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시세조종 카카오 김범수 구속 기로…사모펀드 공모 혐의는 빠져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갈림길에 섰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오후 1시 43분 정장 차림으로 호송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은 “SM엔터 시세조종 혐의 인정하는지”, “법정에서 어떻게 소명하실 예정인지”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 위원장은 18일 CA협의체(카카오 그룹 이해관계 등을 조율하는 독립 기구) 소속 주요 계열사 CEO 등과 임시 협의회를 열고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카카오 ‘SM엔터 주가조작 의혹’ 사건 일지 그래픽 이미지.

쟁점은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에 관한 구체적 지시·승인을 했는지 여부다. 그간 검찰은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지난 2월 16∼17일과 27∼28일 나흘간 약 2400억원을 쏟아부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553회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의심해왔다.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이 같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청구서에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공모 혐의는 제외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28일 단 하루만 시세조종에 관여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고 한다. 나머지 16·17·27일 사흘은 원아시아가 1100억원을 들여 SM엔터 주식을 매집한 날이다. 이에 대해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배 전 대표가 구속된 결정적 사유인 원아시아와의 공모 혐의가 제외됐다면 검찰이 김 위원장을 타격할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목한 지난해 2월 28일은 카카오그룹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개최된 날이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참여한 투심위 회의에서 하이브 공개 매수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시세조종이 승인됐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부장 양환승)의 심리로 열린 배 전 대표의 공판에서 검찰은 지난해 2월 28일 투심위 전후 경영진간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해 2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사진은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전경. 연합뉴스

검찰이 공개한 통화녹취록에서 배 전 대표는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에게 “브라이언(김범수)이 PE(프라이빗에쿼티)를 하나 잡아가지고 투자해서 우호지분 확보하라고 했다”며 논의 결과를 전했다. 이에 대해 배 전 대표 변호인은 “(카카오가)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계획적으로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면 PE를 하나 잡으라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카카오에 등을 돌린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증언도 쟁점으로 꼽힌다. 드라마제작사 고가인수 의혹으로 남부지검에서 불구속 입건된 이 부문장은 지난 5일 배 전 대표의 공판에서 증인 출석해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원아시아와 손잡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카카오 측 변호인은 “이 부문장의 증언은 검찰의 압박에 따른 허위 진술”이라고 반박했다. 19일 열린 배 전 대표의 공판에서 양환승 부장판사는 “핵심 증인인 이 부문장이 공소사실 대체로 부합하는 내용을 증언했지만 변호인 지적처럼 다소 미심쩍은 부분이 있고, 검찰의 압박을 받은 것은 객관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부지검에선 카카오 관련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을 포함하여 카카오엔터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자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 총 4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