄진 불닭볶음면 제품들.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러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한국 정부가 제조사인 삼양식품과 함께 빠르게 움직였다. 식약처는 우선 덴마크 정부에 K푸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다른 국가로 확산되거나 무역장벽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덴마크 정부를 설득할 과학적 근거도 필요했다. 그래서 정부·기업이 함께 자체적인 캡사이신 함량 분석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독일 청소년들이 매운맛 챌린지에 나섰다가 복부 통증·호흡곤란 등을 호소한 '매운 감자 칩'과 다르다는 걸 입증하는 데 집중했다. 덴마크 정부가 주로 매운 감자 칩을 기준으로 불닭볶음면 위해성을 평가해서다.

덴마크의 불닭볶음면 회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관서 캡사이신 함량 분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달 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한국식품과학연구원이 분석을 거쳐 불닭볶음면의 매운 소스를 전부 먹지 않는 걸 확인했다. 조리 과정에선 소스 봉지와 냄비에 소스가 남고, 먹을 때는 그릇에 묻는 만큼 실제로 섭취하는 캡사이신 함량이 적다는 내용이었다.

식약처는 이달 초 덴마크 수의식품청에 대표단을 파견해 이러한 분석 자료를 넘겼다. 라면 제품은 감자 칩과 달리 일정 시간 동안 여러 번 나눠서 먹는 점도 강조했다. 덴마크 측은 불닭볶음면의 인체 위해 평가를 다시 진행했고, 3개 제품 중 2개(불닭볶음면 2X 스파이시·불닭볶음탕면)의 캡사이신 함량이 안전한 수준이라고 봤다. 회수 조치를 철회하면서 지난 12일부터 이들 제품의 덴마크 내 판매도 재개됐다.

오영진 식약처 글로벌수출전략담당관은 "덴마크가 내린 판단이 다른 유럽국으로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면서 "불닭볶음면 조리 과정을 직접 영상으로 보여주고 매운맛이 줄어드는 걸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 덴마크 측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도 "우리만 나섰다면 쉽지 않았을 텐데 정부가 같이 대응하면서 회수 결정을 빠르게 바꿀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국내 식용 금박 제품.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해외 빗장을 푸는 '규제 외교'는 다른 K푸드에도 적용된다. 지난달 베트남으로의 수출 승인을 처음 받은 식용 금박이 대표적이다. 식품첨가물인 금박은 순도 95% 이상 금을 종이처럼 얇게 눌러 만든 것으로, 술·잼·디저트 등에 사용된다.

당초 국내 A 업체가 베트남으로의 금박 수출·유통을 희망했지만, 규제 장벽에 막혔다. 베트남에선 식품첨가물로 등록되지 않아 음식에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식약처·주베트남 대사관 등이 나서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이들 기관은 국내 식품첨가물 체계와 금박 안전성 등을 베트남 당국에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그 결과 베트남 정부는 한국 기준을 활용한 안전성 평가 후 수입을 승인했다. 식용 금박의 베트남 수출 기대효과는 연간 10만개로, 금액 기준 100만 달러(약 1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영진 과장은 "앞으로도 국제 협력과 적극적인 규제 외교로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면서 K푸드 글로벌 진출을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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