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1700㎞ 날아 예멘 공습…사우디 묵인했나, 논란 확산
이스라엘이 예멘을 직접 타격하고 예멘의 후티 반군이 재보복에 나서며 혼란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분쟁에 휘말리는 듯한 모습이다. 유엔(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이스라엘과 '저항의 축' 사이의 확전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예멘 공습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날 이스라엘이 예멘 북부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공습한 직후 '사우디가 이 작전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한 반박이다.
이런 '의심'이 나온 것은 이스라엘에서 호데이다까지의 거리가 약 1700㎞로, 작전명을 '롱 암'(long arm)으로 지었을 만큼 장거리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최신예 F-35 전투기를 비롯해 F-15, 정찰기 등을 동원해 호데이다 항구의 정유 시설 등을 타격하며 공중 급유기까지 출격시킨 이유다. 그러자 이스라엘군 전투기 편대가 이스라엘과 예멘 사이에 위치한 사우디 영공을 가로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측은 어느 항로를 이용했는 지 밝히지 않고 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의 작전 계획을 알면서도 묵인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기 전,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현재는 전쟁으로 관련 협상에 진척이 없지만, 미래 신도시 계획인 '네옴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기 위해 안보 보장이 절실한 사우디로서는 이스라엘과 마냥 척을 질 수 없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모른 척 넘길 수도 없다. 자칫 친(親)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사우디는 지난 2014년 예멘 내전 발발 이후 정부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지만, 2022년께 '중재자'로 선회한 이후 후티와 적극적으로 회담에 나서왔다. 사우디가 "어떤 세력도 영공에 침범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까닭이다.
중동 확전 일로… 유엔 "자제" 촉구
한편 예멘 공습과 관련해 민간인의 피해가 크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폭격은 후티의 추가 도발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내전으로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예멘 민간인들의 고통만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스라엘군은 후티 측이 호데이다 항구를 통해 이란에서 무기를 들여온다며 이곳을 공습했다. 그런데 이 항구는 원조·수입 물품 등이 들어오는 주요 인프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와의 확전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격을 경고했다. NYT는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에 추가 공격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심지어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 등 미국의 동맹국에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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