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이’ 벽 못넘었다...토론 참패 후 ‘25일 드라마’ 막 내려

조슬기나 2024. 7. 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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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이’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반세기 이상 워싱턴 정치의 중심에 섰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달 27일 열린 첫 TV 토론이다.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토론에서 정확한 문장조차 구사하지 못하는 노쇠한 모습을 온 국민 앞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토론이 끝나기도 전부터 불거진 후보 교체론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버티고 버티던 바이든 대통령이 백기를 들면서 결국 첫 TV 토론 이후 25일간에 걸친 ‘드라마’도 대단원의 막을 내린 셈이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고령 논란 부각한 TV토론 참패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어 고령 논란은 2021년 만 78세의 나이에 ‘최고령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늘 따라붙었던 꼬리표였다. 하지만 부진을 넘어 참패 그 자체였던 첫 TV토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도 4년 더 임기를 잘 수행할 것이라고 믿어온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까지 큰 충격을 안겼다는 평가다. 토론 중 바이든 대통령은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는가 하면, 말을 더듬고, 정확한 문장조차 구사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쉬쉬하던 우려’ 수준이었던 고령 논란이 생방송에서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토론 다음 날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진보 성향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일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을 시작으로 민주당 의원들로부터도 공개 후보 사퇴 요구가 본격화했다.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사퇴 요구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민주당 내 후보 교체 요구를 사실상의 해당 행위로 규정하는 등 노골적인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큰손들로부터도 비관적 목소리가 나오는 등 그를 둘러싼 우려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건재함을 보이고자 했던 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잘못 소개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습으로 공화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오는 대선 참패 위기감이 한층 더 커졌다. 코로나19 재확진으로 유세를 중단한 것도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민주당 상·하원 의원은 지난 19일 기준 전체 민주당 의원의 12%가 넘는 35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오랜 우군’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까지 연일 그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물러서는 길 외엔 없었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전날 밤 초안 작성, 해리스도 당일 알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조차 당일에야 알았을 정도로 비밀리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오후 늦게 최측근인 스티브 리셰티 대통령 고문과 마이크 도닐론 수석전략가를 집으로 비상 호출했다. 셋은 이날 밤늦게까지 대선 후보 사퇴 입장문을 작성하고, 다음 조치를 고민했다. CNN방송 역시 "중도 하차 결정은 지난 48시간 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토요일 밤 참모 2인에게 초안 작성을 지시해 일요일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요일인 이날 오후 1시46분에 엑스(X·옛 트위터)에 입장문을 올리기 불과 1분 전, 사퇴 결정을 자신의 다른 참모들에게 알렸다.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에야 대통령의 결정을 알게 됐다고 외신들은 확인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사퇴 발표 전에 몇 차례 통화했다고 전했다. 한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NYT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첫 TV토론 이후 다른 모습으로 자신에 대한 관심을 전환하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재선 포기 선언 이후 대통령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일부 공화당원들의 요구는 일축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사퇴할 의사가 없다면서 그가 "임기를 완수하고 미국 국민들을 위한 더 많은 역사적 결과들을 가져올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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