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평 검토하며 알게 된 문제, 학원에 팔았다…경찰, 24명 송치
‘사교육 카르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대형 입시학원 등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문제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 등을 받는 전·현직 교사 2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22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이날 송치한 24명 중 퇴직자 2명을 제외한 22명은 모두 현직 고등학교 교사로 파악됐다. 교사 5명은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아 송치하지 않았다.
서울 지역에서 고교 교사로 일한 A씨는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형 입시학원 등에 수능 관련 문제 수천개를 만들어 주고 2억5400만원대 돈을 챙긴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A씨는 EBS 교재 제작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다고 한다.
A씨 포함 교사 14명이 유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현직 교사들의 문항 판매 행위에 대해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받은 목적과 동기,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경우 지난 2022년 5월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2023학년도 ‘6월 수능 모의평가’ 특정 과목에 검토진으로 참여해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서 모평이 치러지기 전 사교육업체 2곳에 문제 11개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판매한 문제 중 일부는 100%에 가까울 정도로 유사하게 모의평가에 출제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A씨에 대해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정부출연기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학원에 건네진 문항이 건당 평균 10만원대에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문제에 2~30만원의 대가가 건네진 정황도 확인했다. 경찰은 교사들이 동료 또는 학원 측의 권유를 받고, 경제적인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B씨 등 현직 교사 19명은 결격 사유를 숨기고 허위 자료를 제출해서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선정되려면 최근 3년간 수능 관련 상업용 수험서 집필에 관여한 적이 없어야 한다. 경찰은 이들이 학원에 문제를 만들어 판매했다는 결격 사유를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교사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문제를 학원에 판매한 건 잘못했다”라면서도 “공무원 겸직금지 의무를 위반하는 등의 징계 사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처벌 대상은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해 7월 교육부로부터 수사의뢰를 접수받고,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다음 큰돈을 받고 있다’는 취지의 첩보 등을 입수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7차례에 걸쳐 학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증거를 확보하고 사건관계자 105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이날 송치된 24명을 제외하고 경찰은 현직 교사 및 입시학원‧평가원 관계자, 입학사정관 등 총 40명을 수사하고 있다. 문제 판매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행인지 여부도 수사할 예정이다. 이날 수사 내용이 교육부에 통보되면 교육부의 징계 절차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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