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돌발 변수 판치는 美대선…정부 "모든 시나리오 대비중" [바이든 사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나자 정부는 다양한 시나리오 대비에 한층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기 피습에 이어 현직 대통령의 후보 사퇴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연이어 돌출하는 역대급 대선인 만큼 결과 예측은 더 힘들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바이든의 후보 사퇴에 대해 "우리 정부로서는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으로 격상된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미 측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타국의 국내 정치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고 말했다.
원론적 수준의 입장 표명이지만, 셈법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향후 미 대선의 흐름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모든 시나리오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단 바이든의 지지를 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한발 앞서나가는 모습이지만, 명확하게는 민주당 대선 후보도 아직 미정이다.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은 셈이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관련 부처 내에서 '트럼프 팀'과 '바이든 팀'을 두고 대선 및 차기 미 행정부 출범을 준비해왔다. 일단 이런 구도에는 변화가 생긴 셈이지만, 해리스가 민주당 후보직을 이어받을 경우 바이든의 조직, 정강 정책 등 모두를 계승할 가능성이 크다. 틀 자체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미 대선 정국 판세는 한층 혼란스러워졌다. 결과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것만은 확실해지는 분위기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경험을 했지만,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온다는 건 쉽지 않은 문제"라며 "확고한 리더십과 영웅적인 측면이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존재감이 크지 않은 해리스의 경우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축으로 하는 확장억제 강화 기조의 후퇴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확장억제 강화의 핵심축인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일부 우리가 분담하더라도 최대한 반대급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7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한·미 동맹이 트럼프를 계기로 큰 숙제를 받게 된 형국"이라며 "단순히 트럼프 리스크를 관리하기보다 중장기적인 대미 정책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의 등장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 임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2016년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측면을 엿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외교 소식통은 "2기를 맞는 트럼프는 동아시아 안보동맹이나 미·중 경쟁과 같은 국제정치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더 깊어질 것"이라며 "북한에 다가가더라도 그런 변수를 고려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과의 '의리' 때문에 정부가 트럼프 진영에 대한 관리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여전하다.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타결, 한·미 NCG 공고화 등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할 영역이 아직 많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는 않다.
대선 변수와 관계 없이 정부가 긴 안목을 가지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박인휘 교수는 "수권 정당에 관계없이 미국이 점점 자국 우선주의로 나가는 것은 일관된 성향"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혜를 모아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으로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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