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종부세 축소 의견에 대한 유감

2024. 7. 22. 11: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를 보았다.

국내 최초의 어류도감에 대한 서정적인 내용이려니 했건만 영화는 시종일관 세금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는 백성들 얘기들로 필자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추창민 감독의 영화 '광해'에서도 과도한 세금으로 가정이 파괴되어 입궁하게 된 어린 궁녀의 딱한 사연을 보여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토지보유세 좌우파 합의한 최선의 세금
종부세 낮아질수록 서민 소득세 부담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를 보았다. 국내 최초의 어류도감에 대한 서정적인 내용이려니 했건만 영화는 시종일관 세금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는 백성들 얘기들로 필자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갓난아기뿐만 아니라 이미 죽은 자식에게도 인두세를 물리는 가혹한 처사에 절망하며 관료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낫으로 절단해버리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추창민 감독의 영화 ‘광해’에서도 과도한 세금으로 가정이 파괴되어 입궁하게 된 어린 궁녀의 딱한 사연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국가의 토지를 대부분 소유했던 관료들과 양반들에게는 세금이 거의 부과되지 않았다. 나라 살림을 위한 세금은 고스란히 생산활동을 담당했던 백성들 몫이었다.

백성들이 힘들어지자 토지를 많이 보유할수록 더 많은 세금을 물리며 서민들의 세금부담을 경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유세의 일종인 ‘대동법’이 일부 개혁론자들에 의해 시행되기 시작했다. 토지를 보유한 관료들과 양반들의 엄청난 저항이 따랐다. 경제사관을 가진 필자는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보위에서 물러났어야 하는 이유를 그의 전격적인 대동법 시행에 대한 관료들의 반발에서 찾는다.

이후 약 100년간, 엄청난 저항이 있었음에도 효종의 대동법 확대 시행이 있었고 결국 효율적으로 관료들을 제압한 숙종에 이르러 대동법은 전국에서 본격 시행되었다. 서민 경제는 부흥하기 시작했고 영정조의 ‘조선 르네상스’ 시대가 이어졌다. 다만 정조의 승하로 외척세력, 즉 관료들이 권력을 다시 잡은 이후부터 대동법과 국력이 동시에 쇠퇴해진 역사는 안타까운 일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세입세출 정책을 작게 펼쳐야 하는가, 크게 펼쳐야 하는가 문제가 자유시장주의와 케인스주의를 가르는 큰 화두임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세금을 거둬들일 때 어떤 종류의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논란은 잘 보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제학의 부모로 통하는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그리고 자유시장주의의 영웅인 밀턴 프리드먼이 이미 지대나 토지보유에 대한 세금을 가장 많이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 ‘세의 법칙’ ‘효율적 시장가설’ 등 자유시장주의의 주요 이론들을 강하게 부정하며 이론을 세우는 케인스주의자들도 이들의 세금에 대한 주장에는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 케인스주의자들의 입장에서도 소득세를 낮추는 대신 보유세를 높이는 것이 유효수요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지보유세는 우파와 좌파 경제학자들의 합의가 이미 이루어진 최선의 세금이기에 적어도 경제학계에서는 아직 의미 있는 반론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일부 정책가들의 종부세에 대한 축소 내지는 폐지 주장이 보여 유감이다. 종부세가 낮아질수록 소득세 등 서민들의 세금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2005년 첫 시행 후 20여년간 종부세 정책은 갈팡질팡해왔고 이에 대한 논란도 왈가왈부해왔다. 이미 예견했던 모습이긴 하다. 엄청난 저항으로 대동법의 전격 시행에도 100년의 세월이 걸리지 않았던가? 종부세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에는 앞으로도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라 경제를 위해서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정책가들이 토지보유세의 일종인 대동법과 서민경제의 상관관계도 역사 속에서 한번 면밀히 살펴보고, 또 경제학 거두들의 토지보유세에 대한 의견들도 잘 공부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