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타' 유력한 해리스, 트럼프 이길 수 있을까

윤현 2024. 7. 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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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최초 흑인 여성·아시아계 대통령 도전... 선거 운동 돌입

[윤현 기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로 대선 레이스가 격변하면서 그가 '후임자'로 지지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최초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자 여성 부통령에 오른 해리스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확정시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선언 직후 해리스 부통령은 성명을 내고 "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의제를 물리치기 위해 민주당과 이 나라를 통합하는 데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며 "선거일까지 남은 107일간 우리는 함께 싸울 것이고, 함께 이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바이든이 지지한 후임자... 해리스는 누구?

여성이자 흑인 및 인도계라는 배경을 지닌 해리스 부통령은 백인 남성이 주류인 미국 정계에서 유리천장을 깨고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써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흑인·아시아계로 분류된다.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는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교수였고 어머니 샤말라 고팔란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 암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그는 인종차별 철폐를 목적으로 백인과 흑인 학생이 함께 교육받도록 하는 '버싱'(busing) 정책에 따라 유년기를 백인들과 보내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고 말한 바 있다.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를 따라 백인이 대부분이고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이 같은 고민이 더 깊어진 해리스 부통령은 워싱턴DC의 흑인 명문대학인 하워드대학에 진학하면서 심리적 안정감과 정체성을 찾았다.

대학 졸업 후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 검사로 경력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으로 옮겨 큰 활약을 펼친 그는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되어 재선까지 했다. 

2016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중앙 정계에 진출한 그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지지율이 떨어져 중도 하차했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어 바이든 행정부의 2인자에 올랐다. 

대선 후보 확정은 아냐... 민주당 "공정한 경쟁 치러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보도하는 AP통신
ⓒ AP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설이 나올 때부터 유력한 구원투수로 거론돼 왔다.

소수 인종에다가 여성 정치인, 59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나오자 민주당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속속 나오면서 그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으로의 원활한 승계 작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인한 내부 갈등과 혼란을 끝내고, 공화당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대선 판도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제이미 해리슨 위원장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처음으로 요구한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도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거부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민주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도겟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얻은 해리스 부통령이 선두 주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선에 나서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유력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은 인사들도 상당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우리는 훌륭한 후보가 등장하는 과정을 만들 수 있다"라고 폭넓은 경쟁을 원했다. 

부통령으로서 존재감 약해... 대선 경쟁력 보여줘야 

일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치열한 당내 경쟁을 이겨내고 대선에 나서는 것이 더 이롭다는 주장도 있다. 

CNN 방송은 "비공개적인 절차는 민주당이 국가를 위해 대선 후보를 교체한다는 인식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라며 "경쟁적인 절차는 해리스 부통령의 정치력에 대한 의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도 "민주당 내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많다"라고 평가했다. 

중앙 정계 진출 4년 만에 부통령이 됐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대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남부 국경의 밀입국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경력이 대부분이 법조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 및 한미일 협력, 대북 억지력 강화 등을 내세우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나겠다며 적극적인 대북 협상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맡았던 애슐리 에티엔은 <워싱턴포스트>에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다면 앞으로 남은 유세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라며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만 보던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곧바로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과 면담 및 전화로 접촉하며 사실상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바이든 대선캠프도 '해리스를 대통령으로'로 이름을 바꿨으며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관련 서류를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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